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의 '吳風' 바람이 '黨心' 마저 흔들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바람'이 결국 통했다. 대중적 인기를 추동력으로 한 오풍(吳風)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무난히 통과함으로써 그 실체를 확인했다. 그가 예선티켓을 거머쥐었고 여당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다음달 31일 치러질 본선은 '오풍 바람' 과 '이미지 정치' 의 대결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후보는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경선에서 1967표를 얻어 맹형규(1606표), 홍준표(1225표) 후보를 따돌렸다. 오 후보는 중앙당이 실시한 투표에선 총 투표자 3839명 중 1343표를 얻어 1443표를 얻은 맹후보에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624표(65.05%)를 확보해 역전에 성공했다. 맹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63표(17.03%)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오 후보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지양하고 정책대결로 당당하게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가 정책대결의 장이 될 수있도록 당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할 생각"이라면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도 마찬가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84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오 후보는 지난 16대 총선 때 서울 강남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주도적으로 당내 개혁을 펼쳤다. 특히 그는 이 시절에 돈 안들고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며 '오세훈 선거법' 으로 불리는 정치관계법 개정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다 2004년 재선이 거의 확실함에도 정계은퇴를 전격적으로 선언해 참신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날 투표에 앞서 주어진 15분간의 정견 발표 기회에서 홍준표, 오세훈, 맹형규 후보가 각각 기호 1, 2, 3번으로 나선 가운데 혼신의 힘을 다해 지지를 호소했다 ◆맹형규 "3선을 던졌다, 저를 밟고 정권탈환 해달라"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대선의 패배는 한나라당을 좌절의 늪으로 빠뜨렸습니다. 탄핵의 광풍으로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침몰하는 대한민국, 오만한 노무현 정권에게서 대한민국을 찾아옵시다. 동지 여러분의 확신에 찬 투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제 수도 서울의 승리를 통해서, 노무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합시다. 이제 웃통을 벗고, (이 대목에서 직접 웃통을 벗었다) 지긋지긋한 국정파탄과 국민의 고통을 끝장냅시다. 정동영 감성 정치의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와 국민적 분열뿐입니다. 이들은 보라색 스카프 이미지 후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보라색 이미지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 시민들의 가슴에 보라색 피멍이 들 것입니다. 여러분! 노풍에 당했고 탄핵 광풍에 당했지만, 이미지 바람을 끝장내지 못한다면 2007년 사악한 광풍에 몰려 패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보라색 이미지에 속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습니다. 눈물정치·감성정치·이미지 정치를 끝장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묻겠습니다. 여당의 강금실 후보를 실력으로 누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입니까. 여당에서 두려워하는 상대가 누구입니까. 기호 3번 맹형규입니다. 이명박 (시장의) 업적을 계승해서 3만불의 전진 기지를 만들고, 뉴욕·동경을 넘어 활력이 넘쳐나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강남북 불균형을 해소하고 아이들이 차별없이 살도록 하겠습니다. 서민들 집값 전세값 걱정하지 않게 하고, 인간 중심의 품격있는 국제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1년 후 맹형규를 잘 뽑았다는 평가를 받아낼 것이며, 2007년 대선 승리를 확실히 담보하겠습니다. 3선을 던지고, 정권 탈환의 제단에 몸을 던졌습니다. 정권투쟁의 밀알이 돼서 그 사랑에 보답하겠습니다. 맹형규를 떠밀고 대선승리 고지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당원 동지에게 저의 피와 땀과 육신과 영혼 모두를 바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영원합니다." ◆홍준표 "10년 동안 싸우고 찌르고 저격했다. 저를 봐달라" "다시 우리의 기호인 1번을 찾아와야 합니다. 홍준표가 찾아오겠습니다. 지난 8년간의 수모와 굴욕, 흘린 눈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입니다. 이명박 시장·손학규 지사는 준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장은 아무 준비 없이 등떠밀려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지난 2년간 열심히 공부 준비했습니다. 서울 구석구석을 발로 누볐습니다. 야당 출신 서울시장, 대찬 사람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홍준표, 정치 입문 11년 됐습니다. 