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멕시코의 엔니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었다. 이날 6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고 '대통령 나가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취임 겨우 1년밖에 안 된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멕시코 국민들의 마음은 왜 대통령으로부터 떠났을까?

지난 9월 26일 멕시코 남서부 이괄라시(市)에서 지방 교육대생 43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정말 귀신이 곡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멕시코 국민들은 물론 이 집단 실종 보도를 접한 전세계인들도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며 학생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실종 대학생들의 행적은 좀체 드러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분노가 서서히 몸 안에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연방 경찰이 이괄라시(市) 시장과 그의 아내를 체포했다. 시장 부처는 경찰들에게 43명의 다혈질 대학생들이 자신들 공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공복이라고 하는 경찰관들이 학생 6명을 살해하고 43명을 납치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경찰들은 학생들을 납치해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 손에 넘겼다. 멕시코는 정당보다 카르텔이 더 유명한 나라다. 그만큼 마약 범죄조직의 힘이 강하다. 그 때문일까? 마약 사범들을 잡아들여야 할 경찰공무원들이 이들에게 빌붙어 멀쩡한 국민들을 납치해 깡패들에게 넘긴다고 하니 국민들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 아니겠는가.

니에토 정부가 실종 대학생들이 마약 갱들 손에 소각돼 시신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멕시코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줄 몰라 마침내 대통령 취임 2년째를 시작하는 희망찬 시기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국민들의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분노에 놀라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방만한 경찰 구조를 단일 명령체계로 조직화하고, 공무원들과 마약 카르텔과의 고질적인 유착 관계를 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경찰 공무원들이 마약 카르텔에게 빌붙지 못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

국민들은 경찰 공무원의 부패는 구조적인 데 기인하기 때문에 그 썩을 대로 썩은 조직의 혁파와 혁신 없이는 개혁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전 대통령들도 경찰 개혁에 손을 댔지만 부패구조는 견고하게 유지됐고 도리어 다양한 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갱과의 유착 관계는 확산됐다. 몇몇 주는 소속 경찰조직이 마약 카르텔과의 밀착으로 거의 범죄 집단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되면서부터 들끓는 강력 범죄로 치안이 만신창이가 됐다.

멕시코에는 이런 경찰 공무원들이 너무 많고, 또 분노를 자아낼 정도로 무능하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범죄의 겨우 2%만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한다. 무능한 것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자식들을 마약 갱들에게 넘겨줄 정도로 이들 경찰들을 타락하게 만든 이유로는 뭔가가 부족하다.

이들의 살인적인 부패의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경찰관의 월급은 멕시코 돈으로 대략 5,000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30만원에 못 미치는 박봉이다.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경찰 공무원들의 빈곤이 범죄 집단과의 유착을 낳았고 이는 다른 분야의 공무원들의 협력적 부패를 촉진했다. 이렇게 보통 수준의 치안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생 43명이 행방불명됐다. 더는 참을 수 없는 국민들이 떨치고 일어나 전국적으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며 함께 거리를 걷고 있다.

멕시코 사태가 다른 나라 이야기일까. 공무원 조직이 부패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문제에는 고위 공무원이 주로 개입돼 있다. 멕시코 경찰의 부패의 원인은 빈곤이었다. ‘사자방’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한국 공무원들도 멕시코 경찰처럼 가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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