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참여 확실시 되던 KRR 막판에 발 빼

▲ 팬오션 인수전에서 막판에 KRR이 발을 빼면서 하림그룹이 단독 입찰해 사실상 인수가 유력해졌다. ⓒ뉴시스

지난 16일 진행된 팬오션(옛 STX팬오션) 매각 본입찰에서 참여가 확실시돼왔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 사실상 하림그룹의 인수가 유력하게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KRR이 본입찰 마감 직전에 응찰을 포기함으로써 팬오션 인수전은 하림이 단독 입찰한 모양새가 됐다.

전날 하림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를 인수 주체로 현재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팬오션 매각 주간사회사인 삼일회계법인에 응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림그룹은 국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팬오션 인수를 준비해 왔다.

단독 입찰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법원은 조만간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팬오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단독 입찰 소식과 더불어 9천억원 대로 알려졌던 하림의 인수 대금이 실제로는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자 하림홀딩스와 하림 등 관련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하림의 1조원 베팅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지주사인 하림홀딩스가 1조원을 전부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금조달에 관한 세부사항을 봐야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가 있을 것이고, 여러 계열사를 통해 부담을 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 역시 지난 16일 자금 조달 계획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단독입찰이기 떄문에 인수가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에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그룹 내 사료 제조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 외에도 천하제일사료, 팜스코, NS홈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약 4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사료 분야는 연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하림그룹은 응찰 서류에서 “곡물 벌크 운송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 인수를 통해 국제 곡물유통사업 진출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오션은 2012년 12월 STX그룹이 매각 추진을 발표한 뒤 한 차례 공개 매각에 실패한 바 있으며 올 10월부터 공개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팬오션은 국내 건화물 해상운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 LNG선 등의 분야에서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은 철광석, 석탄, 곡물, 비료, 원목 등의 벌크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설립된 후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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