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롯데시네마 ‘갑질’ 제동…업계 ‘환영’

 

▲ 공정거래위원회가 CJ 및 롯데 계열사들의 ‘개봉관 몰아주기’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계열배급사나 자기회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서만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몰아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해 각각 과징금 32억원과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자사나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한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5억 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아울러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취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메스를 빼들고 대기업의 ‘갑질’을 미연에 방지하는 규제를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며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과징금을 부과받은 두 업체가 법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 및 롯데 계열사들의 ‘개봉관 몰아주기’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22일 계열배급사나 자기회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서만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몰아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해 각각 과징금 32억원과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

◆개봉관 몰아주기·갑질 ‘철퇴’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계열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수, 상영기간, 상영관 크기 등을 유리하게 제공해왔다. 또 일부 대작에 대해서는 전주 관객순위가 저조함에도 상영기간을 늘려 다른 영화가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자사나 계열사 영화 가운데 일부 대작은 적정한 기준보다 많은 수의 스크린을 편성했다. 예를 들어 CJ CGV는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에 유사 작품 흥행 실적이나 시사회 평가에 비쳐 적정 스크린 수보다 많은 스크린 수를 편성했다. 아울러 ‘광해’ 역시 좌석 점유율이 경쟁 영화보다 떨어졌지만 연장 상영했다. 이런 이유로 CJ CGV는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 받았다.

롯데시네마는 흥행 성적이 떨어지는 자사 배급 영화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 준 점이 문제가 됐다. ‘돈의 맛’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타사 영화인 ‘내 아내의 모든 것’보다 좌석 점유율과 시사회 평점이 떨어졌는데도 3배 많은 스크린을 배정 받았다.

롯데시네마는 자사가 배급한 ‘음치클리닉’을 롯데시네마 각 극장에서 좌석 수가 가장 많은 스크린에, 이전 흥행 성적이 높은 다른 배급사의 영화는 적은 스크린에 배정했다. 같은 이유로 롯데시네마는 23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롯데시네마와 배급을 담당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모두 롯데쇼핑 소속이다.

아울러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배급사와 사전협의없이 할인권을 발행했다. 영화 입장권 수익은 상영관과 배급사가 일정비율로 분배하고 있어 할인권 발행 시 수량 등에 대해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상영관들은 할인 쿠폰이나 1+1 행사 등을 할인권을 발행하면 입장객이 늘기 때문에 매점 매출 등 부가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배급사는 가격 할인으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이밖에 CJ E&M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제작사와 모든 투자계약에서 자사가 투자한 금액에 대한 7%에 상당하는 금액을 투자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투자지분에 따른 투자수익은 수익대로 얻고 투자에 대한 위험은 제작사에 전가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논란이 일자 CJ E&M은 사건심사 중인 지난 9월 금융비용 조항을 삭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CJ와 롯데에 대한 제재 심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심의를 이틀 앞두고 업체들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개선방안을 제안할 경우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하고 심의를 재개했다. 사업자의 동의의결 신청은 이번에 네 번째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출한 개선방안을 자발적으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영화 관련 대기업이 계열사 및 자사 영화를 부당하게 우대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배급·제작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재미있고 좋은 영화를 제작·배급한 사업자가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CJ와 롯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극장의 83.5%가 멀티플렉스 극장인데 이중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한다. 국내 관객의 98.4%는 멀티플렉스에 영화를 본다.

CJ와 롯데는 각각 CJ CGV와 롯데쇼핑(롯데시네마 사업본부)을 통해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CJ E&M 및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배급을 한다. 상영관 몰아주기 외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고발조치와 관련,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법정공방으로 치달을 것인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업계는 “수십 억 원대의 과징금은 적은 액수다. 과징금을 물고 비슷한 행동을 하면 그만인 것 아니냐. 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암’에 ‘메스’ 댄다
정부는 공정위의 제재에 그치지 않고,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메스를 댈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상영관별로 스크린 수와 기간 등 상영정보를 공개해 계열사가 제작하거나 배급한 영화에 더 많은 상영관을 할애하는 행위를 실시간 감시하기로 했다. 또한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에는 정부펀드의 투자를 금지해 자금의 집중을 방지하기로 했다.

상영정보 공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이뤄진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개 멀티플렉스 체인은 영화상영관별로 상영 중인 영화의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문체부가 출자해 결성되는 콘텐츠 관련 모태펀드의 경우 내년부터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작품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펀드 가운데 220억원가량이 영화산업에 배분되고 펀드운용이 통상 4년, 중소제작사 배분율이 50%임을 감안하면 연간 27억5,000만원가량이 중소제작사에 더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투자제한 조치는 최소 3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한중 공동펀드와 같이 해외 진출과 국제적 경쟁을 위한 콘텐츠 투자 펀드의 경우 예외를 두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규제적용이 없었다면 330억원 가량이 CJ엔터나 롯데엔터가 배급하는 영화에 투자됐을 것”이라며 “투자가 중소배급사를 통해 시장에 선보일 우수한 영화에 이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범 문체부 1차관은 “업계의 상생 노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조치사항과 시정명령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의 핵심 중 하나인 상영관의 대기업 집중에 대한 대책이 부족해 ‘반쪽짜리’ 수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상영관 가운데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으로 이러한 독과점이 영화계의 불공정행위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환영’…CJ·롯데는 “법적 조치”

▲ 공정거래위원회가 CJ 및 롯데 계열사들의 ‘개봉관 몰아주기’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계열배급사나 자기회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서만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몰아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해 각각 과징금 32억원과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공정위 결과에 대해서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있어서 최종 의결서를 받은 뒤 신중하게 검토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CJ CGV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공정위 조치에 대해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최종 의결서는 3~4주 후에 나와 아직 받지 못했다. 받아 보고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수긍이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두 편의 영화를 두고 CJ CGV 전체로 확신하는 데 문제가 있다. 근거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공정위의 심도 깊은 조사와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협의 배장수 상임이사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멀티플렉스 측의 무료 초대권, 디지털영사기 사용료 강제 징수, 투자 정산 지연 문제 등 여러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 이사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불공정 행위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데, 이는 대기업이 투자와 상영, 배급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영화계의 자구 노력, 공정위의 감시 등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영화산업 구조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 30일 CJ E&M이 배급한 ‘명량’이 개봉했을 당시 열흘 동안 하루 평균 7,000회씩 상영됐는데, 당시 전국 스크린에서 상영된 영화가 91편이었지만 명량을 포함한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있던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98%에 달했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멀티플렉스 측이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배 이사는 특히 “멀티플렉스 측에서 법적 대응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과 별개로 우리 대기업의 영화 배급과 상영을 분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해 영화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대기업의 영화 상영 시장 내 차별 행위에 대한 첫 법 집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후 시장 질서에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재 결정은 영화 산업 시장의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시발점일 뿐”이라며 “영화계에는 불공정 거래와 대기업의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여전히 같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직접적인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영화 한 편으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 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는 마당에 과징금 수십 억 원은 적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자사 또는 계열사 영화 몰아 주기는 끊임없기 제기된 문제”라며 “수십 억 원대의 과징금은 적은 액수다. 과징금을 물고 비슷한 행동을 하면 그만인 것 아니냐. 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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