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아내가 출산했을 경우 단기휴가 지급추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아내가 출산했을 때 남성에게 3일간 휴가를 주는 '아버지 출산휴가제'를 법제화해 2008년부터 시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내가 출산했을 경우 3일간의 단기휴가로 유급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연차휴가를 모두 써 사용할 수 없다면 무급 출산휴가를 갈 수 있도록 근로자의 선택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추진 방향이었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노동계 일부에서는 당정이 아버지 출산휴가의 유급화를 못박지 않아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라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적정 휴가일수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네덜란드는 2일이지만 스웨덴과 뉴질랜드는 2주, 핀란드는 3주의 아버지 출산휴가를 주고 있다. 아버지 출산휴가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유급화 또는 무급화 여부, 적정한 휴가 일수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가족부 주최로 4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아버지 출산휴가제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린다. 양승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실장은 "아버지 출산휴가 기간을 1주일 이내로 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급화해야 하며,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내년에라도 조기 시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주간 유급화해야 = 전북대 윤홍식 교수는 미리 배포된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3주간의 아버지 출산휴가를 제안하며 "실효성 있는 아버지 출산휴가제가 되기 위해 유급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아이를 돌볼 때 임금 보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가족이 경제적 곤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버지 출산휴가제를 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는 월 40만원의 육아휴직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2004년도 도시근로자 월 평균 임금 175만원의 22.9%에 해당한다"며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대체율 22.9%는 유급휴가를 제도화한 OECD 10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출산한 여성이 정상적 생활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산후조리 기간으로 3주를 생각하는 관습에 따라 아버지 출산휴가 기간을 3주로 제시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 세종12년 10월19일자 기록에 관비가 출산할 경우 산전 1개월부터 산후 100일간 휴가를, 관비의 남편이 관노인 경우 30일간의 휴가를 각각 줬다고 쓰여져 있다. 또한 경국대전을 보면 관비에게 출산전후 80일의 휴가를 줬으며 남편이 관노인 경우 15일간의 휴가를 줬다는 것. 윤 교수는 "한국 남성에 대한 육아 지원정책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며 "아버지 출산휴가는 없고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은 낮고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절대 다수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부담ㆍ양극화 심화될 것 = 경제단체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지정 토론자로 참가하는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토론문에서 "황 교수의 발제문은 기업과 국가경제 전체의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현재 관련 제도는 세계 최상위 복지 선진국을 제외하면 뒤지지 않는 수준인데 이상적 복지시스템 구축을 위해 과도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출산휴가와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휴일과 휴가일수는 145-167일로 일본, 미국, 프랑스보다 훨씬 많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쉬고 있다"며 "이런데도 또다시 휴가를 신설하는 것은 휴가사용의 포괄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는 연차휴가(15-25일)의 존립목적을 훼손시킬뿐 아니라 새로운 목적휴가 신설을 남발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당정이 제시한 아버지 출산휴가제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규직에게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라며 "출산과 양육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종합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정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무급 출산휴가를 사용하라는 것은 너무나 형식적인 방안"이라며 "적정한 소득대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아버지 출산휴가는 정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