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호갱’이냐”, 발끈한 소비자

▲ 이케아 광명점이 12월 18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케아가 연일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케아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서의 도전을 눈앞에 두고 비상등이 켜졌다. ‘불편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이케아지만, 국내 제품가가 해외와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점과 배송비와 조립비를 포함하면 저렴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호갱 논란’이 빠르게 번지는 상황. 그러나 이케아는 “가격 인하는 없다”며 여전히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케아 단일 매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경기도 광명점이 12월 18일 개점을 앞두고 불안한 모습을 연일 내보이고 있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고르고 계산대에 가져가 시공과 배송을 직접 하는 식으로 단가를 줄여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불편을 판다’로 불리며 이케아의 간판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전략이 국내에서도 먹힐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그려지는 상황이다.

◆‘이케아는 싸다?’ 뚜껑 열어보니

먼저 저렴해야 할 단가가 해외와 비교하여 오히려 비싸다는 것이 첫 번째 불안요소다. 지난 13일 이케아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8500여개 제품의 가격을 선공개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부각시킴으로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9000원짜리 탁자, 2만9900원짜리 서랍장 등 국내서 인기 있는 제품을 초특가로 내놓은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오히려 악수로 작용했다. 일부 제품이 해외 이케아보다 고가인 것이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드러나 일파만파 퍼진 것. 이로 인해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호갱은 호구(어수룩한 사람)와 고객의 합성어로, 물정에 어두워 제 가격보다 높은 값을 내고 물건을 사는 고객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이케아코리아에 가격이 공개된 ‘스톡홀롬 3인용 가죽쇼파’의 경우 한국가는 299만원이다. 그러나 일본 이케아의 경우 동일 제품의 가격은 19만9900엔(188만4,877원)으로, 약 110만 원의 가격 차이가 있다. 베스토 부르스 TV장식장의 가격은 한국에서 44만9000원이지만 일본 이케아에서는 3만9990엔(37만8000원), 중국 이케아는 1999위안(35만8000원), 미국 이케아는 249달러(27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각각 한국보다 15%, 20%, 38% 저렴한 것이다.

또 헴네스 TV장식장은 한국 이케아서 24만9000원에 팔리지만 중국 이케아에서는 999위안(17만9000원)에 팔리며, 햄네스 침대 등 여러 제품들 역시 국내가격이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 이케아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집으로 나누고, 조립하는 등 ‘불편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주력이다. 그러나 이 모델 자체가 한국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이케아

◆한국진출 초읽기 이케아, 불안요소 속출

해외보다 훨씬 비싼 배송·조립 가격 역시 반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조립비용, 배송비용 등 부가서비스 비용도 한국이 높은 편이다. 이케아코리아는 픽업·배송 서비스도 기본요금 2만9000원을 내놨다. 조립 서비스는 배송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기본 4만원부터 시작한다. 소파 조립과 커버는 개당 5만원·벽 설치는 개당 2만원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거리별, 시간별 차등 요금제를 제공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베이징 이케아 매장의 경우 시간대별로 A시간 (9시~오후 2시), B시간(오후 2시~저녁8시), C시간(저녁8시~밤10시)으로 나뉘고, 이케아 매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는 49위안(8700원)부터 시작한다.
제품 조립 및 설치는 제품가격의 6%를 받는다. 제품 대리구매 및 배달서비스도 2만 위안 이상을 구매하면 구매가격의 1%를 수수료로 낸다. 단, 제품가격이 2만 위안 이하면 60위안(1만원) 정액제다. 때문에 국내 가구업체의 상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에서 출시하는 책장인 ‘샘 5단 800’은 7만9000원, ‘샘 5단 1200’은 8만5000원인 반면 이케아의 ‘빌리 6단 800’은 7만9900원이다. 배송비와 시공비를 더하면 14만8900원으로 2배 이상 비싸진다. 한샘은 제품가격과 배송비, 시공비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지만 이케아의 경우는 제품 가격에 배송비와 시공비는 별도다.

키즈 수납장의 경우도 배송비와 시공비가 모두 포함된 한샘의 샘키즈는 뚜껑 4개와 수납함 2개가 포함된 제품으로 12만9000원이지만 이케아의 비슷한 제품인 트로패스트의 경우는 제품비만 10만원이고 배송비와 시공비를 더하면 16만9000원에 달한다.

