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서울시 주민소통 없이 일방 결정, 지역주민들 반발

(주)삼성물산과 (주)대우건설 컨소시엄으로 진행됐던 아현뉴타운 3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마포구청 입회하에 비지정문화재 ‘선통물(先通物)표기석’이 그대로 땅속에 파묻혀 버린 사실이 밝혀져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 아현뉴타운 3구역 재개발이 시행되기 전 선통물천 터널 입구에 붙어있던 '선통물 표기석'의 모습이다.ⓒ마포구청

아현뉴타운 3구역 재개발 지역은 조선시대 당시 마포항에 물건이 많이 들어오면, 먼저(先) 장터에 물건을 풀 때 이용됐던 개천인 선통물천(先通物川)이 흘렀던 곳이다. 일제 때 이곳에 터널을 뚫고 ‘선통물천 터널’이라 명명했으며  터널 입구에 ‘선통물’표기석을 붙인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아현동 일대가 물류중심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통물' 표기석이 재개발 과정에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분개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마포구청 문화기획팀 담당자는 2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부직포로 보양하고 모래주머니로 쌓아가지고 보존 처리 후 매립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선통물에 대하여 알릴 수 있도록 표석 복제품과 안내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담당자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기술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보존처리를 했다”며 “처리를 하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며 “(일재시대의 잔재로)실제로 이것을 극명하게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답변했다.

▲ 재개발 이후 마포구청이 '선통물 표기석'을 복제해 원래 자리에 전시한 모습이다.ⓒ마포구청

그러나 ‘보존 처리 후 매립’과 ‘표석 복제품 제작’ 사실은 오히려 문화재 훼손 문제에 대한 논란을 키우는 부분이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화재는 진정성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면서 “당분간 보관하고 있다가 공동시설이나 이런 곳에 전시했어야 한다고 본다. 누가 파가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선통물 표지석’을 일재의 잔재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개인에 따라 문화재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면서 “그럼 역사에서 치욕스러운 부분은 다 빼내야 되나. 이런 것들은 네거티브 헤리티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복제품을 둘 정도면 지방문화재로 둘 가치가 있는거 아니냐”면서 “지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유물이라고 판단해 비지정문화재로 선정했다면, 지역 문화재로 승격시켜 관리하려고 노력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취재과정에서 ‘선통물’표기석의 처리과정 중 마포구청과 지역 주민들 간에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포구 문화기획팀 담당자는 “상급기관으로부터 처리과정에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문구를 받은 적이 없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같은 날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담당자 역시 “비지정문화재 관리주체는 지방자치법상 해당자치구에 관리책임이 분장돼 있는 것”이라면서 “마포구에서 공사를 시행 한 거니까 이 후 계획은 마포구에서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역사를 반영한 문화재가 매립되는 과정에서조차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마포구와 서울시의 ‘떠넘기기’식 업무처리로 대변되는 행정 편의주의의 폐해라고 보여진다.

마포구 의회 문정애 의원은 “비지정문화제라고 해도 지역민들의 정서를 담고 있는 하나의 지역유물이다”며 “좀 더 신중하게 지하에 매립을 했어야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의 경우, 지정·비지정 문화재를 막론하고 그 보호와 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통물 표시석’의 경우 조치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산재해 있어 ‘개발논리에희생된 문화재’논란은 쉽게 잠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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