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4 한국의 사회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11명은 취업이나 단체 가입 등 사회 활동이 전혀 없거나 사회적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하는 ‘완전 고립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조건이 다소 좋은 ‘거의 고립’ 상태까지 포함하면 100명 중 26명에 달한다.

2014년 11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40만 명으로 전문가들은 2026년엔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곧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으로 가정했을 때 1,200만명이 65세 이상이며 현재 기준으로 이 중의 26%인 약 312만명이 ‘완전고립’이나 ‘거의 고립’ 상태에 처한다는 말이 된다.

이제는 노인들이 스스로 고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배우자와 헤어질 가능성이 높고 자녀들은 직업 등의 이유로 헤어져 살아갈 확률도 높다. 그러나 고립된 상황이라도 독립 할 수 있다면 노인 나름대로의 즐거운 인생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즐거움이란 초탈의 즐거움으로 혼탁한 세상사를 접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부화뇌동하지 않고 차분히 관조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조건이 성숙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젊음이 늙음보다 좋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이제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의 활력과 고령화 세대가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폭넓은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늙음과 젊음은 삶의 한 단계 내지 국면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름대로의 희노애락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충만함과 부실함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통계를 보면 2013년 10대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2시간 25분이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1시간 44분이었다. 그런데 이 싱싱한 세대에게도 언젠가는 늙음이 찾아온다. 이 청소년들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됐을 때도 하루에 2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이용할지 아니면 다른 것에 몰두하게 될지 지금 결정하긴 힘들다. 그때가 되면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월등한 능력을 갖춘 단말기나 아니면 몸에 이식하는 장치가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스마트폰의 기능을 갖춘 도구는 진화를 거듭하며 거듭 탄생할 것이다. 인간을 ‘호모 파베르’라고도 하는데 ‘도구적 인간’이란 말이다. 인간은 저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하루하루 살아왔다. 고립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도구가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일지 모른다.

쓸모 있는 도구가 있다면 노인은 그다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외롭기는커녕 외로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노인에게는 젊은이에게 희소한 경륜이 있다. 이는 책으로 아는 알음알이의 수준을 넓어 세상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이며 사물과 사건의 인과관계,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예리함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지성을 지혜라고 부른다.

얼마 전 서울의 ㅅ구에서 노인 대상 스마트폰 강좌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60대 이상 노인들도 하루에 약 50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좀더 다양한 내용을 가르쳐 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을 몰라도 문자를 보내고 전화 통화만 할 수 있다면 고립된 노인들에게도 삶의 보람을 느낄 만한 일이 많이 있다.

그 하나를 들면 독거노인들과 세상살이를 버거워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이어주는 일이다. 노인들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 많기 때문에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 청소년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나 비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에게 할아버지나 할머니 상담사가 처음에는 문자로, 그 다음에는 전화 통화로, 다음에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게 된다면 노인은 노인대로 고립을 피할 수 있고 청소년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 청소년들을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인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이때의 고립은 삶의 보람이 따르기에 독립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고 싶어 자서전을 쓰기도 하고 언론에 자기 얘기를 실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들의 경륜이 담긴 인생 이야기는 스마트폰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갈 곳 몰라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연결돼 삶의 방향을 열어주는 지혜가 될 수 있다. 아마 어딘가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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