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에서 묵묵히 훈련하는 코리안들

지난 1994년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박찬호가 LA다저스라는 메이저 구단에 입단하면서 이제 한국에도 메이저리그는 어느덧 한국 프로야구를 누르고 인기 스포츠가 됐다. 그러나 언제나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메이저리그의 열기는 올 시즌 들어 다소 식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유는 매년 그래도 한두 명씩은 늘어나던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숫자가 올 시즌 초반 2명(박찬호, 서재응)으로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처럼 시즌 초반 불시에 다친 선수도 있지만 그 외의 많은 선수가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지 못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빅리그 진입의 꿈을 위해 각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메이저리그로 승격한다는 믿음을 갖고 훈련하는 한국 선수들의 시즌 전망을 해보았다. ◆최희섭, 추신수 마이너는 좁다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제 메이저리구에서 투수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타자가 메이저 리그를 도전하는 경우는 보스턴의 최희섭 선수와 시애틀의 추신수 선수 둘이 전부다. 메이저 리그에서도 동양인들은 타자보다 투수로 더 성공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들은 타자로서도 성공하겠다며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뛰었던 최희섭 선수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웨이버로 공시돼 자신의 메이저 네 번째 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로 전격적으로 트레이드 됐다. 하지만 보스턴에는 이미 백전노장 J.T 스노우와 유틸리티 플레이어 케빈 유킬리스가 1루수로 버티고 있지만 보스턴 구단은 이들이 다치거나 슬럼프에 빠질 것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최희섭을 영입한 것이다. 시즌을 마이너에서 시작한 최희섭은 현재까지 7게임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팀 관계자들에게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케빈 유킬리스가 1루수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팀 홈런수가 작년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어 장타력을 검증한 최희섭을 올해안에 메이저로 승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촉망받는 유망주로 각광받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추신수는 기회를 못 살린 경우다. 21타수 1안타 3볼넷(타율 .056)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그는 올 시즌 다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하고 말았다. 하지만 추신수는 주눅들지 않고 트리플A 타코마 레이너스에서 타율 .351 5홈런 10타점 7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올스타 외야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시애틀이지만 시즌을 마칠 무렵에는 유망주인 추신수를 마이너에서만 머물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제국-이승학, 메이저 무대 밟을 수 있을까? 최희섭과 추신수가 메이저 재입성을 노린다면 류제국과 이승학 선수는 꿈의 무대를 밞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다. 싱글A부터 차근차근 '팜 시스템'의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류제국은 올 시즌은 트리플A 아이오와 커브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업이 2패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모든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넘기며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해 더블A 이스턴리그에서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승학은 올 시즌엔 트리플A 스크랜턴 레드베이런스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99년에 21승을 기록하기도 했던 호세 리마와 지난 18일에 펼친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둔 이승학은 24일에도 시라큐스 스카이치프스(토론토 산하)를 상대로 6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2승째를 챙겼다. 2승 1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학은 최근 2경기에서 11.1이닝 3실점의 좋은 투구를 보여 주고 있어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한국인 마이너리거로 꼽히고 있다. 류제국과 이승학 모두 올 시즌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해 준다면 로스터가 확장되는 9월에는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익장 과시하고 있는 최향남과 고민에 빠진 봉중근 은퇴한 이상훈과 국내로 복귀한 구대성에 이어 세 번째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최향남도 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최향남은 16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44승 4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3.91의 성적을 기록하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최향남은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중간 계투로 활약하고 있다.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젊은 유망주들 사이에서 2개의 홀드를 따내며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사실 젊은 투수들을 키워야 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볼 때 최향남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당연히 은퇴할 것이라고 예상한 최향남이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만 35세의 최향남이 노익장을 과시하는 반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로 활약한 봉중근은 마이너리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시네티 레즈의 산하 더블A 채타누가 룩아우츠에서 뛰는 봉중근은 3경기에 등판해 13.2이닝 동안 9점을 허용하며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하고 있다. 삼성의 선동렬 감독도 봉중근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등 그의 구위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봉중근이 소속된 신시네티 레즈의 선발진이 현재 무너지고 있지만 트리플A도 아닌 더블A에서조차 평범한 성적을 내고 있는 봉중근에게 기회를 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국내 복귀냐 메이저 리그에 계속 도전하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한국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언젠가는 메이저에서 활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화를 나가는 한국 야구계에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몇 년 지나지 않으면 메이저 올스타 무대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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