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청정 문화관광 도시 될 것’

11월 27일 따스한 가을의 오전, 여주시청 시장 직무실에서 ‘소통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원경희(58) 여주 시장을 만났다.

민원 처리에서 시청 조직 개편, 시정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배려와 친절이었다. 이 중요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미덕은 여주를 청정 문화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와 이어지고 있었다.  

▲ 원경희 여주시장은 지난 13일 수능시험이 있던 날, 여주 관내 여러 학교를 돌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제공=여주시청

Q.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3일 여주 관내 여러 학교를 돌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응원하셨습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고민과 학업 경쟁 과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장님은 청소년 시절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학창시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우선 진학문제였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또한 내 적성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이 어려웠습니다.

또 하나는 불량서클가입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가입한 친구들이 권유했지만 저는 집안을 도와야 했기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요. 또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서 충격이 컸고 그때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Q. 청소년 시절에 매혹됐던 책이나 영화 등 간단히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A.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은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입니다.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고전이지요. “논쟁에서 최선의 방법은 이를 피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게 됐고 정치인으로 변모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쿼바디스’입니다. 정의와 진리가 승리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로 작가 헨리크 센케비치의 조국 폴란드에게 희망을 준 영화지요. 이 영화를 통해 저는 종교에 입문하게 됩니다. 저는 여주시가 어렵고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하지요. ‘여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Q. 시정을 책임지다 보면 대인관계라든지 여러 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잖을 텐데요.
A. 스트레스는 특히 서로 입장이 다른 문제로 의견충돌이 발생할 때 가장 많이 받습니다. 저는 상대방 입장을 진지하게 듣는 편입니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듣다보면 스스로 그 입장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시 만나서 의견을 경청하면 처음과 똑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처음보다 입장이 많이 정리되지요. 그러다 해결 방안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명상을 하면서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놓고 신중한 고민을 합니다. 그 다음엔 기도를 합니다.

▲ 원 시장은 세무 공무원 시절을 마무리할 즈음 "사람이 진짜 재산"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홍금표 기자


Q. 9급에서 시작하셔서 6급까지 오랫동안 세무 공무원으로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셨구요. 세무 행정 지망생에게 필요한 자질로서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셨으면 합니다.
A. 20년 국세청 근무를 마치고 퇴직하면서 얻은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퇴직금은 저를 아끼고 사랑하셨던 스승님께 드렸습니다. 스승님이 가시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알던 사람을 기본으로 ‘원경희 세무사 사무소’를 열었지요. 세무사로서 자리 잡아 갈 즈음 1997년 IMF가 찾아와 모두 어렵고 힘들었지만 인연 맺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진짜 재산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소통 때문에 가정불화, 조직 내 다툼 등 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치권도 그렇습니다. 소통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으로 부각된 지 오래입니다.
A.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의 기본은 서로 차이를 인정하는 겁니다. 다름이 아닌 차이를 이해할 때 소통이 가능합니다. 차이가 생기게 된 근본원인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지역도, 부모도, 성씨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획일적인 잣대로 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 이해가 갑니다. 소통의 기본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Q. 직장 생활에서 불통으로 벌어지는 해프닝, 손실, 갈등이 상당합니다. 시장으로 취임하시고 여주 시청 공무원들 사이의 소통 문제 같은 게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A. 저는 처음 취임하면서 여주시의 최고 엘리트 공직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8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각 부서장 및 팀장들과 조찬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생각을 들었지요.

하위직 공무원들과는 시청 식당에서 호프데이를 열어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기 쉽지 않은 직원들의 의견은 제 개인메일을 통해 듣고 있습니다.

Q. 올 7월에 취임하셔서 바쁜 나날을 보내셨습니다. 밖에서 본 여주와 안에서 직접 시정을 책임진 이후,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이 달라졌나요.
A. 시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친절’을 강조한 것입니다. 직원들 가슴에 ‘친절히 모시겠습니다’와 이름 명찰을 달게 했고, 사무실마다 안내데스크를 만들어 민원인들의 안내를 도왔습니다. 또 민원업무편람을 제작, 업무의 처리흐름을 공유하도록 했지요.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전보다 공무원들이 친절해졌다고 말합니다.

다음은 깨끗한 도시 만들기에 주력하였습니다. 여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대학교나 공장의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이지요. 따라서 문화관광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곳입니다. 깨끗하지 않으면 관광객은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문화관광의 기본은 ‘배려’입니다. 배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겁니다.

도자기축제와 오곡나루 축제를 통해 많은 관광객이 여주를 찾았습니다. 이들에게 여주는 청정도시라는 이미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도 사업예산으로 포상금을 편성해 각 읍·면·동별 자발적인 경쟁을 유도할 것입니다.

▲ 원 시장은 많은 갈등의 원인은 소통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며 끈기를 가지고 만나 경청하면 많은 문제가 풀린다는 신념을 피력했다. 사진=홍금표 기자

Q. 내년 1월 750여 명 공직자의 조직개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흥미롭습니다. 개편의 원칙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개편의 필요성도…
A. 조직은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조직도 달라져야 합니다. 여주는 남한강이 관통하는 까닭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환경관련법의 제약이 많아 문화관광 분야로 방향선회가 불가피합니다. 이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타당하지요.

조직개편에 대한 기본원칙은 위에서 말한 여주의 특수성과 향후 방향에 맞혀야 한다는 것이며, 공직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겁니다.

Q. 현재 여주에는 신경기변전소 건립을 둘러싼 갈등 요인이 있습니다. 이러한 때 시장님이 생각하시는 시정 운영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A :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 이면에는 이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수든 소수든 그 이익이나 수혜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저는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단 위법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는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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