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무장 부인, ‘가자 지구에서 묻은 피나 닦아라’ 맞대응

▲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벤자민 네탄야후 총리는 뉴욕 유엔본부 제69회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나치에 빗대며 세계가 이슬람국가(IS)보다는 이란 핵무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 이스라엘 총리 공식 사이트

이스라엘 벤자민 네탄야후 총리가 현재 “소형 트럭을 타고 다니는 이슬람국가(IS) 전사”에 쏟는 세계의 관심을 앞으로 더 큰 위협이 될 이란의 핵무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193개국 대표가 참석한 제69회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IS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IS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이란을 핵보유국 문턱에 두는 것은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에 패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칼라니쉬코프 소총으로 무장하고 소형 트럭을 타고 다니는 이슬람 무장조직을 상대하는 것과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이슬람 무장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고 말했다. 칼라니쉬코프 소총은 IS 전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총이다.

네탄야후 총리는 이란, IS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를 제2차 세계대전 중 6백 만 명의 유태인을 죽인 나치에 비유하며, “나치는 주인 종족을 믿었다. 이슬람 무장 조직들도 주인 신앙을 믿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란, IS와 하마스는 누가 주인 신앙을 가진 세계의 주인이 돼야 하는냐는 문제에 의견이 엇갈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 이란 국호 패러디와 대통령 조롱

“이란의 핵 군사 능력은 완전히 해체돼야 한다”고 네탄야후 총리는 말했다. 그는 ‘이란 대통령과 외무부 장관의 부드럽게 말하는 화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목적은 이란에 대한 국제적 제재 조치를 풀게 하고 “핵무장으로 가는 이란 앞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탄야후는 총리는 연설 중에 시리아-이라크 이슬람 국가(ISIS)나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란 말에 빗대 ‘이란 이슬람국가’란 말을 두 번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이란의 정식 명칭인 ‘이란 이슬람공화국’이란 국호(國號)를 조롱한 것이다.

네탄야후 총리의 비난성 발언은 지난주에 있었던 이란 로하니 대통령의 유엔 연설까지 향했다.

그는 “이란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주 이 자리에 서서 테러리즘의 세계화를 말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며 “이란이 테러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데릭 지터가 뉴욕양키스에서 유격수로 뛰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데릭 지터(40)는 1995년 양키스에 데뷔해 20년간 중심타자이자 유격수로 활약한 유명한 야구선수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주 연설에서 이슬람 시아파 이란을 ‘이단’이라고 보는 수니파 무장 세력 IS와 싸우는 노력을 지지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의 위기는 중동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미국과 서방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란, ‘이스라엘의 가자 유혈 사태 초래’ 꼬집어

네탄야후 총리의 강도 높은 비난 이후 이란 유엔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 연설에 대해 ‘웃기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네탄야후 총리가 이슬람권(圈) 국가들을 “IS 테러 단체와 동일시하고 이란공포증과 이슬람공포증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헛되게도 최근 가자 전쟁의 피 묻은 손을 씻으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이란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IS, 하마스, 헤즈볼라가 세계의 지배권을 잡으려는 모든 이슬람의 연합 세력의 일부라는 주장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절대로 그러한 성격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전했다.

이란은 이란이 핵무기 생산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주요 6개국과 핵 협상을 통해 경제적 제재 조치를 풀려고 한다는 서방측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유엔 총회와는 별도로 지난 10일 동안 주요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핵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란 핵 프로그램의 범위와 제제 해제 속도에 대해 의견차가 심해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그러나 2주 뒤에 유럽에서 재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의견차가 크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미국 국무부의 빌 번즈 부장관은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총리, 오바마 대통령에 이란 핵 문제 강경 대응 압박

네탄야후 총리가 이날 연설에 제기한 문제들은 오는 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탄야후 총리의 연설은 워싱턴 정가의 친이스라엘 강경파들의 평소 생각을 미리 공표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양보 말라는 압박에 힘을 가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끝으로 네탄야후 총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구축 과정에 대해 이스라엘인과 그 지역을 위한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역사적 타협’을 지지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가자 전쟁으로 대다수를 이루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2,100명 이상이 죽었다고 가자 보건부는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67명의 군인이 죽었고 민간인은 6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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