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원전 사고, 가동 정지부터 사이버 테러까지

작년 한 해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여러차례 원전 발전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원전 안전문제에 ‘적색 경보’가 울렸다.

지난해 10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23기 가동원전 사고·고장 현황‘에 따르면, 1978년 고리1호기가 처음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국내 가동원전 23기의 사고와 고장 건수는 무려 68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한수원이 일명 원전반대그룹(Who am I)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당해 원전 도면 일부를 유출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원전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어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 안전문제를 책임지는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한수원 측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안전문제 해결에 착수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러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원전 운영 존속은 ‘재앙’이라며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

▲ 지난해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인해 여러 차례 원전 발전이 중단되면서 원전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뉴시스

원전반대그룹은 지난해 12월 21일 트위터를 통해 “고리 1,3호기와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고리 1호기처럼 앞당겨 정비 한 번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면서 엄포를 놨다.

이어 “왜 3개만 중단하라고 하는지 아직 이해 못 하셨죠”라며 특정 원전 3기에 대해 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령 원전이고, 고리 3호기 또한 1985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로 30년을 맞는 고령 원전이다. 월성 2호기는 1997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설계수명이 13년이나 남아 있지만 나머지 원전과 비교해 오래 된 편에 속한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사이버 테러’의 방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원전반대그룹이 주장하는 ‘노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한편,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한굮 원전이 지어질 당시 사용된 자재에 대해 “불량 자재”라며 일침을 날렸다.

◆그린피스 VS 한수원, 원전자재 두고 ‘공방’

지난해 12월 3일 그린피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1970년대 위험성이 지적돼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인코넬 600부품을 한국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작년 10월 발생한 한빛 3호기 사고에 대해 “인코넬 600부품이 쓰인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누출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는 “한수원과 원안위 등은 이 문제를 모두 알고 있지만 경제적 효율만을 따져 가동률 90%라는 고이용률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후쿠시마 사고를 ‘인재’라고 손가락질해온 한국이 정작 국내 증기발생기에 대한 현행 검사와 결함, 누설 규제 수준이 20~30년 전 일본의 규제 수준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수원과 원안위는 전수 조사를 실시해 부품을 교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수원이 설명자료를 내고 그린피스의 입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검사 결과 전열관 균열이 아닌 이물질에 의해 전열관이 일부 마모 손상된 것으로 최종 확인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도 인코넬 600재질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75개 원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린피스와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또 한수원은 “국내 인코넬 600 증기발생기 관리 현황으로 한빛 3,4호기는 조기교체를 추진중에 있다”며 “그 외 원전도 강화된 검사 요건을 적용, 결함 추세예측 등을 통해 건전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러나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는 “한수원은 안전 문제가 이상 없다면서 ‘조기 교체’를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은 부실부품에 대해 땜질을 늘리는 식의 미봉책으로, 위험천만의 ‘누더기 원전’을 양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 방사능 방재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노후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뉴시스

◆먹거리 방사능 오염…갑상선암 발병까지?

그린피스와 한전의 공방전으로 불거진 ‘원전 불량 자재’ 논란에 이어 원전 가동이 환경오염문제 등 원전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환경과자치연구소, 경주환경운동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고리, 월성 등 국내 원전주변 지역의 수산물과 토양에 대한 방사능 오염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전주변 어류, 해조류, 토양 등 59개의 시료 중 12개 시료에서 세슘137과 요오드131이 검출되는 등 일반 수산물 및 토양에 비해 높은 방사능 검출율(20.3%)을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4개 시민단체가 작년 4월부터 ‘국내 23기 원전주변 수산물 및 토양의 방사능오염조사’를 진행해 고리·영광·월성·울진 4개 원전 온배수 배출구 양안 5km 이내 인근 수산물과 토양을 채취해서 방사능 오염도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방사능 비오염 지역을 대상으로 대조군 지역의 토양 오염 분석도 겸했다.

4개 환경단체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고리원전 인근지역은 22개의 샘플 중 7개샘플(31.4%)에서 방사성물질 세슘 및 요오드가 검출되었기에 방사성물질 검출 근본원인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국내 원전인근 해역에 기체 및 액체방사능폐기물 배출을 즉각 중단하고 원전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원인에 대한 전면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원전 운영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과 자치연구소의 서토덕 기획실장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갑상선암과 원전간의 관련성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토덕 실장은 “서울대의학연구원에서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국내 4대원전지역인 고리, 월광, 월성, 울진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 보다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전 5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30km 밖에 사는 사람보다 갑상선암 발병률이 2.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며 “원전 5km~30km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30km 밖에 사는 사람보다 발병률이 1.8배 높았다”고 덧붙였다.

또 서토덕 실장은 “방사선은 원전 사고가 났을 때만 나오는 게 아니고 일상적인 운영 과정에서도 공기나 바다를 통해 나온다”면서 “여론조사 결과 부산지역 주민들 70프로 이상이 고리원전의 수명을 더 이상 연장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고리원전 1~4호기, 신고리 1~2호기, 한빛 1~6호기, 한울1~6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호기에 지난해 11월 13일 운영허가가 결정된 신월성 2호기까지 합치면 총 24기의 원전이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안재훈 에너지기후팀장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은 중단해야 하고, 수명이 끝난 원전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팀장은 “지금 원전을 늘려가는 정책이 당장에 전기를 쓰는데 있어서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사고가 터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고리 1호기와 월성1호기 같은 노후 원전들은 빨리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후쿠시마원전의 경우도 40년 정도 사용됐던 노후 원전이었다”고 설명했다.

▲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자료 해킹 관련 현안보고를 위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이 입을 굳게 다문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뉴시스

◆원전반대그룹 사이버 테러, “옳지 않다”

원전존립 여부와 같은 원초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최근에 한수원이 일명 ‘원전반대그룹’으로 일컬어지는 테러범 단체에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부 도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보보안에도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SNS 등을 통해 ‘원전 폭파 가능성’ ‘원전 중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안전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사이버공격은 한수원 업무망에 대한 공격이지 원전제어망의 공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원전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란의 경우 ‘스턱스넷’이라는 사이버 공격을 받고 천연 우라늄 광석을 농축하는데 쓰이는 원심 분리기 1000여개가 파괴돼 1년 가량 원전 가동이 중지됐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이란이 받은 사이버 공격인 ‘스턱스넷’의 경우 USB와 네트워크 공유 폴더를 통해 전파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USB 포트가 다 막혀 있고 망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공격’논란과 관련해 테러범의 실체와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하자, 검찰은 정부 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원전 해킹 사태와 관련해 ‘노후 원전 반대’라는 면에서 입장이 같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긴급성명을 통해 “우리는 핵 발전 정책에 반대하지만 이번 해킹 사건을 비롯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행동은 “(사이버 테러가)실제 핵발전소를 폐쇄시키는 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환경운동연합의 안재훈 에너지기후팀장은 “일단 해킹자체에 원전이 노출이 됐다는 것은 원전 시스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사이버 테러는 원전을 멈추는 데 올바른 방법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팀장은 “한국처럼 이미 원전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더 높이려는 나라는 없다”면서 “지금 당장 원전의 모든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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