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종의 상품과 편의는 합격, 입장 관리와 주차, 고장 대처는 불합격

▲ 이케아 오픈 첫 날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세계적인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 1호점을 공식 개점한 가운데 신선하고 배려가 좋았다는 평가와 전체적으로 불편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다.

18일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 유통업체 이케아가 광명시 일직동에 국내 1호점을 열고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간 일본해 표기 지도나 임금 눈속임 논란에 해외 이케아 매장보다 가격이 비싼 제품들로 인해 벌어진 ‘호갱’ 논란에도 시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이케아 매장을 직접 방문한 고객들은 저마다 불편했던 점과 좋았던 점을 늘어놓았다.

이날 이케아 광명점은 개장 시간 전부터 수백명의 행렬이 각 입구에 길게 늘어서 인산인해를 이뤄 그간 벌어진 논란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이케아는 이미 지난 15일 미디어 데이를 통해 매장 내부가 공개됐고 16~17일에는 패밀리 회원들 14000여명을 대상으로 오픈한 바 있음에도 곳곳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입구의 대기 공간이 야외나 주차장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대기 고객들은 한파 속에 수십분 이상을 떨어야 했지만 안전을 이유로 입구별로 25~50명 단위로 순차 입장을 실시해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져 불만이 속출했다.

▲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인 스몰란드의 모습. 넓은 면적에 직원들도 많이 배치됐지만 이용 시간이 하루 한 번 한시간으로 제한돼 많은 불만이 쏟아졌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총 2천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개장 한 시간 이후부터 꽉 들어차 진입에만 수십 분이 걸렸고, 수용이 불가능해지자 진입 대기 차량들이 길가에 늘어서 덕안삼거리~KTX광명역 약 1㎞구간이 정체를 빚기도 했다. 여기에 이케아 광명점과 연결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방문 차량과 인근 코스트코 광명점 방문 차량들까지 얽혀 주변 도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첫 오픈이었던 만큼 오픈 직후 입구로부터 쇼룸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이케아의 국내외 직원과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광명점 점장 등 임직원들이 스웨덴 국기와 태극기가 앞뒤로 인쇄된 국기를 흔들며 뜨거운 환영인사를 보냈다.

▲ 판매 상품들이 실제 방처럼 배치돼 있는 60여개의 쇼룸 중 하나의 모습. 사진 / 홍금표 기자

고객들은 실제 방처럼 꾸며놓은 60여개에 달하는 쇼룸을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 배치되는지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상품 번호와 사이즈 등을 메모할 수 있도록 연필과 메모용지, 줄자 등을 무료로 제공한 점도 높은 점수를 얻었고 마주치는 모든 직원들의 친절함도 돋보였다.

직원들의 도움으로 주방 등을 실제로 설계하고 꾸며볼 수 있는 부스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날이 갈수록 설 곳을 잃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건물 내부에 위치한 흡연실은 애연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등은 김치볶음밥이 2천원에 불과하고 핫도그와 콜라 콤보가 1천원에 제공되는 등 저렴한 가격과 알찬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깔끔한 구성과 수천가지의 다양한 물품이 간결하게 정리된 모습에 이케아 광명점을 찾은 고객들은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특히 만원 이하의 다양한 소품들이 배치돼 싱글족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어린이 놀이방을 표방한 ‘스몰란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 가능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고 하루에 한 번만 이용가능해 축구장 8개 크기에 달한다는 이케아 매장을 다 둘러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 아니냐는 원성이 새어나왔다. 이에 대해 이케아 측은 “더 많은 아이들이 스몰란드에서 놀 수 있도록 형평성을 위해 1시간으로 제한했다. 1시간이 지나면 미리 작성해둔 부모 연락처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 이케아가 운영하는 푸드코트의 모습. 저렴한 가격과 깔끔한 구성으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또한 안전 이유로 입장을 통제했을 만큼 쇼룸을 지나치는 통로가 너무 좁아 여기저기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띠었고 입장 대기를 지연시키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인파가 붐비면서 이처럼 미로같은 이케아 특유의 통로 구성은 가구를 둘러보는 사람과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뒤엉켜 지나치게 시끄럽고 불편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대적으로 홍보한 조립과 설치 서비스도 아직 시행되지 않아 황당한 표정을 짓는 고객들도 있었다. 이케아는 주방·욕실·수납장 등 설치가 까다로운 제품의 조립서비스를 배송 신청한 고객에 4만원 이상의 추가 요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이케아 관계자는 “배송과 조립을 받은 협력업체의 시스템 문제와 인력 부족으로 아직 조립과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혀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개시 시점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케아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 창고에서 고객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여기에 생각보다 태그에 따라 구매 방법이 달라지는 복잡한 구매 시스템도 낮은 점수를 받았고 출입문이 고장나는 해프닝까지 발생해 불편을 겪은 고객도 속출했다. 한 번 주차장으로 빠져 나오면 다른 층의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다시 매장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가야 하는 불편함도 감지됐다. 두 대의 에스컬레이터 중 한 대는 오픈하자마자 멈췄지만 별도의 계단이 없어 고객들은 직접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상품 진열과 쇼룸, 흡연실과 합리적인 가격의 식당 등의 배려가 돋보인 부분도 많았으나 많은 인파에 대한 대처 부족과 교통정체 우려, 복잡한 구매방식 등의 불편함도 눈에 띠었다. 여기에 자잘한 설비 고장과 서비스 미개시 등의 사항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한 몫 했다. ‘불편을 판다’는 이케아가 ‘불편’을 억지로 ‘안겨줄’ 것인지, ‘팔’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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