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호랑이, 여우 다음은 늙은 용?

▲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201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했을 때의 모습. 화살표가 저우융캉. 출처=NTD.TV 화면 캡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부패 등의 혐의로 당적을 박탈당하고 검찰에 넘어갔다. 12월 5일 자정 무렵 친공산당 매체인 신화통신은 저우융캉이 당 기율 위반, 직위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뇌물수수, 권력 남용, 국고 손실과 당과 국가의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 등으로 공산당에서 축출됐다고 보도했다.

저우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 실세 중의 실세였다. 그는 후진타오 체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다. 중국 공산당의 지배기구는 셋으로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있고 정점이 상무위원이다. 또한 그는 공안·사법·정보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냈다. 저우는 1976년 문화혁명이 끝난 이후 당에서 축출된 최고위직이다.

뱀장어 어부 집안에서 태어나다

저우융캉은 1942년 10월 중국 동부의 벽촌에서 뱀장어를 잡는 어부의 삼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저우는 열심히 공부해서 뛰어난 학업 성적을 보여줬다. 그는 1961년 현재 중국 석유대학인 베이징 석유 학원에 입학해 석유 탐사에 대해 공부했다. 저우는 자기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갔다.

1967년 그는 중국 동북부 다칭(大慶)에 배치된 뒤부터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에 랴오허(遼河) 석유탐사국을 이끌었고 중국 동북부의 랴오닝(遼寧)성 판진시의 시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베이징에서 석유공업부 부부장을 지냈다.

베이징에서 저우는 국영 중국석유회사로 옮겨가 거기서 10년 동안 근무했는데 마지막 2년 동안은 사장을 역임했다. 국토자원부장을 짧게 거친 뒤에 저우는 쓰찬(四川)성 서기가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3년 만에 그의 후배 및 동료들과 함께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했다. 저우의 당적 박탈 이전에 이들이 먼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저우는 2002년 베이징으로 돌아가 공산당 정치국에 들어가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로 발탁됐다. 5년 후에 그는 자신의 정치 이력에 정점을 찍었다. 중국 공산당 내 9인만이 차지할 수 있는 상무위원회의 한 자리를 꿰찬 것이다. 상무위원의 권력은 ‘전능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중국 최고의 의결 기구이다. 저우는 이 동안 2012년 은퇴할 때까지 정치와 사법 현안들을 결정하고 총괄 관장하며 공안 황제로 군림했다.

시 주석, ‘파리 호랑이는 물론, 여우도 때려잡자’

2012년 11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반부패의 기치를 내걸었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싸움은 공산당에게 생사 문제와 다름없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시 주석은 당 간부들의 만연된 부패가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믿음을 갉아먹고 통치의 합법성에 대해 도전하게 만든다고 선전했다.

시 주석은 ‘고위 부패 관료인 호랑이와 하위 부패 공무원인 파리를 함께 때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여우’를 잡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여우란 부당이득을 취한 후 외국으로 도망간 부패한 공산당 간부들을 말한다.

시 주석의 반부패 의지가 피력된 후로 중국 인민들과 세계는 과연 그가 공산당 상무위원에까지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까 하는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바로 칼을 들이밀지는 않았다. 당 내 권력 정비를 위해 시간을 벌었다. 시 주석은 느리지만 치밀하고 단단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저우는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는 그해 11월 18차 당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당 대회가 끝나고 불과 18일만에 저우의 최측근인 리춘청(李春城·56) 쓰촨성 부서기가 수사 대상에 올라 최종 타켓은 저우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 뒤 몇 달에 걸쳐서 쓰촨성에 남아 있는 저우 충성파들과 에너지 및 석유 업계 라인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됐다.

저우가 공식석상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때가 2013년 10월이었다. 그해 12월 당 지도부는 저우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언론들은 저우의 300명이 넘는 친인척들에 대한 수사가 착수됐다고 보도했다. 저우 라인의 간부들이 줄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다.

7월 당은 저우 전 서기와 그의 동료들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월 초에 당 정치국은 저우의 당직을 박탈하며 국가기밀 누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걸어 검찰에 넘겼다. 또한 적어도 900억 위안의 자산이 그의 가족과 동료로부터 압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당 협조 여부에 달린 저우의 미래

중국의 언론 환경에 따라 정확히 그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불명료하지만 저우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고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당이 원하는 대로 협조를 해주느냐에 따라 형량 등 그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우 재판이 공개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재판 과정에서 저우의 국가기밀 내용이 ‘누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공산당 실세들과 관련해 추잡스런 비밀들이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공산당 상무위원회는 그러나 홍콩 ‘우산 운동’ 시위대에게 법치를 강조한 전력이 있어 제한적 비공개 재판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미-서방에 전하는 메시지?

저우융캉이 사실상 몰락함으로써 가장 덕을 볼 사람은 누구일까 한 전문가는 “이번 체포의 가장 큰 메시지는 시 주석이 다른 정파의 정치적 저항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확고한 권력 장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선데이타임스에 말했다.

중국 친공산당 매체들은 7일 저우 전 서기의 체포를 일제히 환영하며 이를 고위 공산당원들도 가혹한 반부패 추진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부패는 당의 건강한 조직을 침입한 암이다”며 저우 전 서기의 체포를 환영했다. 이어 “우리는 부패와의 투쟁을 철저히 진행하기 위해 저우 전 서기의 무거운 불법 행위들을 조사하고 처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는 명백히 틀린 말이다. 시 주석 계파의 부패는 반부패 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 주석은 공산당 내 부패를 일소한 인물로 역사에 남기를 원한다. 그러나 역사는 그것을 프로파간다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반부패의 기치를 내걸고 자신을 괴롭혔던 정적들을 제거하는 고전적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10일(현지시각)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국과 중국 간 협정 서명식에 앞서 대화하던 모습. ⓒ 뉴시스

홍콩에 소재한 정치 전문가 윌리 램은 ‘선데이타임스’에 저우의 측근 보시라이 재판을 예로 들면서 “그러나 정보는 심한 검열을 받는다. 추악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또한 저우 전 서기가 누출한 정부 비밀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것은 고도로 정치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산당이 이 사건 재판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상무위원회가 판결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체주의 전문가인 중 웨이광(Zhong Weiguang)은 ‘에포크타임스’에 그 “기밀들”은 중국 외부로 누출됐던 공산당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금융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이런 정보가 중국 인민들의 격렬한 분노를 촉발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우가 서방과 접촉해서 공산당 최고 지배층의 금융정보를 제공했다면 미국-서방은 이를 알고 있다. 며칠 전에 미국 상원 위원회에서는 ‘고문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014년 1월 조세 피난지에 몰래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는 공산당 실세들의 친인척 관련 누출된 자료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시진핑 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원 자바오 전 총리 등 중국 최고의 전·현직 권력엘리트들의 가족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시 주석의 사정권에 장쩌민 전 주석이 들어가 있다. 저우는 장쩌민 라인이며 이 계파에서 중간 허리이자 브레인 구실을 해왔다. 시 주석은 파리, 호랑이, 여우에 이어 필요하다면 늙은 용까지 쳐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서방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면 더더욱 그렇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