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기간’ 초저금리 유지…금리 인상 시기 놓고 전망 엇갈려

▲ 지난 9월 20일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과 악수하고 있는 최경환 기재부 장관. 29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의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했다. ⓒ뉴시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여 간에 걸쳐 세 차례 진행돼 온 미국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의 일원으로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해 온 4조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준은 현재 월 150억달러가 남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하고 다음 달부터 국채 및 모기지(주택담보부) 채권을 더는 사들이지 않기로 했다.

연준은 이날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FOCMC 위원 9명이 찬성했다. 나라야나 코철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양적완화를 최소 1∼2년 더 유지해야 한다면서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연준은 “현재 미국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로라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서도 초저금리 기조(0~0.25%)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 시장에서는 지난 3월 부터 다섯 차례의 FOMC 회의에서 줄곧 사용해 온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이 삭제된다면 조기 기준 금리 인상의 단행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져 왔다.

연준은 이어 “미국 경제가 (우리의) 계획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경우 시장의 기대보다 더 빠른 시기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향후 각종 경제 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며 “지표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 또한 현행 예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각종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2%)를 밑돌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하반기’나 ‘2016년 초’로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의 시기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유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연준이 더 이상 돈을 풀지 않아도 미국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미국의 최근 경제활동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상황도 약간 개선됐고 노동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세 번째 채권 매입 종료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연준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 상당의 국채와 400억 달러 상당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월 850억 달러였던 QE3 규모를 100억 달러 줄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처음으로 착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앞선 여섯 차례 회의에서 채권 매입액을 매번 100억 달러씩 줄여 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적 완화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극한 경제 위기를 맞은 미국의 연준이 기준 금리를 제로 금리에 가까운 0%대로 유지해 온 통화 정책이다. 달러화를 찍어내 금융기관을 통해 통화를 공급하려는 의도였다.

이렇게 풀린 통화는 시중 금리를 낮춰 빚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고 주가를 부양하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냈지만, 유동성이 흘러 넘쳐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갔다.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자산들의 거품도 초래할 수 있기 떄문에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이러한 과정이 바로 잡히게 된다. 따라서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기지표를 살피며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도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달러화는 ‘슈퍼 달러’로 불리며 강세를 띠고 있으며 신흥국 펀드 자금은 지난 9월 중반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준의 발표 내용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급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대체적으로 예상한 수준이어서 당장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이 닥쳐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은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으로 본다”며 “자본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국제 금리가 상승해 소비 제약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어지게 돼, 이 경우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일정 부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시차는 있을지언정 한국의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저금리에 빚을 한껏 늘린 가계는 이자 부담이 늘면서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도 신흥 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미국으로 한번에 밀려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으며 일부 신흥국에서는 국가 부도사태까지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달러화 강세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수 있다. 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게 될 경우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화 강세의 심화로 원화가치가 떨어지게되면 환율 상황이 개선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 교역국인 미국 경제의 소비력이 되살아나는 것도 우리경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