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가 경제에 큰 피해 입혔으나 개인을 위함이 아닌 점 등 고려"

▲ 30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뉴시스

재임 기간 2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와 550억원대의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상법·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지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대형 경제사건에 강덕수 전 회장이 사실상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며 “대형 경제 범죄를 통해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며 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 가운데 680억원 상당은 유죄로 인정하고 27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경영상 판단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총 2조 3000억원 중 5841억원에 해당하는 부분의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본시장 신뢰와 투명성을 저해하는 회계분식으로 금융기관에 큰 피해를 입혔다”면서 “강 전 회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 강 전 회장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여러 사람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강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구형받았던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기소된 STX 임원 대부분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이 구형됐던 김모전 STX조선해양 CFO(최고재무책임자·59)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이 구형됐던 권모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56)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5년이 구형된 변모 전 그룹 CFO(61)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징역 4년이 구형된 이모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50)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STX건설에 대해 STX중공업이 869억원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게 해 회사에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이희범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전 산업부장관(65)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앞선 결심공판 이후 각계에서는 강 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왔다. STX그룹의 협력업체 모임인 구 ‘STX 멤버스’의 83개 회원사 대표들이 24일 호소문을 발표했고, 옛 쌍용중공업과 STX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및 노조 간부, 장학생 등 1천명도 “강 전 회장만이 1999년 외환위기 당시의 쌍용중공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기업 총수의 재판에 노조 측 인사들이 대거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단도 지난 20일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이 같은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2008~2012회계연도를 결산하며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 2조 3천억원을 과대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9천억원 상당의 사기 대출을 받고, 1조 7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부정 발행했다. 또한 2011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회사채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3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로 지난 5월 강 전 회장 외 6인과 함께 구속기소 됐다.

STX그룹은 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주력 업종인 조선·해운·건설 분야에서 적자가 가중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해체됐다. STX그룹은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대규모의 회계분식 등이 누적되면서 구조조정 적기를 놓치고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져 해체됐다고 평가돼 왔다. STX그룹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투입한 금액은 10조원 이상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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