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제부터 풀어나가며 상호 이익을 누리며 신뢰 구축부터

▲ ⓒ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하 김정은 위원장)은 1일 TV로 중계된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분위기와 조건이 맞으면 한국과의 고위급 회담은 물론,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TV 중계를 통해 “우리는 중단된 고위급 회담을 할 수 있고 남한이 북-남 관계를 대화를 통해서 개선할 뜻이 있다는 진지한 입장이라면 구체적 이슈에 대한 다른 회담들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유명 소셜미디어 전문블로그인 ‘마셔블(Mashable)’이 1일 전했다.

문제는 회담 장소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는 한국의 제안에 대한 화답의 의미가 있긴 하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말 “한국과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통일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내년 1월 남북한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갖자고 북한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바란다며 회담 장소는 서울이든 북한이든 합의하에 어디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담 장소가 아니다. 사이가 틀어진 부부의 갈등을 풀려면 어떤 장소에서 만나느냐는 문제보다는 어떤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이냐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남북한의 고위급 회담은 지난해 2월에 마지막으로 열려 이산가족들이 오랜만에 상봉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같은해 10월에 예정됐던 회담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 살포에 대해서 남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비난하면서 결렬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한 회담이 재개되려면 분위기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위기와 조건이 맞은 경우는 최근에 거의 없는 듯하다. 2007년 이래 남-북한 정상회담은 중단된 상태다. 두 나라 사이에 이미 깊이 패인 불신의 골을 뛰어 넘으려면 획기적인 진전을 끌어내기 위한 두 나라 정부 및 국민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북한 양쪽은 통일을 기본 목표로 생각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 어떻게 통일을 이뤄나갈지 어떤 정부 형태로 통일될 수 있을지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차는 좁혀진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이견들보다는 지금 실제적으로 통일을 위해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다.

남북한 화해의 최대 변수인 북한 핵무기 개발
북한, 남북 관계 개선 위해 핵 개발의 성격을 바꿀 수 있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이 이끄는 미국 전문가 그룹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2020년까지 79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시카고 트리뷴’이 1일 전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 정부는 플루토늄 생산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인도, 파키스탄과 이스라엘과 같은 핵 보유국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다른 핵 주요 핵보유국의 수준과 맞먹는 핵무기 규모를 늘리기 직전에 와 있다”며 “이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따르면 북한 정권은 현재 네 개의 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거나 개발 준비 중이다. 영변 핵 시설은 5메가와트 플루토늄 원자로와 수천개의 원심분리기와 경수로를 갖춘 우라늄 농축 설비가 있어 군사용이나 산업용으로 쓰일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제2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마셔블’이 전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팀은 제2의 우라늄 시설이 없어도 북한은 5년 안에 67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물질을 확보하고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30~34kg 정도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각 핵폭탄의 크기에 따라 9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올브라이트는 북한은 강압이나 핵협상 재개 등으로 중단되기 전까지는 가능한 많은 핵무기 물질을 만들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북한은 분위기와 조건이 맞지 않으면 한국과의 모든 회담을 중단하고 핵무기 개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2013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 계약직원이 폭로한 내용을 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 정보원들이 가장 접근하기 힘든 정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논제 외에도 북한 쪽으로 보내는 대북 삐라 살포 등의 활동을 남북 회담 성사를 위한 조건 안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암살 영화 ‘인터뷰’ 100,000개 살포
남북 모두 ‘평화통일 프로세스’ 위해 전향적 태도 필요

한국의 활동가들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암살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인 ‘인터뷰’ 복사본이 담긴 디비디(DVD)와 유에스비(USB)를 대북 전단과 함께 북으로 날려 보내기로 했다고 ‘데일리뉴스’가 1일 전했다.

탈북자 출신이자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1월 말 100,000개의 인터뷰 복사본 등을 북한에 살포하는 작업을 미국의 비영리 인권 재단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재단은 한국어 자막이 들어간 디비디와 유에스비 메모리스틱을 만드는 자금을 지원한다.

북한은 한국이 ‘인터뷰’ 살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 것이 틀림없다. 북한 인권 활동가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분명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보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새로 남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을 냉정히 평가해 북한 인권 개선과 평화 통일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남북 관계 당국이 양 체제 내부 불만을 덮고 관심을 호도하기 위한 정략적인 선언문이나 이쪽은 할 일 다 했는데 상대방 태도 때문에…라는 식의 변명을 준비해 놓고 있다면 ‘평화 통일 프로레스’는 실질적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기 힘들어 공허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 당국 모두가 체제와 정략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한민족의 숙명적 과제인 ‘평화 통일 과정의 실질적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당면한 문제들 중에서 작은 것부터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예로 이산가족 상봉을 정기화한다든지 북한에 추가적인 경제 특구를 조성하는 등 서로 이득이 되는 실제적인 과제 해결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도 장기적으로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유연한 태도 변화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 모두 점차적으로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구축하면서 점차적으로 외국의 간섭을 최소화해나간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