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파효소를 만들기 위해 큰 잎과 줄기를 잘게 자른다.

우리 조상님들은 예로부터 발효에 대한 지혜가 높았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이며 된장, 간장, 고추장과 젓갈과 같은 양념류가 있고, 누룩을 빚어 술을 담그고 엿기름가루를 삭혀 발효음료인 식혜를 만들고 물엿을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발효된 우리의 전통음식들은 발효과정에서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발생하고 재료와 재료가 만나 새로운 영양소가 증식된다. 그리고 재료 속에 잠재 되어 있던 유효 성분들이 활성화 된다.

발효음식은 우리 몸에 들어가 질병을 다스려 주고 면역성을 길러 주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검증되었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김치의 경우, 숙성함에 따라 증가하는 유산균은 요구르트와 같이 장내의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 또는 사멸시키는 정장작용을 한다.

우리의 전통발효음식에 대한 효능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 효소붐이 일어나고 있다. TV, 신문, 라디오와 잡지 할 것 없이 효소로 불치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보도와 취재가 경쟁하듯이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효소의 무용성과 허구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지만, 인터넷상에서는 효소 만들기 카페와 블로그에 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여든다. 이들 동호인들의 관심은 보통 이상이어서 야생의 풀과 약초, 나무, 과일 심지어 채소류의 폐기되는 부분들까지 효소를 담근다. 심지어는 100여가지 식물들을 함께 넣어 산야초효소를 만들기 위해 열성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시중에는 식품과 화장품 등에 효소를 첨가하였다는 제품들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나 붐에 대해 필자가 식품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조언한다면, 시중에서 효소라고 불리고 있는 각종 발효액자체가 만병통치 의약품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발효는 식물재료에 포도당같이 에너지를 내는 분자들이 혐기성 상태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가 촉진되어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세포에 그러한 효소가 있고, 특히 세포질의 가용성 부분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피루브산염을 형성하는 반응들은 근육, 효모, 몇몇 세균 및 식물계에서 일어나는 당변환의 일반적인 형태이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합물 중의 하나는 에너지가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는 ATP(아데노신3인산, 생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물질로 모든 생물의 세포 안에 존재)이다. 또 다른 생성물인 피루브산염은 세포 형태와 산소의 이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인체에 유용한 물질로 변환되거나 구연산·글루콘산 및 항생물질, 비타민 B12 및 비타민 B2 등이 생성된다.

산야초발효액은 원래 산야초가 가지고 있는 약성에 더하여 발효로 인한 유익한 물질들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산야초에는 신비한 약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것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민간요법으로 애용되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독성도 가지고 있어서 몸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먹어서는 안 된다.

모든 식물의 껍질에는 효모균이 붙어 있는데, 설탕과 버무려 일정기간 발효시키면, 그 과정에서 독성은 완화되고 삼투압 과정에 의하여 활성화된 유익한 성분이 우러나오게 된다. 약처럼 일시적으로 복용해서 효과를 보려고 하기 보다는 약효가 있는 약초를 발효시켜 꾸준히 장복한다면 분명 유익하리라고 본다.

기라제에서도 산야초 발효액을 많이 만들었다. 우리 주작산의 주요 품종인 황칠나무, 꾸지뽕, 비파, 후박나무, 하수오를 비롯해서 신경통과 당뇨에 좋다는 참솔, 여성 질환과 피부에 특효가 있다는 쇠비름, 동맥경화 고지혈증과 숙취해소에 좋은 칡, 근육통과 관절염에 좋은 엄나무, 항궤양과 항종양 작용을 효과가 있다는 질경이, 진해 거담 작용이 있는 도라지, 여성병에 좋다는 쑥과 민들레, 해독작용과 혈액순환을 돕는 마늘과 양파 등이다.

발효액을 만들 때는 재료는 가능한 잘게 잘라 재료의 많은 부분이 설탕과 닿을 수 있도록 한다. 과일이나 채소와 같이 수분함량이 많은 재료와 산야초나 뿌리 수피와 같이 수분함량이 별로 없는 재료는 물의 양과 설탕 가감해야 한다. 대체로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함량과 설탕은 1:1의 비율이지만, 소금이나 약간의 소주를 첨가하면 설탕비율을 줄여도 성공적으로 발효된다. 재료의 수분함량을 잘 모를 경우 재료무게 대비 50%~80% 수준에서 설탕을 넣어주면 당도가 약 50% 이하로 되어 효모나 미생물이 안정적으로 발효에 작용할 수 있다. 효모나 미생물은 당도가 50%이상 되면 오히려 사멸하기 때문에 발효가 중단되어 당절임액이 되어 버린다.

건조된 약재나 수분함량이 적은 산야초의 경우에는 첨가액을 만들어 주는데 생강, 감초, 대추 달인 물을 식혀서 섞어준다. 수돗물은 염소 성분으로 인하여 발효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씻은 후에는 물기를 제거하고 가능한 생수나 지하수를 사용한다. 대체로 재료와 보충액을 합한 무게와 설탕 무게를 기본으로 생각하면서 재료에 따라서 설탕무게를 가감한다. 설탕의 양이 많으면 발효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대신에 실패확률이 적고, 설탕의 양이 적으면 빨리 발효가 일어나지만 시거나 식초가 될 확률이 높다.

발효용기는 가능한 숨 쉬는 항아리가 좋다. 만약 완전밀패 용기에 넣어 두었을 경우 화학반응에 의하여 용기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약간 뚜껑을 돌려 두어 가스가 밖으로 배출되고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한다. 요즘은 발효전용 용기가 개발되어 안에 있는 가스는 밖으로 배출되고, 밖의 공기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실패확률이 줄어든다.

보통 100일 정도 발효하면 마실 수 있는데, 거른 다음 2차 발효에 들어간다. 생수에 희석하여 당도가 5%이내가 되게 하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3차 숙성을 시키면서 마신다. 효소는 발효과정에서 효모와 미생물이 단백질화 된 것이기 때문에 섭씨 40도 이상의 조건에서 장기간 노출되면 변형되기 시작하고 65도에서는 조금만 가열해도 효소가 파괴되므로 먹을 때는 뜨거운 물에 타거나 끓여 먹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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