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파잎 차

 

시골살이를 하다 보니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이 집에 온다. 오랜지기도 있지만 지나가는 나그네들도 많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주고 서로의 마음을 열기위해 일단 다탁을 마주한다. 침묵과 시간의 간극을 줄이기에는 차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요즘은 커피야 어디를 가나 마시는 음료가 되었으니 대체로 우리차를 대접한다. 마주앉아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피어나고 목소리들이 아름답다. 차는 참 신비한 능력을 가진 존재다.

 

주작산 주변에는 야생녹차가 많다. 틈틈이 차를 만들기도 하고 지인들과 물물거래로 바꾸기도 한다. 녹차는 정성껏 우려야 그 맛이 더 좋다. 찻잎은 작설, 중엽, 대엽 등에 따라서 찻물의 온도가 달라져야 한다. 아주 어린 순인 작설은 물의 온도가 50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여리기 때문에 온도가 높으면 뭉그러진다. 중간크기의 중엽은 70~80도 그리고 큰 대엽은 80~90도가 적당하다. 잎이 두터운 만큼 뜨거운 물을 부어야 속에 숨어 있는 향과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취향에 따라 은은한 녹차에 계절별 화사한 꽃잎을 띄워 주기도 한다.

 

주작산과 본가에는 차로 쓸 수 있는 꽃들이 철따라 핀다. 백매, 청매, 홍매, 진달래, 아카시아, 장미, 백합, 국화와 같이 독성이 없어 먹을 수 있고 향기가 있어 꽃차로 쓰기에 좋다. 말갛게 우러난 녹차위에 매화 활짝 핀 것과 봉우리를 함께 띄우면 색상이 대조적으로 보이고 운치가 있다. 제철 꽃은 뜨거운 물에 그대로 우려내면 된다. 연분홍 진달래 꽃을 하얀 찻잔에 띄우면 봄이 그대로 몸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꽃향기와 맛도 더 달콤해진다. 백목련은 생것으로 쓸 때는 자그마하게 찢어서 뜨거운 물에 우려낸다. 향긋한 말간 노란꽃물이 우러난다. 목련을 일 년 내내 차로 먹으려면 잎을 하나하나 따서 뜨거운 방바닥에 말린다. 요즘은 건조기가 나와서 무엇이든 손쉽게 깨끗하게 말릴 수 있으니 편리하다. 우리집은 황토찜질방의 뜨거운 방바닥에 잎을 하나하나 따서 널어두며, 하얀 목련잎이 샛노랗게 마른다. 이것을 밀폐용기에 넣어두고 일 년 내내 마신다.

자목련 또한 운치 있다. 붉은 색의 찻물이 우러나온다. 감꽃, 인동초 등도 좋은 꽃차 종류이다. 인동초는 금은화라고도 한다. 이 꽃은 며칠 흰색이다가 이내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흰색과 노란색의 꽃이 꽃대에 매달려 있어서 금과 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이 인동초를 찻잔에 띄우면 황금빛과 은빛의 꽃이 어우러져 사뭇 기품이 난다.

여름이면 제비꽃, 꿀풀, 돌나물 꽃을 따서 얼음 만드는 틀에 얼렸다가 꽃얼음을 효소에 동동 띄워 마시면 기분이 참 좋다. 가을에는 소국을 통째로 말려두었다가 눈내리는 창가에 앉아 기품 있는 국화차를 마시면 그 향기와 빛깔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꾸지뽕차황칠나무차를 만들어 보았다. 꾸지뽕차는 꾸찌뽕열매를 다섯 번 덖어 말려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신다. 그리고 꾸지뽕잎차는 채취하여 건조기에 말려서 편하게 우려 마신다. 황칠나무차는 봄에 여린순을 채취해 녹차처럼 덖어 만든다. 앞으로 무한 개발가능한 분야인지라 두루두루 시음한 결과 모두들 반응이 꽤 좋다. 이렇게 차를 향긋하고 몸에 좋은 차를 마시면 심신이 모두 정화되는 느낌이다. 도시에서는 즐기기 힘든 시골살이만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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