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중앙 정부의 후보 추천 방식에 대해 부당성을 제기하며 모인 홍콩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우산을 펼쳐 들었다. 또한 이들은 우산을 이용해 경찰의 최루탄 진압에 맞서는 모습도 보여 이후 홍콩 시위는 '우산혁명'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9월말부터 시작돼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열기에 당황한 중국 중앙 정부 및 친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2017년 행정장관 선거와 관련된 시민의 보통선거권 요구를 ‘색깔혁명(정권교체혁명)’이라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시위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차이나데일리’가 지난 4일 ‘색깔혁명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 매체는 논평을 통해 그것은 소수의 선동가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중국 중앙 정부를 타도하려는 색깔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11일자 제1면 기사에 홍콩 시민권 요구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중국 당국의 색깔혁명 단정은 홍콩이 중국이 결정한 선거제도에 순응하는 것이 국가안보의 문제라는 그들의 인식에 부합하며, 또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NPC)가 행정장관 후보 지명 방식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글로벌보이스>는 분석하고 있다.

홍콩의 친중국 언론매체들은 또한 ‘센트럴을 점령하라’ 운동 배후에 미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음모설까지 퍼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홍콩의 범민주파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The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과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가장 괴이한 중상모략은 고등학교 활동가 조직이며 이번 시위를 주도하기도 하는 ‘학민사조’의 지도자인 조슈아 웡(17)이 정치적 슈퍼스타로 육성됐으며 미국 해병대에서 전투 훈련까지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시위대는 이러한 여러 음모적 소문을 농담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 비민주적인 ‘기능별 간선제’ 덕택에 홍콩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중파(親中波) 의원들은 지난 10일 외세 개입 음모설에 기반해 ‘센트럴을 점령하라’ 배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세 개입의 증거로 시위대에게 공급되는 음식, 음료, 문방구, 포스터와 현수막 등과 같은 엄청난 물량의 자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홍콩 시민은 블로그를 통해 “엄청난 물량 공급이 지금 외세 개입설의 증거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 뒤 2008년 쓰촨 지진이 발생했을 때 홍콩 시민들의 모금액이 130억홍콩달러(미화 19억달러)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모든 사람이 능력껏 시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래서 풍부한 물자를 공급받고 있다. 우리는 외국의 기부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학민사조’와 ‘홍콩학생전상연회’는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홍콩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는 진실로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보고는 홍콩 시민들이 입법부 선거 시스템의 개혁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기능별 간선제 폐지 같은 것 말입니다. 그 보고서는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열망을 존중하지 않습니다…전인대 상임위원회가 만든 정치 개혁 틀은 홍콩 정부의 호도하는 보고서로 인해 잘못 됐습니다. 홍콩 정부가 시민들에게 진실하지 못한 점이 있으면 그 실수를 인정하고 보고서를 수정해 정치 개혁 안에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열망을 포함시켜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 두 그룹은 또한 시민들의 후보 공천은 중국 본토의 지방 의원 선거의 흔한 관행이라고 지적한 뒤 홍콩 시민들이 행정장관 후보를 스스로 공천하겠다는 요구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령하라’ 항의는 색깔혁명이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입니다.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연좌시위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 현 렁춘잉 장관의 행동에 대한 대응입니다. 보통선거권은 (중국 정부로부터의) 정권 획득과는 무관합니다. 그것은 고도의 자치의 실현이며 기본법에 명시된 행정력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시사평론가는 “‘시민의 지명권’과 ‘기능별 간선제의 폐지’는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전국인민대표자의 결정 철회조차 중국헌법 62조 11항에 부합한다. 여기 보면 전인대의 상임위원회이 내린 결정의 수정과 철회는 전인대의 권한에 속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 공천’ 투쟁은 단지 시민권 운동이며 중앙 정부로부터의 권력 쟁취나 (색깔) 혁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텅 뱌오(Teng Biao) 인권 변호사는 홍콩과 중국 본토의 운명은 분리될 수 없고 홍콩의 민주주의 투쟁은 반드시 중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빗대 ‘참을 수 없는 혁명의 무거움’이라고 표현했다.

“독재의 본성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다. 권위적 체제는 자유 체제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권위적 체제는 홍콩의 보통선거를 마침내 독재의 몰락을 가져올 댐의 균열로 간주한다…홍콩 시민들은 그들 자신의 민주주의만을 위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이들의 민주주의 투쟁은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홍콩 시민에게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왜냐하면 홍콩인들은 매우 강한 지역적 동일성을 발전시켜왔고 중국 본토와는 거리를 유지하길 원했기 때문이다…홍콩 시민은 그들과 같지 않은 중국 본토인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참을 수 없는 혁명의 무거움을 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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