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사로잡은 삼두마차, 정직‧경청‧실천

▲ 22일(현지시간) 조코 위도도(53)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연설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연합 후보인 그는 강력한 대항마였던 대인도네시아운동당 프라보워 수비안코(62)를 누르고 당선됐다. ⓒ 뉴시스

강대국들 소식만 듣느라 자주 그 존재감마저 놓치고 있는 나라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면 동남아시아다. 그 중의 한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요즘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나라에서 역사상 첫 직선제 정권교체를 일궈 권좌에 오른 조코 위도도(53‧애칭 조코위) 대통령 때문이다.

그는 내놓고 말해 세계의 보통 지도자들의 외모에만 빗대 본다면 보잘것없는 풍채와 얼굴의 소유자다. 그는 농담 삼아 “나는 일국의 지도자라기보다는 길거리 과일 가판점 행상인 같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2억 5천만 인구를 가진 나라의 수장이 됐다.

조코위는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까지 소탈하고 진솔한 태도와 실무적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지만 대통령 자리에서 풀어나가야 할 인도네시아의 국내외 산적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이 중에는 이슬람극단주의 등 국제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문제들도 여럿 있다. 당장 11월 초에는 세계 정상급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린다. 그러나 그의 외교 경험은 가구를 수출할 때 외국 상인을 만난 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서민풍의 그가 갖은 지략에 능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얼굴 표정을 지을까 이것만으로 정말 궁금하다.

조코위 대통령(53, 이하 죠코위)은 13,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중앙 자바섬 빈민촌에서 태어나 성장해 목수일도 하며 가구를 팔던 상인이었다. 그는 자카르타의 주지사를 거쳐 동남아의 강국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이 됐다.

그는 마르고 모나지 않은 용모의 성격은 착하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모습 뒤에 무슨 일이든 해내는 날카로운 지성과 활동 에너지가 넘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그는 전래시장과 빈민지역을 날마다 걸어다니며 민심과 함께 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무리 지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서민들과 더불어 건강보험, 교육과 교통 등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현안을 놓고 즉석 거리 면담을 가졌다.

조코위의 이런 이례적인 스타일은 그가 예상치도 못하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과 더불어 국제적인 여론의 관심을 받았고 또한 외국의 지도자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층민 출신인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싸움은 볼 만했다. 어떤 이는 이 싸움을 글러브를 끼지 않고 싸우는 난타전에 비유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놓고 싸우는 두 선수의 체급이 전혀 달랐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출되는 상극의 두 주인공처럼 배경, 성격, 정치 지향 등 모든 점에서 극단적인 대조를 보이는 두 후보였다.

야당인 대인도네시아운동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에 맞서는 조코위는 투쟁민주당(PDIP) 소속이었다. 수비안토는 퇴역한 장군 출신으로 자바 섬의 명문가 출신이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공주의자 수하르토 독재자 아래서 가장 악명 높은 인권 탄압에 가담했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의 ‘위대함’을 회복하자는 국수주의적 공약 위주로 선거캠페인을 교묘히 펼쳐나갔다. 이에 맞서 조코위는 어떤 선거 전략을 썼을까?

조코위란 인물에 호기심을 느낀 한 외국인이 지역 사업가들과 공무원들을 만나 그에 대해서 물어보면 한결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는 가장 솔직한 정치인이며 남에게 주기 좋아하고 부정부패가 불가능한 사람이다’는 반응이 메아리쳤다. 처음에 이 외국인은 일률적이다 싶을 만치 비슷한 말을 듣게 되자 유권자들이 세뇌된 줄 알았다고 한다.

조코위는 듣는 귀의 크기로 치면 이 세상에서 비교될 지도자는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는 하찮은 영세 가판점들이 깡패와 경찰들한테 시달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몇 주에 걸쳐 이들과 면담을 지속해가며 이들의 문제점이 뭔지를 파악하고 나서 이들이 가판을 깔 수 있고 깡패와 경찰들의 괴롭힘을 받지 않고 장사할 있는 땅을 얻어 주었다.

조코위는 유권자들의 문제가 있으면 끈질기게 문제점이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듣고 몸 사리지 않는 실천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천군만마 부럽지 않은 민심을 얻어 800만 표 이상의 충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국제경험 전무…정상들과 만남 자체가 빅뉴스

오는 11월 10일~16일은 세계 정상들의 굵직한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린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 회담이 베이징에서 있고, 미얀마의 네피도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 회담과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리고, 호주 브리스번에서는 주요20개국 모임이 있다.

조코위는 외교 경험이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그가 국제문제에 말려들기 시작하는 순간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조코위는 이 회담에서 전 KGB 출신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지난 5월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의 프라윳 찬 오차 총리 등을 만난다. 조코위와 공통점이 있는 지도자는 베이징에서 단독회담을 가질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두 정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취임식 직전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지도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이 쉽지 행동이 따르겠냐는 비판도 받는다. 그는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과 공통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급한 국내 문제도 많으니 국제 사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말고 그냥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좋다고 하는 평론가도 있다.

그러나 미국-아세안 사업평의회(US-ASEAN Business Council)의 알렉산더 펠드만 회장은 “그가 빛날 기회가 있다”며 “세계는 그의 인물됨 그리고 그가 어디에 주안점을 둘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그에게 구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있기 때문에 조코위가 국제 무대에서 곧 두각을 나타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인도네시아는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며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이며 주요20개국의 일원이다.

수마트라섬 서북단에서 뉴기니까지의 길이가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영국의 런던까지의 거리에 맞먹는 동남아의 대국 인도네시아는 1940년대 네덜란드의 식민지 통치에서 독립했다. 인도네시아는 조코위의 전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친구들은 백만명, 적은 제로”라고 형용한 살맛 나는 정책을 유지했다.

이런 배경에서 그에게 국제 무대를 주름잡아야 한다는 주문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국제적 이미지가 밥 먹여 주냐”며 “놓치지 말아야 할 초점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외교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관계는 가능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조코위의 고문이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전략‧국제연구소의 매튜 굿맨은 “조코위가 오바마와 다른 지도자들을 만나 빚어질 화학적 궁합을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지도자들은 객관적인 눈으로 그가 어떻게 처신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가 떠안고 문제는 세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산림벌채로 인한 기후 변화, 테러리즘과 인신매매가 그것이다. 미국 오바마는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모종의 협력을 요청할지 모른다.

또한 대선에 패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수비안토 야당 총재의 호전적인 발목 잡기가 예상된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흑색선전 전략을 잘도 구사했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인이 아니라 싱가포르계 중국인이며 기독교 신자라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의 아들이 사생아라는 얘기도 퍼졌다. 그는 조코위 승리가 확정되자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대신 이번 선거는 북한보다 더 타락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코위가 국제외교관계에서 만날 진짜 적들은 이와 비슷한 종류의 더 치밀하고 냉혹한 중상모략과 간계, 책략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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