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전제조건 없는 대화 재개” VS 北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해야”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을 보여 얼어있던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5.24 조치의 선제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 북한인권법안 제정 등에 대해서도 남북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커 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소니 픽처스 해킹과 관련한 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로 인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을미년 새해 첫날인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관심이 집중됐다. 얼음장 같은 남북관계가 드디어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신년사를 발표하기 전, 중앙당 비서처 간부들에게 비공개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방침을 통해 남북 통일을 위한 전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유화적인 신년사와는 달리 뒤에서는 전쟁 준비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숨기고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유화적 신년사 뒤 감춰진 속내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신년사 연설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남북관계 개선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남북정상회담도 개최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신년사를 발표하기 전, 중앙당 비서처 간부들에게 비공개 방침을 전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국 통일 대전을 빠른 기간 안에 할 것이라고 하니 5년 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그보다 훨씬 빨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북남 사이에 불신을 없애야 시간을 벌 수 있고, 외국의 투자를 유치해 전략물자를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결정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국방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한편, 김 위원장은 통일의 방식을 전쟁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이에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비공개 발언에 대해 “신년사 내용을 토의하는 당 정치국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국방위원회 명의로 여러 조치를 재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제시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필승의 기치’란 기사에서 “남조선에서 상대방을 반대하는 전쟁연습이 계속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신의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북남관계가 전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대화와 전쟁연습은 양립될 수 없으며 북침합동군사연습은 북남관계개선에 백해무익하다”라며 “남조선당국은 외세와의 모험적인 북침전쟁도발책동을 중지해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 길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남북대화 전제조건으로 흡수통일 논의 중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조국통일문제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순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북과 남이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하면서 체제대결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이념에 따라 민족의 대단합, 대단결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당국은 북남 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방의 체제를 모독하고 외세를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도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대화 전제조건을 제시한 반면 우리 정부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 재개’ 요구하고 있어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 대화가 조성될 가능성이 보이자 긍정적인 뜻을 밝혔으며, 반드시 성사되기를 기대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與野, 남북관계 진전 속 긍정적 분위기

북한의 이중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2년 동안 대화가 없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연신 환영을 표하며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뤄지길 기대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 브리핑에서 “남북관계는 우공이산(遇公移山)의 실천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꼭 1년 전인 2014년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긴장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이미 우리 정부가 지난해 제의한 남북 고위급 회담 제의에 정식으로 응해야 한다”며 “일단 만나서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5일 새해 첫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언급하며 “이전에도 북 측이 대화를 제기했다가 파기한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또다시 그런 번복이 되지 않길 바라고 정상들의 만남을 계기로 올해는 남북 화해협력이 실질적이고 획기적으로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의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새해 첫날 분단의 역사는 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반드시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로 북미관계는 냉랭하지만 남북관계의 장애가 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남북은 만나야 한다”며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남북문제의 해결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는 사실을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단 70주년 을미년을 맞아 우리는 적대와 대결의 70년 준전시 상태를 마쳐야 한다. 독일은 이미 25년 전에 하나가 됐다”며 “우리도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끝내자.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개최되도록 우리 당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현 비대위원도 “북의 대화 제의에 걸맞는 긍정적인 화답을 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평화의 길은 미국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원혜영 비대위원은 “광복 분단 70년이 되는 새해부터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다. 집권 3년차는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 사실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남북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원 비대위원은 현재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차원에서도 “금강산 방문, 평창올림픽 공동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정의화 의장과 함께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대북제재로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우리가 중심을 잡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면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박근혜정부가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대화 관련 “아직 북한으로부터 남북 당국 간 채널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소니영화사 해킹사건에 따른 대북 추가제재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대응태도 등을 예의주시해 나갈 입장이다.

임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 발표에 우리 정부는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상황을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설명했다.

▲ 남북회담이 이뤄지면 그간 진행되지 않았던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해 의제가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 성사…이산가족 상봉 이뤄질까?

올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그 의제는 이산가족 상봉 등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등록된 이산가족은 총 6만8867명으로, 이 중 51.4%가 80세 이상의 고령자다. 그간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1년에 1∼2번, 한 번에 100명 정도 상봉을 했었지만 현재 대부분은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조차 모를 뿐만 아니라 언제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을 통한 교류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2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편지교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산가족)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은 적어도 2~3년 내에는 잘 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정도만 돼도 이산가족의 한을 상당히 덜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역사에 부끄러움을 안고 가야 한다”며 “아무리 전쟁을 해도 최소한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 꼭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015년 김정은의 신년사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전망’ 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우리가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DMZ(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문제 등이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위원은 “한국정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민간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작업 구체화, 대북 개발협력, 나진-하산 사업과 같은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해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대남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위원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임기 내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전원의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을 실현하고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매일 20가족 이상, 매년 7000가족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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