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절상률 세계 최고 수준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1월에 걸쳐 급격히 원화절상(원화환율 하락)이 진행됐다. 2월 이후 원화 절상세는 다소간 소강상태에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 시점이 다가오고 일본과 유로존의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화 약세 가능성으로 인해 원화환율이 언제 다시 하락세를 재개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원화 절상은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상당한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설혹 수출을 한다 해도 채산성을 악화시켜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있어 급격한 원화 절상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율과 관련해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환율이라는 것이 많은 경제변수 가운데 하나이고 어찌 보면 항상 다소간의 출렁거림은 있게 마련인데 우리가 유독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들갑은 결코 아니다’이다. 우리경제, 특히 우리 기업들의 고통이 다른 어떤 나라 기업에 비해서도 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먼저, 우리 나라의 대미달러 환율 절상 폭이 매우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달러화 약세가 시작된 2002년2월 이후 현재까지 최근 4년간 원화의 대미달러 절상률은 34.6%로서 유로화(38.3%)와 더불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14.6%)이나 대만(7.5%) 등 경쟁국의 절상률은 우리 나라의 1/2, 1/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의 절상률은 6.9%로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 엔 등 주요 통화들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인데 반해 원화는 우리 나라 국제수지 흑자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각국의 주요 교역상대국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 원화의 절상폭은 더욱 두드러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년간 원화의 절상률은 25.1%로서 유로(16.9%)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절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일본 엔화의 경우 지난 수년간 미달러에 대해 14.6% 절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는 오히려 11% 가까이 절하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일본의 물가가 주요 교역상대국에 비해 덜 오른 데 기인한다. 일본 기업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전자, 자동차 부문 등에서 우리기업들의 어려움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수출결제통화 달러 집중도 문제 둘째, 우리 나라의 수출의존도(=수출액/명목GDP)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환율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부문의 비중이 크며 결과적으로 환율 변화에 의해 경제 전체가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현재 우리 나라의수출의존도는 38%로서 중국(36%)보다 조금 높은 정도이나 일본(11.5%)이나 유로 여러 나라들의 역외수출 의존도에 비해서는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문제되는것은 최근 수년간 수출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 나라 기업들의 수출 계약에서 결제통화가 미 달러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부담을 더해주고 있다. 원화 절상이 직접적으로 원화 표시수출액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는데다 수출계약과 대금결제 사이에 시차로 인해 환차손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001년의 87.4%를 고비로 조금씩 낮아지고는 있지만2005년 현재 우리 나라의 상품수출에서 달러화 결제비율은 82.4%로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별비교에 있어서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등 기타 국가의 경우 각각 52.4%, 66.0%로서 우리 나라에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로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절상률은 높으나 유로화로 결제되는 유로 존 역내 무역비중이 50% 전후에 이르는 상황이다. 예컨대 독일과프랑스, 이탈리아 3국은 서로가 상대국의 1, 2위 수출상대국이다. 여기에 더해 역외무역에서의 달러화 결제비중 역시 30% 전후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로화 강세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고통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변화의 가격전가도는 매우 낮아 넷째, 우리 기업들이 수출상품 가격에 환율 하락분을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원화 절상에 직면하여 기업들이 수출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을 원화절상률 만큼 올린다면 원화로 표시된 수출액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다. 다시말하면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입게 되는 피해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화 가격을 올리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수출채산성 악화를 감수한 채 수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최근 4년간의 원화강세 기간 중 우리 기업들의 평균전가율(달러표시 수출가격변화율/환율변화율)은 0.27로서 일본(2002~2004년)의 0.70에 비해 전가 정도가 훨씬 낮다. 원화가 10% 절상될 때 수출가격이2.7% 상승했다는 것이다. 유로존이나 대만의 경우도 각각 1.0, 0.68로서 우리 나라보다는 훨씬 높은 전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의 전가도가 높은 것은 최근의 수출가격 상승률은 우리 나라와 비슷하나 환율 절상폭이 훨씬 낮은 데 기인한다. 수출가격의 상승이 각 산업별 경기나 외부충격 요인에 의해 오른 것인지 아니면 기업들이 원화절상으로 인한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올린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외화표시 가격을 올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예로서 같은 기간 중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를 주된 원료나 중간재로 사용하는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의 수출가격이 올랐다는 측면을 감안해 이들 업종을 제외할 경우 우리 나라의 수출 전가율은 0으로서 환율 하락의 수출가격 전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원화절상과 수출가격 하락으로 전자업종 고통 가장 커 한편 환율 변화와 업종별 가격변화율, 그리고 업종별 수출비중 등을 이용하여 해당업종의 국제가격과 환율변화로 인한 업종별 연간 매출액 변화율을 구해보면 환율 변화 시 수출물량 및 내수판매액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전기전자의 경우 환율과 가격요인은 최근 4년간 연 평균 11.7%의 원화표시 매출감소 요인이 되었으며 자동차 산업 역시 2% 가량의 매출감소요인이 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화학 및 철강의경우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달러표시 수출가격 상승에 힘입어 각각 3.4%와 2.2%의 매출증가 요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채산성지수 지속 악화 실제로 원화절상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원화표시 수출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다 수입자재비 등 생산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원화표시 수출 가격 하락에는 달러화표시 수출가격 하락보다는 원화환율의 하락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예로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원화환율 하락률은 수출단가 하락률의 약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나타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시장에서 도태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환율변화와 수출업체 수의 변화를 보면 2000년대들어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2년간 연속해서 수출기업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해에는 2004년에 비해 2,100개 업체이상이 수출시장에서 퇴장,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는데 원화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절상의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 환율정책이 별 의미가 없고 원화절상이 흐름이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원화 절상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물가하락에 따른 구매력 증가로 내수가 늘어나고,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되고 수출물가가 하락하면서 고유가 부담이 완화되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에 기여한다는 점 등이다. 환율 절상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일부 수긍할 점도있지만 그러한 이유로 인해 원화 절상이 별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결말이 지워진다면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할 수 있다. 환율은 우리 기업에게 너무 아프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생산성이 높아져 생산비용이 절감되었고 결국 마진율이 높아짐에 따라 환율 하락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우리 나라주요 수출품 시장의 가격경쟁이 격화되면서 그만큼 수출의 환율 전가도가 낮아진 데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는 환율의 가격전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은 수출시장에서도 가장 경쟁이 심한 이른바‘red ocean’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환율하락의 수출가격 전가라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눈에 띄게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결제통화 다변화에 주력 아직까지 두 자리 수의 수출증가율이 유지된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원화절상을 극복하고 수출 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박수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앞서와 같이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수출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입업자와의 장기계약에 의해 수출이 지속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수출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수입증가세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 경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수출비중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절상에 대한 대응책은 상당히 제한된다. 단기적으로는 우리기업들의 수출 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달러화 비중은 지나치게 높은 감이 있다. 아울러 비가격경쟁력을 제고해 가격전가도를 높이는 것이 원화 절상과 관련해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나 수출구조 등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과제이다. 환율이 이슈가 되지않는 경제,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 경제의 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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