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부추기는 언론, 이대로 괜찮나

▲ 지난달 19일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토크문화콘서트’에서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불거졌다.ⓒ뉴시스
작년 한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RO(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 총책임자로 체제전복을 위해 내란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사건, 일명 ‘RO 사건’으로 ‘종북 논란’이 들끓었다.

이후 지난달 19일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토크 문화콘서트’를 계기로 종북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이날 신씨는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했고, 보수 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종북’이라며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신씨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은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토크 콘서트장에서 인화물질을 투척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졌다. 보수단체는 이 소년을 ‘구국지사’로 추앙했고, 진보단체는 그를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에 ‘신은미 발언’은 이념 공방으로 까지 치달았다.

지난달 19일 신은미는 총 6번의 방북을 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바를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토크문화콘서트-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진행 중 털어놨다. 이 행사는 6·15남측위원회 서울본부에서 ‘북한을 바로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다.

한편, 같은날 유엔(UN)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이 있는 북한 고위급 인사를 제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신씨는 콘서트장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지도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현재 그 후폭풍으로 보수·진보 양 측의 이념공세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념 공세 논란의 ‘불씨’

지난달 19일에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토크문화콘서트-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 당시 신씨는 “(북한 주민들이) 젊은 지도자에 기대감이 차 있고 희망에 차 있는게 보였다. ‘원수님 만나셔서 사진 한 장 찍으라’고 할 정도로 친근한 지도자 같았다”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씨는 “북에서는 세쌍둥이가 6kg이 될 때까지 산원에서 돌보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섬세한 마음과 제도가 이렇구나(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활빈단 등 보수단체는 북한을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한 신씨와 황씨를 콘서트 당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1일 신씨에게 1차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신씨가 이를 거부해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신씨는 14일 1차, 15일 2차, 17일 3차 조사에 응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해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나온 발언 중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한 부분이 있었는지와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위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 황선 토크콘서트에서 19살 고교생 오모군이 인화물질이 든 냄비를 연단 쪽으로 던져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오군은 구속됐다. 오군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발성물건파열치상, 건조물침입죄,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위반, 특수재물손괴 등 총 4가지다.

이와 관련해 보수 인터넷 매체 ‘독립신문’의 대표 신혜식은 사건 당일(10일) 오군의 법률 지원을 위해 자신이 진행중인 팟캐스트 후원금을 오군에게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신 대표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1882만원의 모금액이 걷혔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중 550만 원은 실제 오군의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사용됐다.

대한민국구국채널,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6개 보수단체는 오군의 구속에 대해 전북 익산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은미씨 등 종북세력에게 응징을 가한 오군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공권력이 손을 놓고 있어 분통과 불안에 휩싸이던 시기에 익산에서 애국지사에 의한 의거가 일어났다. 19세의 고교생이 종북세력에 항거에 애국혼과 구국혼을 불러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인화물질 투척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권연대, 익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민주노총,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등 10개 진보단체는 전북 익산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은미·황선 통일콘서트를 방해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화물질 투척 사건을 ‘사제 폭탄테러’로 규정하고 “테러는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폭력”이라며 오군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 보수단체들이 종북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뉴시스

◆‘색깔론’ 불쏘시개 언론

이렇듯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이 극에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여론 조사결과가 있었다.

지난 8월4일 <MBC 뉴스>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의 현황과 원인을 조사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문화방송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7월28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조사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 수준은 OECD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갈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갈등(72%)으로 조사됐다.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과 대화의 부재(27%)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이해관계의 대립(25%), 가치관 충돌(19%), 부정확한 정보 유통(14%), 기타(15%)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과 관련된 정보 판단의 경로에 대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방송(46%), 인터넷 뉴스(34%), 신문(10%), 기타(10%) 순으로 주로 방송매체를 꼽았고,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절반 이상(52%)이 인터넷뉴스, SNS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뤄야할 책임에 대해서는 대통령(37%)과 국회(23%)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중앙정부(21%) 순이었다. 언론도 4위(8%)를 차지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갈등당사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응답(52%)이 절반을 넘었다.

이는 객관적 사실 전달과, 건강한 담론의 장 마련이라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이 붙이는 수식어는 사회적 파장이 따른다.

지난달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서울 한복판서 北 찬양, 평양서 ‘南 칭찬’ 한번 해보라>에서는 신씨의 발언을 ‘종북’으로 낙인찍었다. “19일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옹호하면서 북 체제를 찬양하는 토크쇼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진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 상황을) 참 다행이라고 여길 것’ ‘탈북자 80~90%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북 주민들이 60불, 80불 받으면서 개성공단에서 일해주는 건 (한국에) 퍼주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몇몇 보수 일간지와 종편은 일제히 신씨를 ‘종북’이라는 과녁에 매달아놓고 화살을 쏘아댔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은 신씨에 대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종북’ 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논란을 가중시켰다.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탈북자 출신 또는 보수 색채가 강한 인사를 출연시켜 “두 여자의 종북 궤변쇼, 서울 한복판이 뚫렸다”, “북한에서 지령을 받은 간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 역할을 하라고 한 것”, “종북 세력들은 새로운 진지를 구축했다고 생각할 것”, “종북의 뜻도 모른다며 연일 언론 탓을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을 프레임에 담았다.

▲ 진보단체들이 ‘신은미·황선씨 토크콘서트’를 방해할 목적으로 10대 고교생이 화학물질을 투척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종북’ 주홍글씨, 남북관계 저해

‘신은미·황선 콘서트’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신은미, 황선 순회 토크 콘서트의 적절성을 묻는 긴급 현안조사를 한 결과 61.0%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적절한 행동이다”는 의견(14.5%)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리얼미터는 정당지지층과 연령, 지역 등 모든 집단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보다 우세했다고 밝혔다.

정당 지지층별로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86.7%로 가장 높았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도 47.6%가 이같이 생각했다. 전체의 30.6%를 차지한 무당층에서도 53.0%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은 새누리당 지지층 2.4%, 새정치연합 지지층 23.1%, 무당층 12.5%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은 60세 이상에서 80.7%, 50대에서 74.0%로 매우 높았고, 다음으로 20대(19세 포함) 54.4%, 40대 50.8%, 30대 44.6% 순으로 높았다.

“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은 40대에서 31.3%로 가장 높았고, 50대 12.9%, 30대 11.6%, 20대 8.4%, 60세 이상 6.4%로 조사됐다.

이로써 국민들 절반 이상이 신은미·황선씨의 토크콘서트를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생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일간지와 종편은 연일 ‘종북 논란’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들을 쏟아내며 기름을 붓고있다.

시민단체연대회의의 관계자는 “언론의 종북몰이식 보도로 인해 민간차원의 통일운동과 교류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그런 것(통일운동)들 하는 단체들은 본인들 단체들이 종북이라고 낙인이 찍히는 순간 활동이 어려워진다. 언론의 종북몰이가 이런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참여연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큰 과제 중 통일에 대한 사항이 있다. 종북이라고 하는 형태로써, 통일에 대한 건설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보다 갈등, 서로를 배척하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문제다”라면서 “또한 이런 것 들이 시민들에게 전달돼 막연한 불안감, 반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고등학생의 인화물질 투척사건의 경우에도 일차적으로 잘못은 그 학생에게 있다”면서도 “대립, 갈등, 종북이라고 하는 모호한 형태의 주홍글씨를 만들고 그걸 맹목적으로 추종하도록 하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종북 몰이에 대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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