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가시화에도 노사 협상에 소극적…해결 의지 있나

▲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이 서울 중구 태평로 씨앤앰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뒷편의 옥외전광판 위에 해고 근로자 2명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케이블TV 고장 신고를 접수하면 씨앤앰(C&M)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달려온다. 이 직원은 TV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수리도 해주지만 그들은 씨앤앰 정규 직원이 아니라 씨앤앰이 계약을 맺은 하도급 업체의 직원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이들이 어느 순간 구조 조정을 통해 하도급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고 문자 한 통으로 109명이 해고까지 당했지만 사측이 노조를 대하는 협상 태도는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국내 3위 케이블 방송 사업자(SO) 씨앤앰(C&M) ‘먹튀’ 논란에서 비롯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2008년 MBK 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불법 하청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 7월에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직장폐쇄로 맞섰다. 두 달만에 직장폐쇄를 풀었지만 109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12월에 들어서도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사측은 해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사실은 설치·A/S 기사들에게 영업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가 분통을 터뜨리며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씨앤앰을 둘러싼 갈등과 비판에서부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수위까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며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업계 2위 티브로드(공식명칭은 티브로드홀딩스)를 소유한 태광그룹이 본격적으로 상장을 위한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씨앤앰을 둘러싼 인수전 구도와 노사 갈등의 연관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주주 MBK, 논란 자초하는 이유
씨앤앰 인수전 구도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바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씨앤앰 먹튀’ 논란 때문이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자리잡고 있다.

MBK 파트너스는 2005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인 김병주 씨가 자신의 영문명(Michael ByungJu Kim)의 약자를 따서 설립한 사모펀드로 현재 침체된 국내 M&A 시장에서 독보적인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는 2008년 씨앤앰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맥쿼리와 함께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씨앤앰 지분의 90%를 확보해 대주주가 됐다.

당시 방송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이 49%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KCI는 구체적인 주주 구성을 공개하지 않아 뒷말이 무성했음에도 방송위원회는 인수를 허용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MBK 파트너스 자금의 원천은 대부분 외국계로 알려져 있다.

MBK 파트너스는 MBK 1~3호를 운영하며 총 8조원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각 펀드별로 다양한 사업군을 자랑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가 손 댄 분야는 방송(갈라 TV), 보험(ING생명), 정수기(웅진코웨이), 아웃도어(네파), 테마파크(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저축은행(HK저축은행) 등 돈이 된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M&A에는 반드시 MBK 파트너스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국내 5위권 생명보험사 ING생명까지 집어삼킨 MBK 파트너스의 보유 기업 자산 규모가 32조원이 넘어 재계 11위권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처럼 왕성한 ‘먹성’을 보이고 있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문제는 사모펀드의 최우선적인 목적이 수익 창출 일변도라는 점이다. 특히 MBK 파트너스는 맥쿼리와 함께 씨앤앰을 2조 2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했는데, 당시 레버리지 바이아웃(LBO·매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을 통해 인수금액의 70%.1%인 1조 5600억원을 차입했다. 여기에 현재까지 지급한 이자만 2557억원이 넘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씨앤앰을 2조 5천억원 이상에 매각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 원금은 3500억원 대로 알려졌다.

씨앤앰이 포함된 포트폴리오인 MBK 1호의 만기는 2015년. 따라서 MBK 파트너스가 당장 매각절차에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나 돌아가는 판세는 그리 녹록치 않다. 씨앤앰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 대한 시장의 미래수익과 기대가치에 대한 전망이 높았는데 IPTV의 도입과 스카이라이프의 공격적인 결합상품 마케팅으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사모펀드의 유일한 목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한 인수금액과 이자 비용 이상으로 매각해야 하는데 씨앤앰의 덩치를 키워서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씨앤앰의 자산 가치는 MBK 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당장 대출 이자를 갚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앤앰이 편입돼 있는 MBK 1호는 한미캐피탈을 사고 팔아 1조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둔 바 있지만 다른 포트폴리오에서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해 2015년까지 매각해야 하는 씨앤앰을 매각하면서 대규모의 손실을 입는다면 국내 M&A 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굳혀온 MBK 파트너스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게 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장영보 씨앤앰 대표는 “매각은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적어도 이달에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만간 국내 3위 케이블 방송 사업자 씨앤앰이 매각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사 갈등 문제가 떠오르며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C&M, 미디어스

◆노사 갈등 해결, 못하나 안하나
매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더 이상 덩치를 키울 방도를 찾기 힘들어진 MBK 파트너스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선택하며 탈출 전략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비용 절감의 대표적인 방법은 구조조정, 즉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씨앤앰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MBK 파트너스는 더욱 당혹스러워졌다.

