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경비원 이모(53) 씨가 입주민의 폭언에 분신자살을 시도해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7일 숨진 사건이 일어났던 압구정 소재 아파트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번엔 경비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압구정 소재 아파트 입주민인 20대 남성 A씨는 10일 오후 6시 40분쯤 정문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56) 씨를 불러내 “왜 불쾌하게 쳐다보느냐”고 따졌고 경비원 이씨가 “쳐다본 적 없다”고 대답하자 바로 주먹과 발로 그를 폭행했다.

A씨의 폭행은 이웃 주민들이 말리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후 중단됐지만, 경비원 이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폭행 혐의 가해자 A씨는 지난달 7일 숨진 경비원 이모 씨(53)가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지목한 여성과 같은 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승무원에 대한 갑(甲)질을 계기로 '갑의 횡포'가 또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일 뉴욕 JFK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전 승무원의 견과류(마카다미아 너트)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린 사건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외신이 비중 있게 보도하며 해외 톱 뉴스 랭킹 1위에 오르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12일 딸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파문과 관련 조 부사장의 국토부 출두 한시간 반 전인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다시 한번 사죄 말씀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사실 재벌 오너를 비롯한 소위 가진 자들이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갑질’의 도가 지나쳐 상대방인 ‘을’에 대한 경제적 착취나 노동력 착취를 넘어서 인격적 모독까지 비일비재 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갑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들은 우리사회 빙산의 일각이다. 사회 곳곳에서 본인보다 밑에 사람이거나 가난하다고 생각하면 무시하고 짓밟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여러 가지 ‘갑’질 중 가장 나쁜 폐해는 바로 사회적 약자인 ‘을’에 대한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은 그래도 사회 상류층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갑’의 사람들이 이것을 망각 한다면 바로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갑’의 사람들이 솔선하여 ‘갑질’이 아닌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존중받는 ‘갑’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박경숙 stephan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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