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유통사업 꼭 진출”…배 이상 뛴 인수가에도 ‘통큰’ 결단

▲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구매해 화제를 모았던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사진)이 배 이상으로 뛴 인수가에도 팬오션 인수전에 참가하는 결단을 내렸다. ⓒ뉴시스

16일 진행된 팬오션(옛 STX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하림그룹 컨소시엄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등 2곳이 참여해 인수전이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컨소시엄 측은 하림그룹 내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를 인수 주체로 한 입찰서류를 팬오션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에 제출했다. 최근 팬오션에 대한 실사를 마친 KKR 역시 이날 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들 2곳이 제출한 팬오션 입찰가는 약 9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은 국내 건화물 해상운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 LNG선 등의 분야에서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은 철광석, 석탄, 곡물, 비료, 원목 등의 벌크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설립된 후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지난달 모나코 왕실이 소장해오다 경매에 내놓은 나폴레옹의 모자를 약 26억원의 사재를 들여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당시 하림 측은 “김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하림그룹이 과감하게 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김 회장의 도전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진행된 팬오션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던 곳은 이들 2곳 외에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대한해운컨소시엄, 도이치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3곳은 이날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팬오션 인수전 초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6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26일 법원이 85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인수조건으로 내걸면서 이들 3곳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본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실제 입찰 가격이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하림그룹 측은 곡물 벌크 운송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축산 및 식품업계의 숙원인 국제 곡물유통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본입찰 참여 취지를 밝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곡물 수입국이지만 곡물 조달의전 과정을 국제 곡물 대형사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사업 진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3.1%에 불과해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사료곡물의 경우 사실상 전량(97.3%)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한 하림그룹 측은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이는 와전된 것며 자금 확보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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