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독재,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이하 비밀보호법)에 대해 사실상 일본 정부가 정보 독점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독재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10일 발효된 비밀보호법은 일본 정부가 외교·국방·방첩·반테러 4개 분야와 관련해 국가의 공안을 앞세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기밀로 지정해 60년까지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사실상 국가 안전을 이유로 내각의 승인을 받으면 지정 범위와 비공개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비공개 지정 기간 동안에 공무원 등이 기밀 정보를 누설하게 되면 최장 징역 10년형을 받는다. 기밀 누출을 부추기거나 선동한 언론인 등도 징역 5년형에 처해진다.

‘재팬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 기밀은 55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이 안에는 잠수함, 항공기, 무기 및 탄약 등의 개발에 관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전파 및 위성 및 외국 정부와 국제적 조직으로부터 얻은 정보와 이미지는 기밀로 지정되면 대중들에게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19개 정부 부처를 망라한 교도통신의 조사를 보면 국가기밀의 수는 460,000 건에 달한다. 이는 즉각적으로 비밀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기밀 지정
‘정부에 불리한 정보는 은폐 우려’

국민의 반발을 예상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9일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의회는 “국민의 알 권리는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며 “지정된 국가 기밀 정보는 최대한 단기간에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매년 의회에 국가기밀 지정, 보호와 공개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비판가들은 정부의 이런 다짐에 회의적이다. ‘국가 기밀’로 지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제멋대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기준에 해당하는 정보가 국가 기밀로 지정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사실상 비판의 가능성마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또한 정부로부터 독립해서 국가 기밀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메커니즘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에게 불리한 모든 정보가 은폐될 수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 법에 대해 “정보 자유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신문 발행인과 편집자 협회’는 8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법무상에게 우려의 서한을 전달해서 “우리 모두가 우려하는 바가 경감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완곡하게 반대하는 뜻을 전했다.

정보 폭로를 촉진하는 비영리기구인 ‘일본정보센터(Clearinghouse Japan)’의 미키 유키코 씨는 “이 법은 어떤 상황이 되든 기밀 누설 행위는 나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독재를 위한 법”

미키 씨는 정부가 어떤 정보를 국가 기밀로 결정할 것인지 그 자체가 벌써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써 이 단체는 기소를 피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삭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블로거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보통 시민들의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명의 시위대가 지난 6일 도쿄 거리로 쏟아져 나와 플랭카드를 흔들며 드럼을 치면서 비밀보호법에 대해 항의했다고 싱가포르의 영자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9일 전했다.

시위대 중 한 명은 “이 법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할 것이다”며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고 우리를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공안과 질서’에 의한 통치 시대로 데려갈 것이다”고 꼬집었다.

우에노 히사코(60, 전직 교사) 씨는“이는 상당히 심각한 사태다”며 “이는 사실 국민들은 아베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국가의 선을 위하여’라는 명목으로 실제적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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