귀농·귀촌 마인드

 청산별곡의 낭만을 버려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래랑 먹고 靑山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랑셩얄라리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가던새 가던새 본다. 믈아래 가던새 본다.

잉글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새 본다.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이링공 뎌링공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엇디호리라.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살어리살어리랏다. 바다래 살어리랏다.

자기랄 구조개랑 먹고 바다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사스미 장대예 올아셔

(奚琴)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가다니 배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와 잡와니 내엇디 리잇고.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위에 실린 시가는 누구나 아는 중등 교과서에 실린 고려가요 청산별곡이다. 작자미상이지만, 내용으로 보건데 그저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귀향한 선비의 애환이 담긴 고려시대판 귀농·귀촌 소감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비록 문학도는 아니지만 내용을 보면, 1연은 현실에 어려움을 느낀 작자는 머루랑 다래로 상징되는 소박하고 걱정 없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청산으로 간다. 그런데 2연 부터는 농어촌에 산다는 게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올 사람도 갈사람도 없는 절대고독 속에서 우는 새를 보며 비애를 느낀다. 3연에서는 속세에 대한 미련을 보이기도 하고, 어둡고 추운 밤을 혼자서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청산에 들어온 자신을 자책한다.

4연에서는 청산에서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작자는 새로운 동경의 세계로 어촌마을(靑海)을 떠올린다. 바닷가에서 전복이나 굴·조개 같은 것이나 먹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5연에서 새롭게 시작한 청해의 삶도 어렵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사슴이 장대에 올라서 해금을 켜는 일처럼 느껴지는 어이없고 절박한 심정이다. 이윽고 마지막 연에서, 진한 술을 들이키며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찾는 이상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노라고 노래한다.

 

청산별곡을 보면, 도시와 농촌 간에 별반 차이가 없던 고려시대에도 귀농·귀촌해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어쩌면 현대의 귀농·귀촌인들이 받는 문화적 이질감이나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점들이 더 클지도 모른다.

막연하게 동경심만 가지고 성공한 사람들의 농장을 방문해 보면 자신도 그와 같이 될 것 같고, 귀농학교나 관련서적들을 따라하면 금방 성공할 것 같지만 농사라는 것이 생물을 키우는 일이고 환경요인이 작용하는지라 책이나 견학과 같은 선험적 지식만 가지고는 어렵다.

농사는 직접 경험해 본 후에야 체득할 수 있는 경험적 지식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거기에 지역주민들과의 화합, 가족들의 적응, 변화된 생활환경 등 생활 전반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견디고 적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적응에 실패하여 다시 도시로 역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귀농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름 짓는 것은 초기의 귀농 마인드를 어떻게 가지고 시작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낭만, 또는 단기간에 성공하려는 마음은 금물이다. 완전히 다른 생육조건에 옮겨진 모종과 같은 입장이므로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귀농 포지셔닝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귀농·귀촌을 했다 하여 농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생태 건축, 생활 공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력과 도시에서 쌓았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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