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압구정동 S아파트, 경비원 뿔났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근무하던 한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인격 모독 등에 시달리다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경비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한달 여 간 수차례에 걸친 피부이식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받아오다 끝내 숨을 거뒀다.

▲ 분신 자살을 시도한 경비원이 일하던 S 아파트 측이 기존 경비원들도 모두 해고한다고 결정해 논란이 제기됐다. ⓒ뉴시스

이 경비원의 죽음은 그동안 아파트 경비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이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입주민들은 경비원들과의 상생 관계가 아닌 갑(甲)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경비원들을 압박하고 인권조차 지켜주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 50대부터 많게는 70대의 높은 연령대의 경비원들은 입주민들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당해도 해고되는 상황을 원치 않아 속으로 참기 일쑤다. 한 경비원의 희생으로 뒤늦게 경비원의 대한 처우가 밝혀졌지만 해당 아파트 측의 대책, 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모두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경비원 분신 사건에 대해 뚜렷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않은 S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제는 경비원 용역업체의 전체 소속원들을 해고 시키겠다고 해 보복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 106명은 다음 달 31일 자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S 아파트 측은 이달 초에 열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기존의 관리 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경비원들에게 이같은 해고 통보는 연말 전에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약 15년 동안 이 아파트를 관리해온 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아파트 측의 행동을 미루어 봤을 때 앞서 분신으로 인해 경비원이 사망했고 이에 따라 항의가 계속되자 아파트의 명예를 훼손해 이같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S 아파트 측, 경비원 호소 외면

S 아파트의 현장 경비원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인준 경비원은 당시 해고 통보를 받았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1월 16일 경비원들은 입주자들한테 ‘65세까지는 살려주십시오’ 라고 호소하며 일일이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이 과정을 한 입주자가 관리실에 알려 아파트 소장은 서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이후 11월 19일 경비원 A조가 짝수, 홀수로 나눠 소장의 지시 아래 해고 통보서에 전부 서명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비원이 속해 있는 용역업체는 한국주택이며 S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만 해도 78명, 영선·경비·기관실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 인원이다. 사실상 아파트의 용역업체가 바뀐다면 100여명의 근로자는 힘을 쓸 수 없이 나갈 수밖에 없다.

 

▲ 아파트 측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실시한 후 현재 관리업체와의 연장계약을 하지 않기로 의결한다는 공고를 아파트 게시판에 붙였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아파트 측이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공고에서 ‘수탁관리업체 선정 건’에 따르면 “현재 관리업체와의 연장계약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김인준 경비원 대표에 따르면 올해 3~4월에도 입주자 대표는 ‘54년부터 안 봐주고 연말에 자르겠다’고 통보를 붙였다.

아파트 측이 ‘54년인 60세’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1월 1일, 경비원들이 (아파트 측이) 51년생 2년 봐주겠다고 하고 1년 만에 해고를 한다고 해서 굴뚝에 올라가 시위한 사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S 아파트 측은 2012년 12명, 2013년 16명, 2014년 19명이 이유 없이 갑자기 해고됐다.

S 아파트 인근의 아파트는 65세~70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S 아파트는 60세인 것은 다소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노원지역의 사례를 보면, A 아파트의 경우 그동안 1년 계약서를 써왔는데 8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5개월짜리 계약서를 받았고, B 아파트의 경우도 2014년 1년으로 계약을 하였는데 6월 말 계약만료인 경비노동자에게 12월로 계약서를 받았다고 한다.

김인준 경비원은 “해고 통보를 받고 너무 황당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해고통지서를 받아야 하는가”며 “우리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입주민들한테 떳떳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고자 제발 63세까지만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이에 대해 아파트 측에 요구했지만 입주자대표는 협의해보겠다고 말하고 한 두시간도 안되서 옥상문 잠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두고 항의나 집회를 못하도록 막는 것이며 (우리의 요청을)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비원들의 반발에 아파트 측은 관리 업체가 바뀌더라도 경비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수 있기에 실제 해고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파트 측의 대량해고 통보에 대해서는 김선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대외협력국장은 “(S 아파트)이미지에 훼손이 됐다”며 “노동조합이 개입돼 있는 걸 정리를 하려면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저희들도 판단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시민단체, 인권 모독 반발 ‘부글부글’

대한민국 안에서 아파트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고, 전국적으로 경비노동자는 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노총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경비노동자 대량해고가 4만 명에 이른다. 경비원들은 우리의 일터뿐만이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도 경비, 청소, 시설 노동자들이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하면서 노동을 하고 있다.

