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운데 10명 중 3명은 종교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지난달 만16세 이상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종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1.7%가 ‘없다’고 대답했다. 불교(30.2%), 개신교(20.1%), 천주교(15.8%)가 그 뒤를 따랐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2011년 조사와 비교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크게 증가한 반면 각 종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사회에 미치는 종교의 영향력이 대체적으로 감소했다고 평했다.

종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감소한다는 것은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넘어 혐오감 내지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는 보통 종교에 대해 교리나 역사보다는 그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보고 평가를 내린다.

종교(宗敎)는 말 그대로 풀면 ‘으뜸 가르침’인데, 참다운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으뜸 가르침을 잘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렇게 빛이 나게 살아가는 종교인을 존경하고 흠모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인 거의 무한한 이기심(利己心)을 신앙심으로 다스려 나가는 사람들은 일반인을 초월한 성인(聖人)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우리 보통 사람들도 으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는 대단히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발상으로 종교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성서에 보면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붓다도 팔정도(八正道)에 따라 인내심을 가지고 수행하면 ‘해탈(解脫)’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지 않는가.

불교식 표현을 쓰자면 인생은 고해(苦海)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인생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대인관계나 직업 수행에서 오는 고통만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활동해야 하며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음식물을 끊임없이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잠을 못 자게 되면 사람은 정신병에 걸리게 된다. 이러한 몸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 괴로움의 바탕이며 이를 기반으로 해서 부자유스럽게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이 전개되는 것이다.

결국 누구나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까 하고 고민하며 일상을 견뎌 나간다. 어찌 보면 상당히 험악한 삶의 조건이다. 영지주의자(靈知主義者)들은 지구를 감옥이라고 말했고 이 세계 자체가 지옥이라는 과격한 주장까지 펼쳤다. 이런 곳에서 우리가 세계 상황, 인간의 몸과 이기심으로부터의 괴로움을 초월할 수 있다는-그것이 천국, 극락과 같은 장소든 해탈, 삼매경과 같은 의식의 상태가 됐던 뭐라고 불리던 간에-종교의 메시지는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그런데 그런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런 고마움이 느껴지는 종교, 아니 우리 주변에서 그런 종교인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인의 종교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미국 전체를 대표하도록 선정된 성인 2,002명이었다고 한다.

“미국인의 삶에 종교가 미치는 영향이 증가 또는 감소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인의 72%가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으며,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22%였다. 2002년 조사에서는 ‘감소’ 응답이 52%, ‘증가’ 응답이 37%였다. 이러한 변화의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앞서 조계종 조사 결과에서 종교 간 갈등 원인을 제공하는 종교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9.2%가 개신교라고 지적했고 불교가 15.9%, 천주교는 7.9%였다. 개신교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개신교의 배타성은 늘 지적돼 왔으며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종교적인 처신과 공격적 선교 방식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기독교만 그러한가. 중동을 보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잔혹한 행위에서 어떻게 종교만이 줄 수 있는 희망과 위안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니 각종 사이비종교가 인간의 약한 마음과 이기심의 틈새를 파고들어 현대인의 영혼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종교인들은 외형적인 만족감을 줄 뿐인 비종교적인 허식과 허영을 떨쳐 버리고 예수가 사막으로 가서 고행한 것처럼, 붓다가 목숨을 걸고 깨달음을 구한 것처럼 종교의 근본 자리에 서서 눈 부릅뜨고 있어야 할 때이다. 종신불퇴(終身不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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