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악몽에 우는 비운의 축구 천재

98 프랑스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한국은 5:0 으로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한 선수가 때린 시원한 중거리슛을 보고 기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로 약관의 나이에 국가 대표로 뽑힌 이동국이었다. 팀은 대패를 당했지만 축구팬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위안의 씨앗을 뿌렸다. 포철공고 시절 이미 초고교급 선수로 각광받았던 이동국은 포항을 통해 프로축구무대에 입문한 98년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아주대를 졸업하고 부산대우에 입단한 안정환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신인왕에 올랐고,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일본을 2-1로 물리친 그 해 말 이동국의 얼굴에선 광채가 났다. 가장 화려하게 축구선수로서 빛났던 이동국이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고 있다. 바로 오른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또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밥을 수 없게 됐다. 정말 지긋지긋한 월드컵 악몽이다. 이동국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그것도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황선홍과 고정운 등 많은 축구 선수들을 힘들게 했던 그 부상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수술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은 물론이고 선수생명 자체가 불투명하게 된다. 그러나 이동국은 재활을 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아픔을 알기에 월드컵에서 뛰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비운의 월드컵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동국은 딱 한 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그것도 딱 13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19세의 나이였던 이동국 선수는 팀이 네덜란드에 0-3으로 지고 있던 후반 32분 교체 투입됐다. 한국팀은 두 골을 더 내어주었지만 이동국 선수는 통쾌한 중거리슛을 보여주며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동국은 0-5의 대패를 당하며,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돌아온 한국 축구를 다시 끌어올릴 `희망`으로 여겨졌다. 국민들의 기대도 엄청났다. 이후 이동국 선수는 98년 K리그에서 11골(컵 대회 포함)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르는 등 멋진 활약을 보인 그는 1999년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회 직전 무릎 연골 부상을 당했지만 그는 무리하게 캐나다전에 출전을 강행, 부상이 악화되어 2000년 K리그 전반기에 출전을 못했다. 부상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9월에 올림픽, 10월에 있었던 아시안컵에 무리하게 출전한 그는 부상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맞이한 2002 월드컵에서 그는 부상과 불성실한 훈련태도로 히딩크의 눈에 띄지 못하고 대표팀에 탈락을 하게된다. 후에 이동국은 당시 월드컵은 한번도 보지 않았다며 그 아픔을 대신했다. 광주 상무에 입단하면서 그는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불성실한 모습을 불식시키며 새롭게 태어났고 본프레레 감독 이후 국가대표팀의 원톱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미국 전지훈련에 나선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멕시코와의 전훈 마지막 경기를 벌인 지난 2월 15일 미국 LA 메모리얼 콜리세움. 전반 13분 상대 골키퍼 산체스의 실수를 틈타 결승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경기 뒤 “전성기를 맞았다”는 기자의 말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담담한 목소리로 “어느덧 팀에서 선배 위치에 섰지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축구화를 벗는 순간까지 100% 만족스러울 때가 있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났다. ◆수술 불가피.. 모든 축구 선수에게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리그에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 해도 이동국 선수 같이 부상을 당하면 나갈 수가 없다. 특히 어린 시절 월드컵 무대를 잠시 맛보았었던 그에게 27살로 전성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맞이 하게될 이번 월드컵 무대는 8년간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던 그에게 이번에 당한 부상은 이동국 선수 본인을 큰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했다. 월드컵을 포기하고 수술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선수 생명을 걸더라도 월드컵을 선택할 것인가? 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동국 선수는 주저 없이 월드컵을 선택했다.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독일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 확신한 순간, 부상에 쓰러진 이동국은 8년만의 월드컵 출전 꿈을 안고 수술 대신 재활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독일로 재활을 받기 위해 떠났다. 이동국 선수의 기량을 아끼는 사람들은 이동국 선수 본인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아직 젊기에 이번 월드컵은 포기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이동국 선수는 앞으로 적어도 5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축구팬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의 그 멋진 플레이들을 앞으로 더욱 K리그에서 그리고 A매치에서 나아가 유럽무대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는 많이 있다. 만약 이번에 무리한 재활 치료 후 더욱 상태가 악화되어서 이전과 같은 플레이를 두 번 다시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수 본인이나 나아가 한국 축구계는 큰 슬픔에 빠지게 된다. 숨가쁜 시간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동국이 그보다 더 힘든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낼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깊고 단호한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다시 한번 믿음을 갖게 한다. 이동국의 꿈이 이뤄지면 축구팬은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경기장에서의 승리의 환희와 함께 불굴의 의지를 불사른 한 인간의 승전보를 듣는 진한 감동도 선사받게 된다. 이번엔 고행길을 함께 갈 사랑하는 아내(이수진씨)가 있어 조금은 발걸음이 가벼울 이동국이 독일월드컵 무대에 서는 ‘기적’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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