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개혁안, 17%더내고 10% 덜받고…장기적으로 국민연금化 추진

 ▲ 27일 오후 세종정부종합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새누리당의 개혁안 발표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1960년 제정돼 수 차례 변화를 겪어온 공무원연금의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2015년을 두 달 남짓 앞두고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17일 정부안 발표에 이어 지난 27일 한층 더 강화된 새누리당표 개혁안 발표로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박 대통령과 여당은 연내 처리를 강조하고 있고 야당과 공무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7일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TF(태스크포스)를 총괄하는 이한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 차원에서 마련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안전행정부에서 정부 차원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정부안)을 내놓은 지 딱 열흘 만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제도 개혁 목표로 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 폭 축소,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후한 측면 개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생활수준을 위협하지 않도록 적정 수준 유지의 3가지를 들었다.

특히 새누리당이 개혁안을 발표하며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하후상박(下厚上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아래는 두텁고 위는 엷다는 말로 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 박하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즉, 소득이 더 낮은 하위직 공무원들을 상대적으로 더 배려해 기존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소득재분배 기능을 고려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공무원 조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9급 공무원을 배려하겠다는 의중이 이번 새누리당의 개혁안에서 두드러졌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현재 연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재직연수×재직 전(全)기간 평균기준소득월액×지급률(1.9%)’로 돼 있다. 기준소득월액은 부담금 및 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며 비과세소득을 제외한 금액의 연 지급합계액을 12개월로 평균한 금액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재직연수가 늘어날수록 평균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받는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개혁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해 재직 전 기간 평균소득을 절반만 반영하고 대신 최근 3년간 전 공무원 평균기준소득월액의 절반을 반영해 이를 합산하도록 만들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국민연금처럼 전체 공무원의 평균 소득의 절반이 고정값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연금수령액이 조금 더 평균 소득에 수렴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현행 1.9%인 지급률도 낮췄다. 재직자의 경우 2016년부터 지급률을 1.35%로 내린 뒤 향후 10년 뒤에는 1.25%까지 내리고 2016년 이후 신규 임용자의 경우는 1.15%를 적용한 후 12년 뒤인 2028년에는 1.0%까지 내리는 식이다. 또한 연금수령액과 기여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 자체도 현행 전체 공무원 기준소득월평균액의 1.8배(804만원)에서 1.5배(670만원)으로 낮춰 670만원 이상의 기준소득월액을 기록하는 공무원은 670만원까지만 인정받도록 바뀐다.

새누리당의 시뮬레이션(30년 재직 기준)에 따르면 이 같은 ‘하후상박’ 구조의 도입으로 2006년 임용된 5급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은 정부안(184만원)보다 새누리당안(173만원)에서 11만원이 줄어들고 9급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은 정부안(123만원)보다 새누리당안(130만원)에서 7만원 늘어나게 된다. 또한 연금수령 월액의 격차도 61만원에서 43만원으로 28% 감소했다.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7급은 기존 정부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아무리 ‘하후상박’ 구조라도 지급률이 대폭 하락하고 기준소득월액 상한선도 내려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연금수령액이 대폭 삭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현재의 기준에 따르면 30년간 재직해 재직 전 기간의 평균소득이 300만원인 공무원과 500만원인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은 각각 171만원과 285만원이다. 하지만 개혁안의 방안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 공무원의 평균소득(2014년 기준 438만원)의 절반이 공식에 적용되고 지급률도 대폭 하락해 각각의 수령액이 150만원과 190만원으로 감소한다. 물론 고위직 공무원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은 사실이나 생활이 어려운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수령액이 상당한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게다가 납부해야 할 금액인 공무원 기여금의 비율을 현재 기준소득월액의 7%로 돼 있는 것을 8%로 올리고 2018년에는 10%까지 인상하기로 해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다만 2016년 이후 신규 임용자의 경우는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의 구조로 계획됐기 때문에 지급률이 대폭 낮아지는 만큼 기여율도 4.5%로 낮게 책정됐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도 정부안보다 2년 정도 당겨졌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2010년 전에 임용된 공무원은 60세부터, 2010년 이후 임용된 공부원은 65세부터 연금을 지급받게 되는데 정부안의 연금지급 개시연령 조정 계획을 2년씩 앞당겨 2023년부터 2031년까지 61세부터 65세의 단계로 늦추기로 했다.

재직기간 상한 연장도 더욱 강화됐다. 현재는 33년 이상 재직하면 퇴직시까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퇴직 전 가장 보수가 높은 시기의 소득이 반영되고 있어 연금수령액은 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재직기간별 공무원연금 수령액 현황’에 따르면 33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올해 8월 현재 17만943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50.5%를 차지했고, 이들이 올해 받은 연금액은 2조5944억원으로 전체 공무원연금 수급액의 43.7%에 달했다. 정부안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 같은 상한을 27년 미만 재직자부터 4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으나 새누리당안은 24년 미만 재직자부터 40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좀 더 앞당겨졌다.

