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금융시대 활짝 열릴까

▲ 지난 11일 모바일 소액 송금·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가 출시됐다.ⓒ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이 야심차게 내놓은 ‘뱅크월렛카카오’가 서비스를 실시했다. 간편한 송금과 결제 서비스로 무장한 뱅크월렛카카오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송금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스미싱에 쉽게 당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현재는 무료인 수수료가 유료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 진입 장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뱅크월렛카카오의 등장이 걸음마 수준이었던 한국 ‘핀테크’에 혁명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은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기반 모바일 지갑인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

뱅크월렛카카오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카카오톡으로 간단하게 송금을 하거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뱅크월렛카카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송금 절차를 크게 간소화했다는 점이다. 돈을 받는 사람의 계좌번호 없이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 듯 하루 10만 원 한도 내에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송금 기능은 각종 회비, 경조사비, 음식값 나눠 내기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뱅크머니 받기 한도를 1일 50만 원, 충전 한도는 최대 50만 원까지 제한하며, 보내기 수수료는 일정 기간 면제할 예정이다. 뱅크머니 받기 한도는 향후 참가 은행들과의 협의를 거쳐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뱅크월렛카카오는 별도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제공되며 충전형 선불카드인 뱅크머니와 모든 은행에서 발급하는 현금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주요 서비스는 뱅크머니 송금을 비롯해 모바일 현금카드를 이용한 CD/ATM사용,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등이 있다. 뱅크머니는 특정 은행 계좌를 연계해 등록해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현금카드는 은행에 상관없이 최대 25장까지 등록할 수 있으며, ‘BankWallet’ 또는 ‘UbiTouch’ 스티커가 부착된 전국 7만5000여대 기기에서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서비스 대상은 만 14세 이상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스마트폰 소지자로 스마트폰 명의가 본인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소유자 본인 확인이 어려운 법인폰 및 일부 알뜰폰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뱅크머니 받기만 가능하고 보내기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뱅크월렛카카오는 다음카카오의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되는 소액 결제·송금 서비스로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돼 출시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장기 성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온라인보다 수십 배 큰 오프라인으로 시장 확장에 성공한다는 의미에 주목했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뱅크월렛카카오가 카카오페이와 함께 결제서비스의 중심으로 자리하며 다음카카오의 중장기 광고 사업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11일 서비스를 시작한 뱅크월렛카카오는 서비스 첫날부터 상당수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루만에 은행별로 최대 6000~7000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금융권 종사자들의 가입이 두드러졌다. 금융결제원은 정확한 가입자수를 11월 말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 뱅크월렛카카오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카카오톡으로 간단하게 송금을 하거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송금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미싱에 쉽게 당할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시스
◆의문부호 있다

