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은거해 살아가는 구도자나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2014년이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 해란 말에 무슨 토를 달 수 있으랴!

엄청난 사건들이 2014년이란 시간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때론 강타하듯 때론 칼로 베듯이 지나갔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이다. 2014년에 일어났던 현대사에 남을 만한 사건·사고들은 아직 우리 곁을 지나가지 않았다. 그 충격과 전율과 울분, 허탈과 상실감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은 2015 을미년까지 이어져 어쩌면 타성적인 삶을 강제할 지도 모른다.

이런 줄 알기에 사람들은 새해나 절기 또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마음을 새롭게 정리한다는 뜻에서 자기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 다짐과 각오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초반에는 새로운 다짐으로 결심을 단단히 한다.

크게 담뱃값 오르니 이참에 아주 금연하겠다는 사람, 날씬해지려고 체중을 줄이겠다는 사람, 술을 끊고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사람, 신앙 생활을 더 성실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바쁜 세상에서 좀 느긋하게 살아보자고 천천히 걷자고 하는 사람, 좀더 친절하고 따스한 사람이 되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새해 새 결심을 한다.

이 각오들은 대부분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부터 시작해 다른 일상, 다른 미래를 만들어보겠다는 소박한 소망이다. 도전과 고통이 따를지 모르나 성취 가능한 목표들이다.

그러니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둥 ‘이번에 과연 며칠이나 갈지 두고 볼까’라는 식으로 대하기보다는 옆에서 잘 되라고 응원의 눈빛이나 가벼운 호응의 말 한 마디를 해주는 것이 유용한 덕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새해 결심이 고생만 죽어라고 하는 휴가를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남들 보면 모두 야무진 새해 구상을 하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새해를 준비하는 것 같아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덤벼들었다가 그야말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돼 가족과 친구들한테 가벼운 조롱을 당한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듯하다.

2014년 1월에 스크랜턴 대학의 임상심리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5%가 새해 결심을 하는데 이 중 겨우 8%만 성공했다. 또한 이들 연구 결과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는데, “자신의 결심을 분명하게 밝히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그들의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이 10배 이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타겠다는 결심을 한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식의 결심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글쓰기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지역 백일장에서도 상 타기가 곤란하고, 또 사랑이나 연애에서 자신의 의지가 반드시 타인에게도 통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새해 결심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또한 하루하루 작은 성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작은 성공이 쌓여서 큰 성공이 이뤄지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많은 현대인들이 과정을 경시하고 결과에만 치중하는 듯하다. 이는 새해 결심의 성취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마저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발생한 사건의 악령들이 현재를 지배하는 상황을 허용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저 커다란 코끼리를 어떻게 다 먹나?”라고 누군가 행복한 고민을 했다. 과연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한 번에 한 입씩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한해 독자 여러분 모두가 과정 속에서 보람과 기쁨과 웃음을 느끼는 삶을 살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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