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 거듭 배·보상 언급, 세월호 참사 돈으로 덮어버리려는 의도”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대책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및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맹반발하고 나섰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16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셨던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의 답을 기다린 지 26일째”라며 “그러나 정작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야합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발언한데 대해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칠 수 없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결단을 못하시겠다면서 2차 야합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은 결국 그동안 진행해 온 국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이의 논의를 무시하고 2차 합의안으로 끝을 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 즉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229명 법학자들의 선언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률검토를 통해 명백해졌지 않냐”며 “그리고 대통령님께서 특정 정당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대책위는 “지난 세 차례 여당과의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청와대에 대한 공세가 두렵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은 바 있다”며 “이제 대통령님과 여당은 거짓 이유를 앞세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해지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또, “결국 ‘국가개조’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냐”며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 이를 위한 유례없는 특별법의 제정만이 희생자들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유가족들의 여한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박 대통령이 여야에 대해 조속히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보상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데 대해서도 “여당과의 면담에서도 빠른 배·보상 처리가 국회의원의 중요한 책무라는 이유를 앞세우면서 같은 말을 거듭 반복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우리 대책위는 자꾸 배·보상 문제를 들먹여 유가족들의 뜻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런데 오늘 또 대통령님께서 같은 실수를 하셨다”며 “우리 유가족들은 단 한 번도 과도한 배·보상을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음을 이미 모든 국민들께서 알고 계신다. 그런데 여당과 대통령님이 거듭 배·보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돈으로 세월호 참사를 덮어버리고 우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뻔하다”고 맹비난했다.

대책위는 이에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과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 전에는 절대로 배·보상 논의에 응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세비 반납 문제를 언급한데 대해서도 대책위는 “대통령님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냐”며 “우리 유가족,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린 대통령님은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끝으로 지난 5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해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던 말을 지적하며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말씀 중에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 겨우 4개월여 만에 ‘무한한 책임’이 면제되었다고 착각하시냐”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국민 전체의 민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는커녕 154일째 매일 극심한 고통과 상처를 받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먼저 챙기라”면서 “이제 실종자들의 처참한 유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최고의 최선을 다해달라. 그것이 ‘국가개조’를 외치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선의 책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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