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서서히 하락…경쟁 제품 치고 올라와

그동안 국내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던 제주삼다수의 최근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회사 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 국내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던 제주삼다수의 최근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회사 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뉴시스

지난 10월 10일 한국샘물협회 및 AC닐슨 등에 따르면, 제주삼다수의 8월 현재 시장점유율은 42.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만 보면, 단일 제품이 관련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인다는 점은 대단하다. 그만큼 제주삼다수가 생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하향 곡선’ 꾸준히 그리는 제주삼다수
그렇지만 관점을 달리해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제주삼다수가 놓인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을 올해 1월부터 연속적으로 보면 심상치 않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제주삼다수의 올해 시장점유율을 1월부터 보면 다음과 같다. ▲1월 46.3% ▲2월 46.5% ▲3월 45.7% ▲4월 45.0% ▲5월 44.3% ▲6월 43.8% ▲7월 42.7% ▲8월 42.5%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 추세를 보면, 제주삼다수가 올해 7개월 동안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연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곧바로 눈에 띤다. 올해 1월 점유율과 비교하면 8월에는 3.8%나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향 추세를 변함없이 지속한다면 내년 1/4분기나 2/4분기 중에는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갖고 퍼지고 있다. 아울러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제주삼다수와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는 제품인 농심 백산수가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C닐슨에 따르면 백산수의 8월 시장점유율은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객관적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40%대 점유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제주삼다수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다. 하지만 역시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농심 백산수의 시장점유율 추세를 보면, 지난 1월 3.2%에서 8월 5.1%로 2%p나 가까이 오른 결과가 나타났다. 점유율 면에서 꾸준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제주삼다수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시스·평창수·석수 등 다른 생수 제품도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왜 유독 제주삼다수만 점유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마케팅 전략 면에서는 농심이 우월?
특히 최근 제수삼다수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백산수를 제조·판매하는 곳이 바로 농심이라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백산수의 상승 현상과 이에 반비례해 제주삼다수의 침체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원래 제주삼다수는 농심이 전국 유통을 맡아 크게 성공시킨 제품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1998년 제주개발공사와 계약을 맺고 제주삼다수로 유통권을 확보, 생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심그룹은 오랜 기간 탄탄하게 다져온 강력한 유통망을 전폭적으로 활용해, 불과 3개월 만에 당시 생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석수’를 누르고 당당히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제주삼다수의 성공은 농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기존의 라면이나 과자류 시장이 아닌 음료 시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둔 모범적인 개척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삼다수는 상당 기간 동안 ‘신라면’ 및 ‘새우깡’과 더불어 농심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으로 꼽혔다. 제주삼다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생수로 자리매김 된 것은 농심의 열성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이렇게 농심은 14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제주삼다수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 2012년 광동제약에게 유통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는 ‘삼다수는 곧 농심’이라는 그동안의 선입견이 과감히 깨지는 충격적인 상황이라, 파장 및 후유증이 상당했다. 이렇게 농심이 맞이했던 상황을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앞으로 신라면의 상표 및 제조권을 삼양라면이 맡게 된 상황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농심의 타격은 상당했다.

지난 2012년 12월 7일 광동제약은 제주도개발공사와 2016년 12월 14일까지 4년 동안 매년 제주도 외 판매분 중 약 50%에 달하는 물량의 삼다수를 전국에 판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농심 측이 보인 반발은 엄청났다. 농심그룹은 제주삼다수의 제조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개발공사를 상대로 판권 유지를 위한 소송전을 치르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유통권은 광동제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제주삼다수는 농심에 이어 광동제약에게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광동제약의 간판 제품으로 꼽히던 ‘비타 500’의 매출을 앞지르는 등 ‘1등 상품’의 위용을 당당히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농심에게도 ‘전화위복’이라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이 왔다. 백산수라는 새로운 제품을 런칭, 특유의 막강한 마케팅 능력을 앞세워 시장 회복에 전폭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물론 제주삼다수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변함없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유통권을 잃은 농심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제주삼다수를 제로베이스에서 최정상의 위치로 끌어올린 마케팅 노하우를 농심이 변함없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결국 커다란 자산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노하우를 백산수에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으며, 올해 들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업계에서는 백산수의 상승 현상과 이에 반비례해 제주삼다수의 침체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광고캡처

◆ 제주개발공사 신임 사장에 ‘농심 출신’ 내정
이 평론가는 “이에 비해 제주삼다수의 유통을 새롭게 맡게 된 광동제약은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농심에 비해 다소 약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그동안의 광동제약의 행보를 보면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는 ‘비타 500’이 여성 아이돌 스타 등 전면에 내세우는 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석권했던 전례를 상기하면, 제주삼다수 마케팅은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농심에 대해 ‘백산수가 전화위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하나 더 있다. 제주삼다수의 경우 농심이나 광동제약 모두 유통권만 보유하는 상황이지만, 백산수의 경우 농심은 판매·유통 및 제조권까지 확보하고 있어, 이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득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농심은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착실하게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 농심은 지난 6월부터 이도백하 지역에 백산수 제2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들어간 투자비용은 2천억 원 선으로, 농심그룹의 창사 이래 투자한 액수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현재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가진 광동제약의 경우, 계약이 끝나는 2016년 12월 14일 이후에도 유통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현재로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이 유통권을 잃을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희박하다”고 보고 있지만, 농심이라는 ‘선례’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변수는 항상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광동제약에서는 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침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마케팅 측면에서 다소 안이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제주삼다수는 그동안 등산객들의 입소문을 중심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광동제약이 그동안 농심이 다져놓은 제주삼다수의 이미지와 소비자 충성도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도 올해부터 보이는 하향 곡선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광동제약이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원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광동제약이 마케팅 전략 수립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 제주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가 대형마트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동제약은 그 밖의 유통을 맡고 있다. 이렇게 유통권이 이원화 되다보니 영업 전략 수립 면에서 상당한 애로가 따른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최근 생수는 편의점이나 산 인근 매점보다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마트 마케팅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농심과는 달리, 광동제약의 경우는 대형마트 판매권이 없어 그만큼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제주삼다수에 대해서는 광동제약보다는 제주개발공사가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는 향후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이에 대한 일환으로 제주삼다수의 용기 및 라벨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련된 디자인 및 마케팅으로 유명한 현대카드가 제주삼다수 디자인의 리뉴얼 작업을 맡고 있다. 이렇게 제주삼다수 디자인이 바뀌는 것은 1998년 시장에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꼽힌다.

또한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10월 15일 김영철 전 농심인재원장을 제9대 제주개발공사 사장으로 내정해 그 배경을 두고 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김영철 내정자는 전략 경영 전문가로 예전에 제주삼다수 판매홍보 전략 수립과 관계된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제주개발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김영철 내정자의 이러한 경력을 높이 평가해 사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농심 출신인 김 내정자를 낙점한 것은 결국 제주개발공사가 과거 농심이 발휘했던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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