비정규직화된 노조 조합원들은 MBK 파트너스가 매각 대금을 올리기 위해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줄이려 협력 업체를 변경했고, 업체 변경 시 다른 때와 달리 고용 승계를 권고하지 않아 지난 7월 노동조합 소속인 근로자 109명이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달 12일부터는 2명이 26M 옥외 전광판에 올라가 고공농성까지 개시해 현재도 진행중이다. 이들의 농성 현황과 주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며 MBK 파트너스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씨앤앰은 현재까지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듯하다. 109명이 해고된 지난 7월 씨앤앰 노조가 전면 파업을 결정하자 씨앤앰 하도급 업체들은 직장 폐쇄로 맞섰다. 여름에 시작된 농성은 첫 눈이 내리고 겨울을 맞고 있는 현재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지난 2일에는 씨앤앰 용산지사 직원들이 노조의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을 차단하기 위해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자택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3일 씨앤앰 측은 해고 노동자 109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노조에 전달해 드디어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노조는 “10년 넘게 기술적인 업무를 해온 기사 노동자에게 영업을 하라는 제안”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에 따르면 씨앤앰 측이 제시한 제안에는 기본급 120만원에 건당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 방문판매 등의 영업을 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노조는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씨앤앰이 기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이같은 씨앤앰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적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에 걸림돌이 되므로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은 MBK 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이 금융당국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과징금 부과에 홀로 행정소송을 낸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여론을 의식해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다른 해석은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업계 2위 티브로드를 보유한 태광그룹과 연관돼 있다. 삼성그룹처럼 ‘무노조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태광그룹이 인수 조건으로 노조 무력화를 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의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와 맥쿼리는 ‘반노조’ 성향의 티브로드에 씨앤앰을 넘기기 전에 노조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의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씨앤앰 측은 이 같은 해석이 당연히 얼토당토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2조원도 비싸다고 평가받고 있는 씨앤앰의 매각 대금으로 2조원대 후반을 원하고 있는 MBK 파트너스가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상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기지개 편 태광, 씨앤앰 품을까

▲ 지난 2011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보수적인 경영철학 탓에 업계에서는 씨앤앰의 노조 갈등 증폭의 한 원인으로 이 전 회장의 복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그간 태광그룹이 씨앤앰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현재 케이블 방송 시장은 CJ그룹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이 28%로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태광그룹이 소유한 티브로드(22%), 씨앤앰(17%)이 잇는 삼자구도가 형성돼 있다. 씨앤엠을 인수하는 어느 업체든 단숨에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1,2위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올해 초에는 높은 매각대금 탓에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가 씨앤앰을 각각 분할해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돌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광그룹은 오래 전부터 보수적이고 조용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 ‘은둔의 황제’라고 불려와 최근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월 태광그룹이 티브로드를 상장할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는 드디어 태광그룹이 씨앤앰 인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티브로드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본사에서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증권사를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받았고 태광그룹이 움직이자 업계가 깜짝 놀랐다. 태광그룹이 밝힌 티브로드의 상장 이유는 지난 2월 티브로드 주주로 올라선 IMM PE(프라이빗에쿼티)의 투자금 회수지만 업계에서는 자금 회수가 목적이라면 내년부터 준비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역시 상장 결정은 씨앤앰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티브로드의 상장이 씨앤앰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실탄’을 확보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업계 1위 CJ헬로비전이나 관심을 내비쳐온 SK그룹 등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는 이달 내로 씨앤앰 매각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도 모르는’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MBK 파트너스는 노조에 대해 공격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MBK 파트너스가 노조 무력화에 성공해 구조조정이 가능한 상태로 씨앤앰을 넘긴다면, 티브로드는 그만큼 값을 쳐줄 수 있다.

◆‘먹튀 논란’, 정부 나서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간에 MBK 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노사 갈등을 매듭짓지 않고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씨앤앰 노조의 농성 현장은 매일같이 조명되고 있고 지난 3일에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등 국회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씨앤앰 먹튀’ 논란은 비슷한 사례였던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연결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도 바닥으로 치닫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케이블 방송 사업까지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손실을 낼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MBK 파트너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티브로드와의 밀월관계를 통해 ‘노조 깨기’를 시도하게 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인·허가를 내줘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미래부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진행할 뿐더러 최대주주가 바뀌면 적격성을 심사할 권한이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씨앤앰 매각이 공론화된만큼 미래부가 최대주주 변경 심사 조건을 사전에 공표해 먹튀와 노조탄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권 및 금융당국도 나서야 한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는 “MBK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 대출과 담보의 적절성, 그리고 대출금 회수방안을 묻고, 투자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금융감독원에 MBK의 돈줄인 은행에 대한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인수후보자가 정해지면 그 기업에 씨앤앰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인수 포기를 촉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BK 파트너스의 ‘씨앤앰 먹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씨앤앰의 뒤에 숨어 “나는 대주주일 뿐”이라며 사태를 관망하는 척 하고 있는 MBK 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장기 농성에 고공 농성, 사측의 황당한 제안과 MBK 지키기에 나선 씨앤앰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노사 갈등이 향후 인수전 구도에 중요한 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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