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글쎄’, 농축수산 ‘장기적 우려’

▲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FTA 서명식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2년 5월 2일 공식 개시돼 30여개월간 이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0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양국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22개 챕터에 대한 FTA가 타결됐다. 다만 쌀의 경우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합의됐고 또 국내 주요 생산 농산품인 고추, 마늘 및 소·돼지고기, 사과, 배 등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한·중 FTA 타결 선언으로 양국 간 교역 규모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양국이 이날 '실질적 타결'로 선언한 것을 감안하면 추후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후 이번 협상을 통해 상품,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총22개 챕터의 FTA가 타결됐다고 밝혔다.

총체적으로 양국은 품목 수를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을 개방키로 합의했다. 중국의 경우 품목 수의 91%, 수입액의 85%인 1371억달러 규모에 대해 20년 내 관세철폐를 약속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품목 수의 92%, 수입액의 91%인 736억달러 규모를 20년 내에 관세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번 한·중 FTA에서 처음으로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를 FTA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우리 측에서 민감한 품목인 농수산물 가운데 쌀은 FTA 대상에서 완전 제외키로 합의됐다. 농수산물의 자유화율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 수준으로 정해졌다. 청와대는 “그동안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농수산물의 자유화율이 평균적으로 품목 수 기준 78%, 수입액 기준 89% 점을 감안하면 FTA의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생산 농산품인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 채소류와 소·돼지고기, 사과, 배 등 총 610여개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원산지·통관문제의 경우 48시간 내 통관 원칙, 700달러 이하 원산지 증명서 면제, 원산지 증명서 미구비시 수입 후 1년 이내 특혜관세 신청 가능 등에 합의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 중국은 엔터테인먼트, 건축, 유통 등 서비스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역외가공지역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 설치 및 역외가공지역 생산제품에 대한 한·중 FTA 특혜관세 부여에 합의했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중국과의 FTA 체결이기 때문에 각계 각층이 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농축수산 업계는 한·중 FTA 타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강원대 이병오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한·중FTA 타결후 15년뒤 관세를 철폐한다고 가정할 때 국내 한우농가가 3000억원대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 측에 제조업분야 조기 관세철폐를, 중국은 우리측에 농수산물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특히 중국이 이익의 균형차원에서 우리 농수산물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 확대를 요구한 반면 우리측은 초민감품목의 특수성과 민감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우리측은 양허 제외 비중을 높이는데 협상력을 집중해왔다. 결국 양국이 민감품목에 대해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최종 타결을 이뤄냈지만 농수산분야에서 우리측 부담은 그만큼 늘게 됐다.

전기·전자 업계는 한·중 FTA로 인한 시장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경우 이미 관세가 폐지된데다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양국간 교역량이 늘어나면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중국 서비자들이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고무와 플라스틱, 화학제품을 취급하는 중소기업들은 유리한 반면 금속가공 등 뿌리산업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한중 FTA 체결과 관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고무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업종에서는 55.5%가 “유리하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48.1%), 목재 및 나무제품(42.9%), 가죽가방과 신발(33.3%), 식료품(33.3%)을 생산·유통하는 중소기업들도 유리하다는 응답비중이 높았다.

‘불리하다’는 답변은 금속가공제품(38.1%), 1차 금속(29.4%), 자동차 및 트레일러(27.3%) 업종에서 많이 나왔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관세의 영향이다. 중국의 고무와 플라스틱 제품 수입관세율은 40~45%,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은 20~100%다. 목재와 나무제품, 가죽가방과 신발도 많게는 100%까지 관세가 붙는다. 식료품 역시 관세가 90%라 중국 시장을 뚫기가 녹록치 않지만 해당 중소기업들은 FTA로 고관세가 사라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금속가공 등 뿌리산업과 1차 금속, 부품 등은 우리나라 수입관세율이 0~8% 수준이라 값싼 중국 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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