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에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내놓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달에 부응코저 ‘연말 처리’라는 배수진을 치고 군사작전 벌이듯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새누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고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턱없이 많이 지급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가의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어 얼마 안 가 국가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인 양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공무원은 물론 일반인들이 정부 여당의 개혁안의 자세한 내용은 잠시 제쳐놓고 연금개혁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에 화가 자꾸 돋아나는 것은 왜 중요한 문제를 서두르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여당이 개혁의 대상이 된 공무원 연금이 재정 악화가 된 원인은 무엇인지, 또 국민연금보다 많이 지급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내용은 일체 덮어두고 공무원 관련 단체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아닌가.

정부 여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고려해 올해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최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을 두 달도 안 남은 짧은 시기에 감행한다는 것 자체가 민생의 중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모험주의적 발상에 가까워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압축근대화의 폐해를 체감하고 있는 지금, 공무원연금개혁이 자칫 압축개혁을 넘어 졸속개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연금개혁은 말이 개혁이지 개악과 뭐가 다른가. 민생 경제는 모험의 대상이 아니다.

공무원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런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추진 방식과 더불어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이란 대체로 급여를 덜어내는 방식이라 당사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토론하고 나라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을 잡아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정부 여당이 공무원 개정안을 발표한 다음부터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내용을 모르고 그 액수만 보면 공무원연금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수급액은 84만원이고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219만원으로 대략 2.7배의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6년 됐고 공무원연금은 54년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84만원 대 141만원으로 차이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속내용도 마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이 점을 부각시키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액면가만을 들이밀어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정보를 편파적으로 오도(誤導)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내용이 그럭저럭 쓸 만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부 여당의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정안은 상‧하위직 공무원, 신입과 퇴직 공무원에게 덜어내는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직과 신규직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자명하다. 바로 연금수령의 양극화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판국에, 양극화를 조장하는 개정을 하겠다는 이유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는 공감은커녕 절망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돌출된 후 몇몇 학자들이 ‘하후상박(下厚上薄)’ 곧 하위직엔 두텁고 상위직엔 박한 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공무에 일생을 바친 공무원들의 안정적‧문화적인 노후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민생 현실에 밀착한 안을 차근차근 중장기적으로 마련해 간다는 절차적 신중함을 외면해선 안 된다. 재정악화의 원인이 마치 공무원연금 자체에 있는 양 공무원 사용자로서의 정부 쪽 책무에 대해선 진정성 어린 반성도 없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단순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공무원은 물론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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