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롤링의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5권으로 분권되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다섯번째 에피소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마침내 완간되어 전체적 골격과 묵직한 엔딩을 선보였다. 이미 영화와 비디오게임 등, 다매체로 전이되어 그 대중적 인기도를 드높이고, 환타지 문학을 하위쟝르로 취급하던 무게감있는 매체에서도 '사회현상의 일종'으로서 다룰 정도로 한 시대를 철저히 풍미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인기만큼이나 매번 일정 수준의 이상의 완성도를 선사해 '어린이 문학'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는데, 이번의 5번째 에피소드는 긴 집필기간이 확보되었던 만큼, 전에 없이 탄탄한 구조와 분명하면서도 다면적인 인물설정, 그리고 배경설정의 세밀한 묘사가 한껏 펼쳐져 있다. 비록 '공로상'격으로 몇몇 문학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확실히 지난 4번째 에피소드 "해리 포터와 불의 검"은 급히 쓴 느낌이 강했고,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또 한번 맛봤다는 식의 '프랜차이즈적 재미'만을 노린 듯한 경향이 짙었는데, "불사조 기사단"은 단순히 '이어지는 이야기'로서의 속편이 아닌, 주인공 해리 포터의 '성장'과 함께 진행되는 그의 심리변화와 사고방식의 변화를 세세히 담아내는 '연대기적 속편'의 영역으로 한발짝 들어서있다. 이야기 자체도 해리 포터의 사춘기적 징후만큼이나 암울하다. 이제 15세의 사춘기 소년이 된 해리 포터는 방학 중 벌어진 사소한 말썽 끝에,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에 대항하기 위해 선한 마법사들이 비밀리에 조직한 단체인 불사조 기사단의 비밀본부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마침내 방학이 끝나고 다시 복귀한 호그와트에는 새로 부임한 엄브릿지 교수에 의해 전에 없던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마법부의 심장에서는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배신자들과 불사조 기사단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해리 포터는 이 에피소드에서, 더 이상 순수하고 맑은 정신의 '선한 꼬마 마법사'가 아니라, 고집세고, 고약한 심뽀까지도 내보이는, 사춘기적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로 변모해있다. 그만큼 해리 포터라는 프로타고니스트에 대해 갖게 되는 관심도도 지난 4차례 에피소드들 중 가장 크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처럼 흑백이 명확히 갈리지 않는, 회색빛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공간이다. 그리고 역시 이번 "불사조 기사단"의 전개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 일전에도 등장한 바 있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의 죽음에 손을 대는' 설정이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이에 따른 심리적 고통과 갈등의 크기가 어린 아이의 그것에서 벗어나 사춘기 소년이 겪는 종류의 것으로 확대되어, '동일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시각의 차를 선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는 성장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해리 포터'는 이번 5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늘 같은 시간대를 같은 나이로 살아가는 만화주인공의 영역에서 벗어나, 독자와 함께 성장해가는, 그리고 독자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갈등의 형식을 함께 나누는 철저한 '성장소설'로서의 기능을 새로 추가시키게 되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리고 해리 포터가 이후에 바라보게 될 세상은, 바로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회색빛 세상과 무서우리만치 닮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한때 '사랑스럽고 순진하며 용맹한' 꼬마 마법사였던 해리 포터가 더욱 우리의 모습에 가깝게 변모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전에 겪었던 순수한 모험담과는 다른, 비로소 완연히 감정이입할 수 있는 모험담을 즐길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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