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ㆍ공정거래법위반ㆍ뇌물 혐의 적용될듯…MK 부자 처벌수위 `주목'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고문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서 출발한 현대ㆍ기아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3주를 넘기면서 검찰이 최종 사법처리 대상 선별작업에 착수했다. 3주간 수사를 통해 현대차 계열사 및 본사가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했고 계열사의 부실 채권을 싸게 되사기 위해 로비를 벌인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몽구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금주 중반 이후 정 회장 부자를 소환해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어서 이들이 최종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리백화점' 현대차 비자금 수사는 지난해 12월 현대차 그룹이 막대한 금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쓰고 있다는 그룹 내부 제보를 토대로 착실히 준비돼 왔다. 검찰은 3개월여 간 내사를 거쳐 지난달 26일 휴일 새벽을 틈탄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단서들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적발한 현대차 그룹의 범죄 사실은 크게 ▲비자금 조성ㆍ집행 ▲경영권 승계 비리 ▲부채 탕감 로비 등 세 가지이다. 현대차가 저지른 불법행위는 다양하지만 비자금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이나 부채탕감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비자금 조성→부채 탕감ㆍ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라는 비리구조를 갖는다. 현대차 그룹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은 7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현대오토넷 이일장ㆍ주영섭 전현직 사장도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그룹 본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정황도 포착돼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도 체포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5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정황이 포착돼 이들 회사 대표 일부가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가 2001년 기아차 계열사의 부실채무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통해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김씨가 구속됐다. 또 김씨에게 뇌물을 받고 현대차 계열사의 채무 탕감을 도운 혐의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행장과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이 각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법처리 수위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는 특경가법상 횡령죄가 적용돼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 이일장ㆍ주영섭 현대오토넷 전현직 사장도 이주은 사장과 같은 혐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비자금 조성 외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계열사 편법 지원 및 인수합병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법처리 수위. 검찰은 정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면서 나머지 임직원들의 처리 방향도 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부자의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사실이나 부채탕감 등을 직접 지시했거나 개입했다면 여러가지 혐의가 동시에 적용돼 중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현대차 비자금 사건은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져 온 경제범죄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는 정부(천정배 법무장관)와 법원(이용훈 대법원장)의 잇단 입장 표명 직후 불거진 것이어서 징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MK 부자 혐의 부인해도 `기소' 방침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7일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혐의를 부인해도 기소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회장의 진술 태도에 따라 사법처리 방침이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밝혀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한 증거ㆍ진술을 이미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채 기획관은 또 정 회장 부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이달 하순까지 수사를 끝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정 회장 부자는 단순 참고인이 아니다. 혐의 유무가 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단순 참고인 신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회장의 중국 방문(4.17∼19)이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이어 정 회장을 소환 조사한 후 이달 말 임직원들과 함께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부자의 소환 시기와 관련해 "소환일정이 확정 안됐다. 다만 17∼19일 중국 방문일정은 가급적 피해가려 한다"고 말해 20일 이후에 소환조사할 계획임을 암시했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관련 수사를 가능한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대검 범죄수익환수팀장을 맡고 있는 이용일 검사를 기존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등 수사역량을 강화시켜 남은 의혹들을 집중 규명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회장 부자 소환을 앞두고 전ㆍ현직 기획총괄본부장인 정순원 로템 부회장과 채양기 사장, 주영섭 현대오토넷 사장 등을 잇따라 소환해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등에 대한 수사에 주력하다가 위아와 본텍, 카스코 등 계열사 부채 탕감 과정에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자산관리공사(캠코) 고위인사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부채탕감 비리와 관련한 기초조사는 하겠지만 현대차 비자금과 기업비리 등 급한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며 본격적인 수사는 일정상 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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