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열심히 공작한 김한길 떠나라"

시민단체 "저질폭로 웬말이냐"…별장모임 여성들 與 제소 추진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인 김한길 원내대표가 역풍을 맞고 유감을 표명했다. 당초 그가 요란스레 예고했던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한나라당 중요인사 비리가 겨우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동호인 뒤풀이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직도 이 시장이 이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다고 주장, 어떻게든 여론 역풍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아 치졸한 느낌을 준다. 이 모두가 국민 모독이자 '3류 저질 코미디' 다. 무분별한 흑색선전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의식수준이 한심하다. 믿거나 말거나 한탕주의로 선거만 치르면 된다는 구시대 발상이 개혁정부를 표방하는 집권 여당에서 쏟아져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열린우리당이 반성할 필요는 선례를 보아도 분명하다. 2002년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비리의혹을 제기한 술수가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의혹은 지금도 유효하다. 당시 이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김대업 사건, 이 후보 측근의 20만달러 수수설, 이 후보 부인의 기양건설 비자금 10억원 수수설 등이 모두 무혐의로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도 4년 전의 구태를 재연하는 이유가 강금실 씨를 서울시장으로 만들려는 신 공작정치라면 너무 씁쓸하다. 특히 별장 모임에 참석했던 여성들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역풍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입단속을 잘못해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하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민들이 경악할 만한 비리를 폭로하겠다" 고 엄포를 놓았던 예고편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확인되지 않은 '별장 모임'으로 드러나자 여론의 뭇매가 가차 없이 따갑게 밀려오고 있다. 이 모임은 여성들까지 참석해 '부적절한 모임'이라는 분위기까지 조성됐으나 너무 설익은 폭로에 당 안팎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말에 이어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안은 오히려 여당에 역풍으로 되돌아 왔다. 현재 당내 분위기도 싸늘해 김 원내대표의 처신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당 공보 관계자가 나서"무분별한 폭로, 허위사실 폭로는 한나라당의 전공"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자기 얼굴에 침뱉기'에 불과했다. 진실게임으로 번질 것 같던 '별장 파티' 는 동호회 모임의 성격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오히려 여당 측에서 서둘러 사안을 덮어야 할 상황이다. 당내 중진은 "너무 서둘러 역풍을 맞게 됐다" 며 지도부의 성급함을 지적했고, 소장파 의원들도 "수사기관의 검증을 통해 사건을 공론화한 뒤 그때 가서 경악할 만한 비리였다고 발표했어야 순서가 맞았다" 며 자충수를 인정했다. 특유의 여유 있는 어조, 적재적소의 비유 등은 김 원내대표의 전매특허와 같다. 그를 정치판의 연금술사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믿었던 혀가 도끼로 변해 자기 발등을 찍었다. 위기를 벗어나기가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역풍 맞은 김한길, 뒤늦은 후회 김한길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두 건의 발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 라며 "지난주 금요일 경악할만한 비리'라는 표현 때문에 예고 같이 보인 것은 유감"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으려 애썼다. 그는 "5월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며 이같이 말했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기세 좋게 제기한 의혹이 '증거불충분'으로 판정받은 데 대한 책임 있는 발언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뒤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광재 전략기획 위원장은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김 대표의) 해명이 있지 않았느냐" 면서 "당에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상조사단에서 확인을 했다니 원내대표 입장에서는…"이라고 얼버무렸다. 우상호 대변인이 땀을 뺐다. 그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의혹제기가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이 시장) 사안은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황제테니스에 대한 애초의 국민적 의혹이 연장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추가 폭로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 대변인은 "의혹이 해명된 것은 아니고 방증은 있는데…"라면서도 "앞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오후 다시 기자실에 섰다. 그는 "이명박 시장과 선병석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이 절친한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친분 여부보다 비리가 존재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안 의원은 "그것은 우리 조사단이 할 바가 아니고…"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는 발언이 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진상조사단이 지도부와 큰 교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나라 "3류 저질 코미디"…"열심히 공작한 김한길 떠나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선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박근혜 대표는"여당이 연일 '경악할 만한 주요 인사 비리가 있다' 며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3류 저질 코미디 폭로를 일삼는 여당은 '흑색선전 전문당' 임이 드러났다" 며 "당력을 집중해 증거제출을 요구하고 흑백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공작정치 근절을 위한 3대 조치'를 마련" 이날 중 ▷공작정치진상조사단을 발족하는 한편 ▷폭로내용을 72시간 내 사실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허위사실 폭로자를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정치공작금지법'을 제출했다. 또 ▷지난 대선 때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대업 병풍사건 등 3대 정치공작 관련 특검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추진키로 했다. 