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책임 인정 안돼…사업부지 반환 '파란불'

▲ 10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의 책임이 코레일에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뉴시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이하 드림허브)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10일 드림허브가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의 판결들과는 다르게 “용산개발 사업 무산의 책임이 코레일이 아닌 시행사 및 민간출자사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안승호)는 드림허브와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 및 건설사 24곳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1심)에서 1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코레일 측 추천 이사 3명이 사업을 코레일 주도로 개편하거나 무산시킬 목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거부했다고 볼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3명의 이사를 코레일이 추천했으나 당시 나머지 이사들이 충분히 증자와 관련해 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며 “계약자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서울보증보험이 코레일에 돌려준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에 대해 드림허브 민간 출자사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제기됐다. 드림허브는 “개발사업 시공권과 연계한 전환사채를 발행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코레일이 2011년 3차 사업협약서 취지해 반해 전환사채 발행을 방해하여 사업이 무산됐다”며, 귀책사유가 코레일에 있는 만큼 손해배상 채무가 부당하다는 채무부존재를 주장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연말로 예상되는 용산개발 사업부지 관련 토지반환소송에서도 코레일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코레일은 올해 1월 드림허브 명의로 되어 있는 용산 철도정비창 전체 사업 부지의 61%에 해당하는 21만 7583㎡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지금까지 받은 모든 토지대금(7585억원)과 이자(4854억원) 등 1조 3천여억원을 먼저 반환해야 토지를 돌려줄 수 있다고 맞섰다.

코레일과 드림허브는 사업협약을 해제할 때 토지매도인인 코레일이 토지대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주는 조건으로 토지소유권을 넘겨주도록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안 소송격인 토지반환소송에서 코레일이 승소할 경우 드림허브로부터 사업부지를 반환받게 돼 민간출자사들의 출자금 1조 3천여억원이 날아간다. 햔제 철도정비창 부지 39%는 코레일에 회수된 상태지만 나머지 61%는 여전히 드림허브의 소유로 남아 있다.

드림허브 측은 항소 의지를 밝히며 “토지반환소송은 본건과 별개의 소송”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번 소송은 코레일측의 100% 과실을 전제해 낸 소송이며 과실 비율을 조정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판결은 법원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말 법원은 서울보증보험이 신청한 회생채권 조사 확정판결에서 “드림허브 2대 주주(15.1%)인 롯데관광개발은 용산 개발사업 무산 책임에 따른 이행보증금 516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 법원은 용산 개발사업 무산이 드림허브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6년부터 추진돼 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 소유의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1만 8692㎡를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하려던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개발 주체 간 갈등 등으로 지난해 3월 전면 백지화 됐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더 이상의 사업진행은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지난해 7월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사업 무산에 따른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지급받았다. 코레일이 사업 추진에 앞서 서울보증보험에 용산개발을 위한 사업협약이 해지되면 2400억원의 협약이행보증금을 청구해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 뒀기 때문이다. 협약이행보증금은 사업 무산시 민간 출자사들이 물어야 하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이번 소송결과가 확정되면 서울보증보험은 드림허브와 민간출자사를 상대로 코레일에 지급한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승소할 경우 민간출자사들이 서울보증보험에 구상해야 하는 금액은 드림허브 지분에 따라 롯데관광개발 516억원, KB자산운용 342억원, 푸르덴셜 263억원, 삼성물산 219억원 등의 순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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