또한 경비원은 감시단속노동자라는 근로기준법상의 지위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감시 업무 외에 재활용 분리수거, 택배, 야간순찰, 민원업무, 주차 대행까지 해 온 경비노동자에게 살인과 같은 대량 정리해고 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국회에 최저임금 100% 시행법이 통과가 됐음에도 관리비 인상을 우려하여 그동안 최저임금 시행도 유보하고 무급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으로 현장에서 고용을 유지해왔다.

▲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은 ‘신현대아파트 분신 사건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10월 7일 분신한 경비원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고 나서 이 문제가 당사자들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경비 노동자들의 모두의 일이라고 느낀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과 함께 ‘신현대아파트 분신 사건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분신한 경비원의 문제는 물론 경비원들의 정년, 근무환경, 대책 등에 대해 해결할 것을 아파트 측에 끊임없이 요구했고 경비노동자들의 현 상황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행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원 대량해고 사실에 반발하며 간접고용 노동자인 경비노동자의 근본적인 고용형태에 대해 정부의 실질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비노동자가 한 사람의 노동인권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며 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마저도 대량으로 해고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비노동자들의 인권, 노동권의 문제를 위해 제도개선과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이같은 사태에 대해 “헌법 제32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서 최저임금을 시행하도록 하며 이에 대해 국가의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국가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며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특히 윤 변호사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비원에 대해 “아파트 경비원들은 감시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단속적근로자라며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배제해왔다”며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받아야 될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감시단속적근로자가 이에 제외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주택법시행령에 따르면 관리회사 직원 해고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라며 “간접고용의 특징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을 져야할 때는 내가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며 발뺌을 하다가 막상 해고, 노동조건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윤 변호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입주자 대표회의가 함부로 근로자를 자르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경비원 처우대책 ‘실효성’ 논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경비·시설관리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경비·시설관리 종사자들의 임금 적용범위를 최저임금의 90%에서 100%로 인상한다. 또한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의 집행실적 등을 감안하고, 정부 예산의 효율적 활용 측면 등을 고려하여 집행 가능한 수준에서 내년 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다.

또한 고용부는 실제 현장에서 감단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동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 고령자고용연장지원금 사업 내 내역변경을 통해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중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자치단체 등과 협조하여 아파트대입주자대표자회의·관리업체에 대한 계도, 고용조정 자제를 당부할 예정이다. 금년 12월 중 고용부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관리업체에 대하여 60세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사업안내문, 장관명의 서한 발송 등을 통해 협조를 요청한다.

또 경비·시설관리 근로자를 다수 감원하거나 근로시간은 줄이고 휴게시간은 늘리는 등 부당하게 근로조건을 하향조정하는 경우 특별 관리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경비·시설관리 근로자를 감정노동 근로자에 포함시켜 무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대책의 실효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 고용지원금’의 경우 사업주는 60세 이상의 근로자들에게 월 6만원씩 분기당 18만원, 1년에는 72만원을 지원받는다. 내년부터 경비 근로자들의 급여가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률 7.1% 등이 합산된다면 약 19% 인상되는 셈이다.

문제는 아파트 측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비용을 기존처럼 유지하여 경비 인력을 임의로 줄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용역업체는 아파트와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받아들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땜방 대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부가 내놓은 지원금에 대해 경비노동자들의 해고위협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단지 지원기간만 3년을 늘린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비시설관리 노동자의 처우나 고용불안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현실을 바로잡아 근기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부터 실질적인 고용지원금 책정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노동부는 내년에 집중점검을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현장으로 찾아가 고용불안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비노동자들 처우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려면 생사여탈권 쥔 입주민들의 인신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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