오직 한나라당만을 위해서 몸 바쳤습니다. 총풍·병풍·안풍 터졌을 때 누가 앞장서 싸웠습니까.(관중 "홍준표" 연호) 정형근·이재오·김문수·홍준표가 이것을 막았습니다. 당이 어려울 때 저는 항상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은 강북에서 결정됩니다. 97년 강북에서 37만표, 2002년 강북에서 42만표를 얻었습니다. 강남은 죄송하지만 어차피 우리 편입니다. 강북에서 이겨야 대선에 이깁니다. 강북 정서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강북 서민들은 내 집 갖기, 내 자식 잘 되기 꿈을 상실했습니다. 이 마음을 홍준표가 되찾아오겠습니다. 후보가 되면 무엇보다 당내 화합에 힘쓰겠습니다. 맹 후보·오 후보, 두 분 경륜과 정책을 모두 모아 지방선거에서 여러분의 힘으로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맞서 싸울 때 겁도 났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오직 당원 동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이 당을 위해서 싸우라면 싸우고, 찌르라면 찌르고, 저격하라면 저격하고 하라는 대로 헌신했습니다. 여러분이 홍준표를 봐줘야 합니다. 우리가 여당이라면 맹형규·오세훈 후보가 나가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2년간 서울시와 이명박, 대권후보를 지켜야 하는 야당입니다. 강단·뱃심·배짱이 있어야 합니다." ◆오세훈 "덕분에 강금실 거품 팍 꺼져버렸다" "2002년 12월 20일을 기억하십니까? 분루를 흘리던 당원들, 눈시울 붉히던 이회창 총재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날 이후 국민의 마음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와 중산층이 무너졌습니다. 3년 반이 흘렀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마의 30%를 깨고 40%대까지 올라서 열린우리당의 2배가 됐습니다. 이 정도의 막강한 지지율이면 한나라당 어느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오세훈 덕분에 강금실 거품이 다 꺼졌으니 어느 누구라도 이길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이번에 서울시장을 열린우리당에 내주면 대선은 없습니다. 압도적 지지로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지게 된다면 어떻게 그 죄값을 치르겠습니까? 지지층에 안주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노 정권의 실정에 등을 돌렸지만 차떼기당 한나라당에 다가서지 못하는 중도보수·건전보수를 누가 한나라당으로 끌어올 수 있겠습니까? 홍준표 후보님은 한나라당의 보배요, 투사요, 용장요, 맹장입니다. 그러나 새 정치를 바라는 중간층을 가져올 수 있습니까? 맹형규 후보님, 경륜과 인품의 신사, 덕장, 지장입니다. 그러나 맹 후보가 건전보수·젊은 보수 보여주는 데 적격이라고 생각힙니까? 오세훈이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여주는 데 가장 적격이라고 동의한다면 박수를 보내주세요. 저는 조직도 없고 돈도 없다. 이런 저에게 힘을 더해주십시오. 확실한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여당과의 싸움에서 이미 이겨놓고 싸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25개 구청장, 106명의 시의원, 419명의 구의원이 함께 당선될 후보가 누구입니까? 40대 지지율을 한나라당으로 끌어온 사람이 누구입니까? 강금실 바람을 잠재우고 표차를 이미 20% 벌여놓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한나라당 대통령을 만드는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습니다. 정권 교체의 초석이 되겠습니다. 한나라당의 미래가 되겠습니다. 당원들의 간절한 지지를 호소합니다." 한편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오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대회는 '후보 선출대회'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고 나라를 새롭게 하는 한나라당과 수도 서울의 중대한 날"이라고 호소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노무현 정권을 겨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가구당 부채 증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부실 매각 등을 꼬집으며 "지방선거가 열리는 5월 31일 무능력하고 부패한 노무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꼭 고별사 같아서 섭섭하기 짝이 없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 시장은 이어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감회가 새롭지만 자칫 말을 잘못하면 내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될 수 있다"며 자신의 발언에 신중을 기했다. 이 시장은 3명의 후보들에게 "저의 뒤를 이어 서울을, 그리고 2007년 이 나라를 지키는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나오신 분들"이라고 소개한 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서울의 발전만 아니라 내년도 선거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 대선 전초전으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장은 "5조원의 서울시 빚 중 3조원의 빚은 갚았다"며 "나머지 2조원의 빚을 후임자가 마저 갚아서 서울시를 빚없는 세계 유례없는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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