퇴직자들도 강도 높은 개혁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평균 연금수령액(현재 219만원)의 2배 이상을 수령하는 고액 연금자는 2016년부터 10년간 연금인상이 동결되고, 퇴직 공무원이 정부가 전액 출연·출자한 공공기관에 재취업하거나 선거직에 취임하면 현재는 연금수령액의 50%를 지급받고 있으나 앞으로는 연금수령액이 전액 삭감된다. 또한 정부안에서는 정부가 연금기금에 보전해줌으로써 발생하는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연금수령액의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으나 새누리당안에서는 이 비율이 소득구간에 따라 2~4%로 차등화됐다.

▲ 2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원들. ⓒ뉴시스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화 ‘착착’
새누리당은 이처럼 납입액이 늘고 수령액이 대폭 줄어드는 구조를 퇴직수당의 현실화로 일정 부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공무원들의 퇴직수당은 민간 대비 39%에 불과한데 퇴직수당을 민간근로자 퇴직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해 이를 퇴직연금으로 분할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개혁안을 바탕으로 전체 공무원 중 평균 수준의 공무원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내놓았다. 1998년 9급으로 임용돼 17년간 재직한 7급 공무원이 앞으로 13년간 더 재직해 6급으로 퇴직하는 경우(2013년 6월 기준 9급 공채 출신 평균연령 42.2세, 재직연수 16.1년)를 상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개혁안으로 기여금이 17% 늘고 수령액은 15% 줄지만 퇴직수당이 38%나 늘어나 전체적으로 연금수령액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에상됐다. 즉 17% 더 내고 10% 덜 받는다는 얘기다.

시뮬레이션에서 가정된 평균의 공무원은 현행 규정에 따르면 30년간 7857만원을 기여금으로 납입하게 되나 개정안에 따르면 17%가 증가한 9231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여기에 연금 총 수령액은 현재 4억 7270만원에서 개정안에 따라 4억249만원으로 15% 감소한다. 하지만 퇴직수당이 4733만원에서 6553만원으로 38% 늘어나 이 같은 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에 따르면 연금 총 수령액과 퇴직수당을 합하면 수령하게 되는 전체 금액이 총 5억 2003만원에서 4억 6802원으로 줄어 10% 감소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개혁안을 발표하며 핵심적인 키워드로 ‘하후상박’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들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발표를 공동진행한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이번 개혁안은 하후상박의 설계가 핵심이며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동일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실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흔적은 어느 정도 엿보인다. 지급률 감소, 기준소득월액 상한 하락, 신규 임용자의 기여율 하락, 퇴직수당 현실화 등의 장치는 공무원연금 제도를 지금보다 덜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TF를 총괄한 이 의원은 이날 “공무원의 보수가 일반 국민들보다 낮아 발생하는 차이는 신분보장의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며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통합해 공무원은 특수계층이 아니며 민·관 사이에 서로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국민과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화 하겠다는 의지를 비췄다.

◆하후상박? 하박상박? 찬반 엇갈려
하지만 ‘하후상박’의 목적이 실현될 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하위직 공무원이나 젊은 공무원들의 경우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나빠졌고 공무원들은 국민들과 다르게 기초연금을 받지 않으며 고용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11월 1일 열릴 대규모 집회에서 자체적으로 ‘대통령 신임 투표’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여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공무원연금 투쟁 협의체 ‘공적연금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사자를 배제한 채 발표한 새누리당의 행태에 분노하며, 연금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새누리당의 개악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투본은 이번 개혁안을 놓고 전 공무원과 교직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역시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 TF 강기정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은 공적연금을 하향 평준화하고 국민 노후를 이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실상은 하위직급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고 상위직급의 분담을 늘리는, ‘하후상박’이 아니라 ‘하박상박’ 구조의 개악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여론은 공무원 사회 및 정치권의 시각과 달리하는 모양새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14~15일 전국 성인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3.8%가 ‘적정 수준 축소’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어 28.5%가 ‘대폭 축소’를 택했다. ‘소폭 축소’라고 응답한 사람은 19.8%에 그쳤다. 앞서 지난 9월 말 모노리서치가 정부안을 놓고 전국 성인남녀 11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9.1%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선택하기도 했다. 각종 포털 뉴스 댓글란의 분위기도 대체적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찬성한다는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 28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당론 발의가 확정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당론 발의 확정…연말 태풍 예고
2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당론 발의가 확정됐다. 일부 의원들은 “공무원이 봉이냐”며 반발했지만 대체적으로 개혁안에 대해 큰 이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의원총회 발원에서 “선거 치를 당이 손해 보는게 뻔한데 왜 당에서 이 난제를 주도하느냐가 고민이었다”고 밝히고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고 범정부적으로 꼭 개혁할 과제”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강조했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연내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서 이처럼 연내 처리를 강조하는 것은 개혁안 처리가 내년 4월 임시국회까지 넘어갈 경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게 돼 10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공무원 사회와 일반 국민들 간에도 갈등이 조성되고 있어 현재로써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의 바람대로 개혁안이 연내 처리된다면 재정 상태는 개선되겠지만 공무원 사회의 전반적인 사기 감소와 더불어 공무원이라는 직종의 사회적 지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연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2016년 총선 등 선거 준비와 맞물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누구든 당분간 공무원연금의 대폭적인 개혁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돼 공무원연금 개혁은 범접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으로 자리를 확고히 굳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이 올 때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해 남은 기간 동안 각계 각층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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