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독도 도발, 일본의 속셈은?

독도 주변해역 수로 탐사를 위해 도쿄를 출항한 일본 탐사선 두 척이 19일 사카이 항을 떠나 인근 해역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한.일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해양수산부 등은 출항한 선박이 독도 주변해역을 포함한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접근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 수립에 들어갔고 독도 경비를 맞고 있는 동해해양경찰서도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정부는 일본 측량선의 EEZ 수로 측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특히 일본 측량선이 우리 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도 주변해역으로 접근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해경이 행동수칙에 따라 전문적인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일단 일본 측량선이 EEZ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비정에서 경고방송을 내보내고, 이를 무시하고 접근할 경우 경비정을 이용해 측량선의 EEZ 진입을 막기로 했다. 이번 일본의 독도 탐사로 한, 일 양국의 외교적 관계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의 외무성 차관이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을 둘러싼 갈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1일 방한했다.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갈등이 충돌이냐 타협이냐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야치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방한 일본의 독도부근 수역에 대한 수로 탐사계획과 관련해 한일 양국간의 본격적인 외교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이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한국에 온다. 명분을 찾기 보다는 실질적인 교섭을 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 측 EEZ내 수로측량은 주권 침해’라는 한국의 강경한 시각을 접하면서 한국 EEZ내에서 측량을 강행했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야기될 것이며 그 것은 국제사회에서 갖는 자국 입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리 정부의 강온 양면 외교 전략이 야치 차관의 방한을 이끈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0일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나 해양 과학조사를 둘러싼 분쟁이 일방적인 제소로 인해 국제재판소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언서를 유엔에 기탁했음을 밝히면서 사실상 일본이 독도 및 동해상 EEZ 문제를 국제재판소로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방지함으로써 회담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위원회에 독도주변 수역에 대한 우리식 지명 상정 시기와 관련해서는 일본 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도 밝힘으로써 일본 측과의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도 동시에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어차피 지명 상정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상정시기에 관해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고 일본 측 입장에서 보면 우리 측이 철저한 준비를 통해 타협안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야치 차관의 방한 일정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유명환 제 1차관과 수로탐사 문제에 대해 외교절충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야치 사무차관의 방한에 대해 외교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수로 탐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아래 방한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외교 접촉을 하면서 수로 탐사에 나서는 이중전략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일본 정부는 표면상으로는 일단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대화를 통해, 냉정하게 외교교섭을 통해 이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엇을 논의하나 카운터파트로 나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1차관과 야치 차관과의 회담 논점은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과 우리가 추진 중인 독도 부근 해저에 대한 한국식 지명 상정 계획 등 크게 2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의 심각성으로 미뤄 두 차관의 만남이 단번에 문제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양측 모두 유연성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수로측량 문제와 관련해 유 차관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EEZ 경계에 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도 연계돼 있음을 강조하면서 무조건적인 측량계획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이 측량계획을 철회한다면 국제수로기구에 해저지명을 상정하는 시점 등을 놓고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정부가 6월에 한국식 해저지명을 상정하려 했지만 일본이 탐사계획을 취소하면 상정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일본이 교과서 검정 등을 통해 그간 자행한 역사왜곡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을 전달하는 한편 측량을 감행할 시 국내법과 국제법의 범위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한 다는 뜻과, 그로인해 발생할 모든 책임은 일본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상대국의 EEZ안에서 해양조사와 관련한 상호 통보제에 대해서는 독도문제를 국제분쟁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야치 차관은 탐사계획 철회와 독도 주변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 지명상정 포기를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978년부터 ‘쓰시마 분지’, ‘순요퇴’ 등의 일본식 지명으로 불려져 온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해 한국식 지명을 붙여 이를 올 6월 IHO에 상정하려는 계획을 포기해야 수로 탐사를 철회하겠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우리 식 해저지명 상정 문제가 ‘권리’에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정 시점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국이 6월 IHO소위원회에 한국식 해저지명을 상정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는 것이 일본의 요구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정부는 상정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는 입장이어서 상정 시기에 대해서는 일본과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도 탐사를 강행하더라도 한국 EEZ를 넘지 않고 조사를 하는 방안 등 조정안을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 '한일간 분쟁' 국제사법재판기구 해결 봉쇄 조치 정부는 일본이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를 정하는 문제와 독도 인근 수역 탐사 문제 등을 국제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언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일방적 제소로 국제재판소에 분쟁 회부가 가능하게 돼있는 유엔 해양법 협약의 강제분쟁 해결절차를 배제하기 위한 선언서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 중재재판소 등 어느 곳에도 해양 경계 획정, 해양과학조사, 그리고 어업에 대한 법 집행활동 등과 관련한 분쟁으로 제소를 당하지 않게 됐다. 즉, 일본이 제소를 하더라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법기구에서 관련 재판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현재 배제선언을 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등 24개국이지만 일본과 중국은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미리부터 지나치게‘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창위 대전대 법학과 교수는 “선언서 기탁 자체는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며 “다만 한·중·일 3국 모두 선언서 기탁을 두고 지난 10여 년간 눈치를 봐오던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이 깃발 을 들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 실리를 따져봐야 할 일”이라 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하필 일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선언서를 기탁한 것 자체가 국제재판소로 독도문제를 끌고 갈 경우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양국의 실력행사를 최대한 과시하며 외교적 설전을 주고 받는 등 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일본 정부는 측량선을 재빠르게 일본열도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사카이항으로 이동시켰고, 우리 정부도 이같은 일본의 조치에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독도부근 해역에 해상 경비력을 증강시켜왔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보여준 ‘조용한 외교’의 종말을 알리는 기류가 하루 종일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일본과의 회담으로 한일간의 대치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외교적 담판 이후를 지켜 볼 것으로 보인다. 야치 차관의 방한이 "나쁜 사인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이 수로 측량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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