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사장단 규모·오너 일가

▲ 삼성그룹 정기인사가 12월 초로 예정된 가운데, 삼성그룹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및 계열사 합병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며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이 있을 것이라는 것. ⓒ뉴시스

삼성그룹의 정기 사장단 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부진과 계열사 합병 실패 등 여러 악재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종균 IT모바일 사장이 경질되고 조직이 통합되는 등, 가장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룹 사장단 규모 역시 감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너 일가의 승진 여부도 관심거리로 꼽힌다.

12월 초 예정되어 있는 삼성그룹 2015 정기 사장단 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이후 그룹 영향이 큰 만큼 전체 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예상이다. 나아가 계열사 간 합병이 불발하는 등 악재가 겹쳐 대규모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2일과 5일 각각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역시 빠르면 다음달 1일, 늦어도 3일 정기인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인사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개월째 장기입원 중인 가운데 이뤄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인사 칼바람, 삼성전자 덮칠까
업계에서는 가장 강한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곳으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꼽는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수직성 악화로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약 24조36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36조7850억원에 비해 34.7% 급감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 5년래 처음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각에서 스마트폰의 실적 부진으로 신종균 IT모바일(IM) 사장이 경질되고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이 IM과 CE를 모두 총괄하고 조직도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을 TV·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과 통합해 완제품 부문으로 개편하고, 반도체 사업을 맡은 부품(DS) 부문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라는 것. 이럴 경우 IM-CE-DS로 이뤄진 현재의 ‘3대 부문 체제’가 지난해 3월 이전의 완제품(IM+CE)-부품(DS)의 ‘양대 부문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된 뒤 약 6년 동안 휴대폰 사업을 맡은 만큼 체계가 바뀔 경우 혼란이 클 것을 우려해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신 사장이 6년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인 점 역시도 참작할 만한 요소다.

그러나 과거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에도 휴대전화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7년간 사업을 이끌었던 이기태 당시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교체한 바 있어 신 사장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질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외신에서도 삼성전자의 인사 태풍에 관심을 나타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가전과 모바일 부문을 한 명이 총괄하게하고, 부품 부문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중국 경쟁사들의 급부상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 같은 조치는 가전기기와 IT·모바일 기기를 연결하는 차세대 수익사업인 스마트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된다”며 “반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즈 역시 “삼성전자가 다음달 경영진 대폭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저가폰 등의 공세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모바일 사업부를 맡고 있는 신종균 사장이 경질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며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3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신사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FT는 “신종균 사장이 삼성전자의 공동 경영을 맡는 동안,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나 감소했고, 그로 인해 회사는 스마트폰 제품군을 축소하게 됐다”면서 “올들어 현재까지 1100 만 달러의 급여 및 보너스를 받은 신 사장은 최근 몇 달간 공적인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질설을 더욱 확산시켰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살벌하고 대대적인 인사가 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 재계에서는 오너가의 승진 여부 역시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회장 승진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삼성그룹 ‘사장’ 자리 감소 불가피

지난해 삼성그룹은 12월 2일 승진 8명, 전보 8명 등 총 16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으며 이어 5일에는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 등 총 475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 승진자 8명 중 5명은 지난해 최고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6조78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도에는 사장단 17명(승진 9명)과 임원 총 485명, 2011년 사장단 17명(승진 8명)과 임원 총 501명, 2010년 사장단 18명(승진 11명)과 임원 총 490명, 2009년 사장단 23명(승진 12명)과 임원 총 380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5년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규모는 평균 18명으로 승진자는 평균 9명으로 나타났다. 임원 인사 규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다가 2012년부터 소폭 줄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의 인사 태풍에 계 계열사 간 인수·합병과 방산·화학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장단 규모가 대폭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재편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실적이 나쁜 계열사의 사장에 대한 신상필벌 성격의 인사가 단행될 경우 인사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삼성은 올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 공동 대표이사 체재를 유지하고 있으나 올 연말 인사를 통해 단일 대표이사 체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토탈 사장을 손석원 삼성종합화학 사장이 겸임하고 있다고 해도 삼성종합화학은 정유성 사장과 2인 대표 체제이기 때문에 한화와의 빅딜로 인해 결국 4개의 사장 자리가 사라진다.
매각이 확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인사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에 따라 현 사장들이 유임되거나 임원급 대행체제로 전환해 매각을 마무리짓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의 사장 자리는 당분간은 유지되더라도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영진도 모두 한화로 옮겨가 4명의 사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네트워크 서비스와 솔루션 전문업체인 삼성SNS가 삼성SDS에 합병될 당시 최창수 삼성SNS 사장은 삼성SDS SN사업부의 고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흡수한 삼성SDI도 현재는 에너지솔루션과 소재로 나눠 부문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곧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최소 그룹내 계열사 사장 자리 5개가 단숨에 없어진다.

내달 마무리하려 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무산됐지만 향후 재추진 가능성이 있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총 8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이 나이 많은 임원을 대거 퇴진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데다 최근 합병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향후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남아있어 사장단 숫자는 40여명 내외로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이부진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오너 일가, 승진?
사장단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오너 일가에 대한 승진 여부다. 이재용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주석,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을 잇따라 만나며 내·외부적으로 회상 승진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관측이 제기됐으나,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데다 삼성그룹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회장 승진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나오지 않은 부회장 승진자가 오너 일가에서 나올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그 주인공. 삼성그룹은 2012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박근희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1월 김징완·이상대, 2009년 12월 김순택·최도석, 2010년 12월 최지성·강호문, 2011년 12월 권오현·정연주 사장 등 매년 2명씩 부회장에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연주 삼성물산 고문이 부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부회장 수가 6명에서 5명으로 줄었기 때문에 올해 새로운 부회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그동안 부회장 승진의 경우 ‘사장 경력 7~8년’을 승진 조건으로 삼아 왔다는 점, 후계자인 장남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 차세대 경영 축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부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오를 경우 그룹 사업재편 속도감과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등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호텔신라의 실적이 워낙 좋은 만큼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적용해 승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오너 일가의 관전 포인트는 등기임원 등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 3남매 가운데 이부진 사장만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상태다. 삼성SDS의 상장으로 수 조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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