패브릭 소파의 경우는 한샘의 플람 소파는 29만5000원인 반면 이케아의 엑토르프는 44만9000원이다. 여기에 배송비와 시공비를 포함하면 52만8000원으로, 한샘의 제품보다 23만3000원 비싸다. 싱글 침대의 경우는 이케아가 다소 저렴했다. 한샘의 아임은 11만9000원인 반면 이케아 피엘세는 제품비 4만원에 배송비와 시공비 포함 10만9000원이었다.

한샘 관계자는 “국내 가구의 경우 제품비와 시공비, 배송비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고 전체 제품 가격에서 시공비와 배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라면서 “하지만 이케아는 배송비가 2만9000원, 시공비 4만원 등 총 6만9000원으로 이는 약 70만원대 제품을 샀을 경우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금액”이라고 전했다.

리바트의 경우도 이케아와 비슷한 제품을 놓고 비교한 결과 배송비와 시공비를 포함했을 경우 대부분 국내 가구 보다 이케아가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리바트의 데일리 기본형 퀸침대는 30만6000원이었는데, 비슷한 크기의 이케아 ‘MALM’의 경우 제품가는 25만9000원으로 4만7000원 저렴하지만 배송비와 시공비를 포함하면 32만8000원으로 더욱 비싸졌다. 책장의 경우도 리바트의 프렌즈 800책장이 10만5000원인 반면 이케아는 16만8000원이었고, 수납장도 리바트의 프렌즈 아이2열 수납장이 15만5000원이었으나 이케아는 16만9000원이었다. 불편을 팔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경쟁력을 갖춘 이케아가 가격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불편을 판다’의 전략이 한국에서도 통할지 여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격을 위해 불편을 택한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대신, 직접 경기도 광명까지 KTX나 자동차를 몰고 가야한다는 점, 직접 조립을 해야 한다는 점, 빠르게 쓰고 버리는 가구라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 습득이 빠른 한국 소비자들이 이케아와 국내 가구의 실질적인 비교를 통해 시간과 노동력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국내 가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가 탄생한 스웨덴을 비롯해 서구권 국가에서는 넓은 땅과 비싼 인건비 탓에 DIY(셀프시공)을 선호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인터넷과 택배가 워낙 발달해 있어 굳이 시간을 들여 이케아를 갈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불편한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여전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접근성 좋은 유통망을 선호 한다”며 “월마트가 국내 진출에 실패한 것도 비슷한 맥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케아 광명점 ⓒ뉴시스

◆이케아 “가격 바꿀 계획 없다”

그러나 이케아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앤드류 존슨 이케아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19일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판매 제품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대로 한국이 더 저렴한 제품도 있다”며 “현재 가격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앤드류 매니저는 “국가마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가격이 다를 뿐 해외 제품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한 반면 그렇지 않은 제품의 경우는 수량과 관세 등에 따라 다른 국가보다 비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앤드류 매니저는 “한국에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한국의 80여개 가구를 직접 방문했고 이를 통해 한국 생활 방식, 라이프 스타일,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 등에 대해 분석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자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수납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홈 퍼니싱 가격이 꽤 높다는 것을 알았고 공급과 배송 체계를 보고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유통을 통해 가격 낮출 수 있는지 생각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에서 판매해야할 상품과 이에 대한 수량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앤드류 매니저는 “공장에서 직접 배송되는지와 유통센터 통해 배송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고, 약 8000개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프로세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각 지역마다 1년에 한번 가격을 결정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내년 2월 새롭게 가격을 결정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기존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앤드류 매니저는 “가격 결정은 환율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아태 지역은 연초에 엔화 약세, 원화 강세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관세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국가마다 관세율이 다르고 복잡성도 다르며 특히 광명점처럼 초기 진입의 경우 복잡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매장이 광명점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에 들여오는 물류 규모가 적어 이에 대한 비용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제품이 다소 저렴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공시 가격에 VAT와 세일 텍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판매가격은 기존 공시 가격에 5~10% 정도가 더해진다고 밝혔다.

앤드류 매니저는 “모든 이케아는 거의 동일한 상품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 정책은 별도로, 국가별로 책정된다”면서 “다른 시장을 염두하지 않고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이뤄지며 한국의 경우 한국 시장에 맞춤화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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