정병국 홍보위원장은 "국민이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했던 모임이 일반적 모임으로 밝혀진 만큼 앞으로 열린우리당의 색깔은 노란색도 보라색도 아닌 흑색"이라며 "열심히 공작한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 비난했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이번 사건은 여당의 저급한 여성비하 의식이 깔려 있다"며 "여당 여성의원들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부대표는"열린우리당의 저급한 상상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며 "정 의장은 당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김 원내대표는 실질적 책임자로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 인민석 의원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길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진 부대표는 "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점은 선정적이고 여성폄하적인 그들(열린우리당)의 사고방식 "이라며 "열린우리당은 동호회 모임에 여성회원이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암시해 건전한 동호회원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맹 비난했다. 이어"우리당은 여성들은 오직 남성들의 성적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구태의연한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했다 "며 "지금 국회에서는 여성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고, 여당은 여성의 시대를 앞장서서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다른 한 쪽에서는 선정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질타했다. 진 부대표는"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선거승리를 위해 표면적으로 여성의 시대를 말하지만 그들의 내심은 선정적 상상과 여성비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공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그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이미 취해진 법적 조치와 별개로 사과와 사퇴, 석고대죄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민주당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폭로 내용은 '경악할 만한 비리' 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저질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국민들은 김한길 대표가 소설가 출신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비꼬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김 대표와 열린우리당의 어설픈 폭로정치는 공천비리 사태 국면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돼버렸다"며 "이번 폭로 추태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았다. 김한길이라는 이름이 '한나라당 살리는 길'이라는 뜻이 될 판"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지금 정치권에는 부패비리정치의 한나라당과 폭로추태정치의 열린우리당이 한데 어울려 부패와 추태의 꼭지점 댄스를 추고 있다"고 비꼬았다 ◆화난 시민단체 "저질폭로 웬말이냐"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경악할 비리' 발언으로 정치권의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도 김 원내대표의 처신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라이트코리아, 뉴라이트 청년연합, 나라사랑시민연대, 애국국민대연합, 우남여성회 등 10여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5.31 지방선거 불법 감시연대'(이하 감시연대)는 18일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원내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권에서 퇴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현 정권이 '김대업 원죄' 등을 안고 집권한 세력임을 지적하며 이들 세력이 선거 때에 맞춰 또다시 '아니면 말고 식' 의 무책임한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김대업 병풍 사기조작 흉내낸 근거 없는 저질폭로 중단하라' 는 긴 현수막을 들고 "이해찬 황제골프 칠 땐 침묵하다 저질폭로 웬말이냐", "경악할 만한 비리가 고작 사기저질폭로냐", "열린우리당은 아니면 말고 식의 저질폭로 중단하라" 고 소리쳤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공동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말한 경악할 비리는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도 근거도 없는 저질폭로였다" 며 "TV를 통해 그의 말을 듣고 믿었던 국민들은 모두 바보인가? 근거 없이 '일단 터트리고 보자는' 행태를 보인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치권을 떠나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봉 대표는 이어 "이렇게 스스로 사건을 만들어서 비리처럼 폭로하는 방식은 현 정권의 전신인 새천년 민주당의 '김대업 병풍조작사건'과 '설훈 기양건설 공작'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이라며 "오로지 선거를 이기기 위한 것에 눈멀어 공명선거 분위기를 다 해쳐놓은 열린우리당과 김 원내대표를 강력히 규탄한다" 고 성토했다. ◆별장모임 여성들 "권력의 시녀, 접대부 취급한 與의원 법적대응" 한편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른바 '별장 파티' 에 참석했던 여성 테니스동호인들이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 형사상 소송을 준비중이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테니스선수 출신의 동호회원 K(여.34)씨는 18일 야유회에 참석했던 여성 6명이 공동으로 "우리를 권력의 시녀, 접대부 취급한 김한길 원내대표와 안민석 의원을 고발하겠다" 며" 법적 소송으로 이 문제를 대응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 K씨는"정확한 사실도 근거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근거도 없는 말 가져다가 마구 폭로하면 다냐?" 며 "내가 왜 그 사람들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운동한 사람이라 그냥 운동을 했을 뿐인데, 그런 쓰레기들하고 말하기도 싫다" 고 독설을 퍼부었다. K씨는"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고 눈총을 받고 있다" 며 "운동선수에게 접대부 취급을 하고 쓰레기 같은 말을 하고... 우리가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운동한 걸 가지고 권력의 밑에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은 것으로 매도하다니" 라고 분개했다. 이어 " 이 시장이 허물없이 대해줘서 좋은 마음에 야유회를 갔고 추리닝 입고 잔디밭에 앉아 삼겹살 구워 먹은 게 다인데 다들 그러고 살지 않느냐? 정말 그게 여흥이고 질펀한 무엇이냐? "고 따져 물었다. 그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응당 김한길 대표와 안민석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를 우습게 취급하고 시녀 취급한 대가를 받게 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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