다만 금융이라는 보수적인 영역에서의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편의성 등을 감안했을 때 성공 가능성은 있지만 향후 가입자 증가 추이 등을 확인해야 실적 영향 등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출시된 카카오페이의 초반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고 모바일메신저 플랫폼이 OTO(Online To Offline)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향후 가입자 증가 등의 추이를 확인하고 수수료 등 세부사항이 확정돼야 실적, 주가 영향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보안에 대한 우려다. 간편 결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가능해 편리하지만 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임수경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스미싱 피해 현황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4년 9월 현재까지 스미싱 피해 건수가 총 35,962 건으로 나타났다. 피해금액은 2013년도 까지 피해금액만 63억3천9백만원이었다. 연도별로는 2012년 2,182건(5억6천9백만원) 2013년 29,761건(57억7천만원) 2014년은 9월 현재까지만 4,019건에 달했다. 2013년 스미싱 피해는 2012년과 비교했을 때 1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임 의원은 “경찰이 미래부나 방통위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보다 발 빠르게 범죄 예방에 나서지 않으면 스마트 기기와 최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국민들의 피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미싱 범죄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송금이 간편하다는 카카오 뱅크월렛의 장점이 동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최근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보안에 대한 사용자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서비스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류영준 다음카카오 페이먼트사업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페이는 현존하는 모바일 결제수단 중에서 최고의 보안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성을 입증 받았다”고 했다. 다음카카오는 “보안강화를 위해 고객의 금융정보는 전 구간에서 암호화했고, 스미싱 방지를 위해 카카오톡으로 발송되는 뱅크머니 송금 메시지에는 카카오톡 플랫폼에만 보낼수 있는 카카오 인증마크가 부착된다”고 밝혔다. 보안 문제가 사업의 흥망을 가를 수도 있는 요소라는 점을 인지하고 적극 대처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수수료다. 수수료를 놓고 시중은행과의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카카오톡 친구간 자금 이체가 당분간 무료로 진행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수료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추후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더라도 카카오톡과 수수료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향후 카카오톡과 은행권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12일 <머니투데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뱅크월렛카카오의 송금수수료가 내년 4월부터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월렛카카오에 참여한 은행들은 내년 3월 31일까지만 송금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뱅크월렛카카오로 돈을 보낼 경우 송금수수료를 내야 한다. 뱅크월렛카카오의 간사은행을 맡고 있는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3월 말까지 송금수수료를 면제하고, 그 이후에는 뱅크월렛카카오에 참여하고 있는 각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유료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월렛카카오의 송금수수료가 유료화되더라도 송금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현재 타행 송금 기준 은행들의 인터넷·모바일뱅킹 송금수수료는 평균 500원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각종 우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우대혜택을 받게 되면 인터넷·모바일뱅킹 송금수수료가 면제된다. 따라서 유료화 이후 본격적인 플랫폼 경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뱅크월렛카카오의 오프라인 사용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의 뱅크 머니는 간편형(네트워크)과 NFC형(USIM발급형) 두가지로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NFC형 뱅크머니는 이통 3사 USIM의 메모리를 할당 받아 현금카드 기능을 발급받고, 스마트폰의 NFC안테나를 이용하여 결제 및 입출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NFC형은 USIM모델과 NFC 스마트폰이 모두 있는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12일 <베타뉴스>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1월 이후 금융결제원과 연동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SKT와 KT는 USIM과 스마트폰이 모두 있는 경우가 60% 내외로 추정된다. 이용자와 이용 폰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용처가 부족한 점도 사용률을 낮추는 원인으로 꼽혔다. NFC형 발급은 5개 은행만 가능하고, ATM은 전체의 60% 수준에 그친다. 오프라인 가맹점은 CU 1곳에 불과해 사용 가능한 가맹점 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다음카카오가 서비스 안착에 신경써야 할 부분은 가맹점 확보 역시도 포함된다. 이는 모바일 송금만으로는 이용자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카오톡의 경쟁사인 라인 역시 ‘라인페이’를 선보일 예정에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9일 라인은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올 겨울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일각에서는 ‘뱅크월렛카카오’의 등장이 걸음마 수준이었던 한국 ‘핀테크’에 혁명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시스

◆‘핀테크 혁명’ 이끄는 다음카카오

성공 여부는 제쳐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불러 일으킨 ‘핀테크 혁명’이 보수적인 금융계에 신선한 바람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financial+technique)로 이번 뱅크월렛카카오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급격하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핀테크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는 2003년부터 PC와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금융·결제 서비스 ‘알리 페이’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알리 페이 앱만 설치하면 송금·결제는 물론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 작년 6월부터는 펀드 투자 서비스도 시작했다. 알리 페이 가입자는 8억명(작년 말 기준)이 넘는다. 알리 페이로 결제한 금액은 작년 450조원에서 올해 67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온라인장터 이베이가 인수한 ‘페이팔(paypal)’은 1998년부터 온라인에서 간편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페이팔로 결제된 금액은 180조원에 달한다. 애플도 올 9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출시했다. 애플 페이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입력 등 복잡한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지문 인식만으로 간단히 결제하는 서비스다.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전 금융위원장)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이라는 대단한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게 우리 금융계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며 “다행히 정보통신 부문은 우리가 경쟁력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 금융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금융계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발전이 지체된 면이 있다”며 “핀테크 혁명을 계기로 우리 금융업의 진입장벽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