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방선거 대선 주자들 결과에 촉각 곤두세워

보라색 강풍(康風)을 몰고 등장한 강금실 예비후보나 강 후보의 대항마로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오세훈 전의원 간의 서울시장 선거가 대선 주자들의 예비고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느 당이 얼마만큼 이기느냐에 따라 관련 주자들의 이해가 엇갈린 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점쳐지는 인물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고건 전 총리, 손학규 경기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큰 이해 당사자는 우리당 선거를 이끌고 있는 정동영 의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그리고 박근혜 대표도 선거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고 건 전 총리나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손학규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고 전 총리나 손 지사의 경우는 서울시장 결과에 따라 오히려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건, 우리당이 졌으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큰 표 차이로 이길 경우 이는 열린우리당에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겼을 경우 우리당이 이길 경우 정 의장은 당분간 도전받지 않는 ‘탄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진다면 우선 지방선거를 앞에서 지휘한 정동영 의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정 의장은 자칫 정치권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 역시 책임론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겠지만, 선거 패배 후폭풍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우리당이 질 경우 당내 중도통합파가 부상,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서울시장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 패배가 되면, 당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흐름이 힘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 건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당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흐름과 미래를 내다보는 흐름이 충돌 할 경우 상당히 시끄러운 파열음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이 승리한다면 충청권을 대표하는 ‘국민중심당’을 흡수하면서, ‘반 한나라당 블록 형성’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긴 졌어도 어느 정도 선전을 한다면 이런 과정을 안 겪어도 된다. 어차피 안되는 상황에서 선거를 지휘한 정 의장이 예상 만큼의 선전은 오히려 약리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예가 적용된다면 정동영 의장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정치권의 기반이 바뀔 수 있다. 타고난 순발력을 자랑하는 정 의장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흐름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당하고만은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경우 또 다른 ‘제물’을 담보로 흐름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 제물은 노무현 대통령 등 현재권력일 수도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안겠지만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여하튼 선거 패배는 우리당 지도부에게는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분명하다. ◆대선을 향한 긴 장정 반대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초 예상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지게 되는 것은 후유증도 심각할 전망이다. 우선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근심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연일 터져나오는 한나라당의 악재에 웃는 날이 별로 없는 박 대표가 만약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한다면 ‘선거불패’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박 대표가 자랑하는 ‘대중성’의 시효 역시 무력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만큼 가장 큰 상처를 입을 이는 역시 이명박 시장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출신이 이 시장 후임으로 앉는 순간, 이 시장의 재임기간 쌓아놓은 치적이 오히려 자신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에 웃는 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 구도로만 보면 손 지사 쪽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당내 경쟁자인 박 대표와 이 시장에게 타격을 입히게 될 뿐 아니라,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론이 급격하게 퍼지면서 손 지사에게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내 중도개혁세력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갑자기 조용하던 손 지사가 정치 행보를 발빠르게 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한나라당 내부 경선과 한나라당 예비주자간의 함수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만일 맹형규 후보가 홍준표 의원과 오세훈 전 의원을 이기고 경선을 통과하고 시장이 될 경우 박 대표에게 가장 덕이 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반면 오세훈 전 의원이 당선 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이 시장에게, 장기적으로는 손 지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당이 아닌 같은 한나라당의 오 전 의원이 시장 자리에 앉을 경우 이 시장이 그동안 해오던 청계천 복원 등의 치적과 오 전 의원의 께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 되면서 이 시장은 한동안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오 후보의 출마 자체가 한나라당 내 보수 세력과 변화·개혁세력의 대결적 요소가 깔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 후보의 승리가 이 시장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방선거와 7월 전당대회, 그리고 내년 6월 후보선출로 이어지는 대장정에서 변화·개혁세력이 힘을 얻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이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손 지사에게 공간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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