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퇴장, 선수 뿐 아니라 대표팀도 운다.

2006 독일 월드컵이 2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국의 감독들은 본선에서 뛸 최종 엔트리를 작성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선수들도 월드컵 본선에 뛰기 위해 너무나도 열심히 뛰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딕 아드보카드 감독의 “K-리그에서도 대표팀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 리그에서 부진하면 안 뽑겠다‘고 말해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중 부상을 당하면 월드컵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뛰지 못한다. 또한 국내 선수들의 경우 FIFA가 제시한 엄격한 파울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습관적으로 하던 플레이를 하다 불필요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쉽게 당하고 있다.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 선발을 앞두고 태극전사들의 부상과 퇴장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퇴장’에 우는 대표팀 약 두 달간의 실전을 겸한 장기 해외전지훈련으로 인한 피로누적과 오는 5월 15일 최종엔트리 선정을 앞두고 K-리그에서는 더욱 격화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이일어나기도 하다. 서로 선수를 도와주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요즘 K-리그에서는 도통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 5일 스위스 로체른에서 열린 정기총회를 통해 팔꿈치 가격, 무모한 태클, 유니폼 끌기, 시간 지연, 심판에 대한 적대 행위, 시뮬레이션 액션, 프리킥시 수비벽 내에서의 움직임, 장신구 착용 등 8대 반칙 행위를 주요 규제 대상으로 정했다. 특히 팔꿈치 가격, 무모한 태클 등의 경우는 경고 없이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이 ‘퇴장’에 신경을 안 쓰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전북의 최진철은 K리그에서 미숙한 파울로 PK를 내주고, 퇴장까지 당했다. 여기에 종아리 부상에서 가까스로 회복한 울산의 이호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본 지난 1일 수원 전에서 ‘폭력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서울의 김동진도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토고 전에 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선수들이 아직 엄격한 경기룰에 빨리 적응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하석주(현 경남 FC 코치)처럼 ‘퇴장’이 대표팀의 경기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수면 위로 모습 드러낸 부상 암초 카트호의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돼 온 포항의 이동국이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홈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쳐 한달 가량의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상으로 쓰러진 태극전사는 이동국이 처음은 아니다. 미드필더 이호와 조원희가 전지훈련 후 종아리와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 간신히 복귀 채비를 갖췄고, 정경호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전지훈련 도중 부상을 숨기고 출전했던 이천수도 소속팀 복귀 후 재활과 적응을 거친 뒤 정상을 되찾았다. 중앙 수비수인 김진규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비록 소속팀으로 흩어져 있지만 경기의 내용이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포착되는 현실에서 프로축구 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한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최상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선 부상이라는 최대의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부상은 대표팀 전력에 독 태극전사의 부상은 선수 개인에게도 치명적이지만 대표팀의 전력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때는 황선홍(현 전남 수석코치)은 프랑스로 출발하기 직전 치른 중국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벤치에서만 지켜 봐야 했다. 또한 94년 미국월드컵 때는 강철이 1년 전 다친 발목부상이 재발해 끝내 본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현재 수원의 송종국은 지난해 다친 무릎 부상으로 아직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상이 전화 위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월드컵 4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홍명보 코치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중앙 수비수들이 줄줄이 다치는 바람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이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뛰는 시발점이 돼는 경우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이영표가 본선 직전 왼쪽 종아리를 다쳐 1·2차전에 결장했다. 하지만 대신 출전한 이을용이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의 첫 골을, 미국전에서는 안정환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맹활약 하는 등 선수 개인에게는 전환점이 됐지만 대표팀의 전술에 부상은 언제나 팀의 목을 조르는 장애로 숨어있다. 또한 부상을 숨기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원론적으로는 훈련과 경기 틈틈이 최대한의 휴식과 회복을 통해 부상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경쟁의 한복판에 선 선수들이 잔 부상을 숨긴 채 출전을 강행해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례로 이천수 선수는 아드보카드 감독의 말을 의식해서인지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감독님이 보고 있으니 쉴 수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코칭스태프가 태극전사들을 지켜보는 것은 구체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팀 전술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활용되는지 그리고 특정 선수가 컨디션을 월드컵 본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일 뿐이다. 사소한 부상을 미리 알리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과정을 거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선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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