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축구 열정 월드컵에서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꿈은 바로 4년 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누구나 월드컵에 출전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월드컵이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코파리베르타도레스 같은 클럽 대항전과 다른 이유다. 이런 대회에서는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나면 출전이 가능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국가 대항전에서는 다르다. 클럽 대항전은 우승을 위해 자신의 소속팀을 옮길 수는 있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축구 대통령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그렇게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웨일즈의 ‘왼발의 스페셜 리스트’ 라이언 긱스도 잉글랜드 대표팀으로의 귀화를 거부하고 “조국 웨일즈를 위해 뛰겠다”고 말해 아직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행한 축구의 영웅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러한 불운을 떨치고 출전하게 된 3명의 슈퍼스타가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의 ‘득점기계’ 안드레이 세브첸코, 체코의 심장 파벨 네드베드,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낳은 축구 영웅 드와이트 요크 등이 그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들이 드디어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저마다 30대를 넘긴 나이로 너무나 늦게 출전하는 이들 슈퍼스타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그들의 발끝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득점기계 셰브첸코 월드컵을 기다렸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 안드레이 셰브첸코(AC 밀란)가 마침내 월드컵 그라운드에 선다. 3번째 도전 만에 조국 우크라이나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98년과 2002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 나섰지만 구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신생국은 셰브첸코 혼자 힘 만 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2006 독일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2002 월드컵 3위팀인 터키, 유로2004 우승국 그리스, 북유럽의 축구 강국 덴마크를 제치고 감격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득점기계가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어디까지 질주할 것인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예선에서 9경기에 출전, 팀내 최다인 6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월드컵 본선에 기인한 셰브첸코는 “현실적이지 못한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6강에만 올라도 일단 큰 성공”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득점기계 안드레이 셰브첸코의 월드컵 활약에 많은 축구팬들이 흥분하고 있다. ◆체코의 심장, 네드베드 메이저 악몽은 없다. 2005년 11월 18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와 노르웨이 간의 플레이오프 종료 휘슬이 불리자 한 축구 선수가 무릎을 끊고 두 팔을 하늘로 향하며 눈물을 흘린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체코의 심장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다. 엄청난 활동량과 강력한 중거리 슛, 하늘도 놀랐다는 공수조율 능력 등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네드베드. 하지만 그는 메이저 대회와는 악연과 같은 존재였다. 유로96에서 체코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혜성같이 등장한 네드베드는 이탈리아의 라치오에 입단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조국 체코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 유로2004 준결승에서 체코가 그리스에 지는 광경을 부상으로 덕 아웃에서 지켜봐야 했고, 98, 2002년 월드컵에서는 지역예선을 통과도 못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 했으나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해 기꺼이 조국의 부름을 받고 다시 돌아온 네드베드. 체코가 본선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는 그의 발과 심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축구영웅 드와이트 요크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 나라 중 가장 작은 면적을 자랑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무려 40년, 11번의 도전 만에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 '불굴의 역사'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낳은 축구 영웅 드와이트 요크(시드니 FC)가 있다. 북중미 지역예선에서 4위를 차지하고 바레인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한 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주장 요크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동안의 월드컵 도전이 얼마나 힘든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잉글랜드 프레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인공이었던 요크는 잉글랜드에서의 귀화 유혹을 받았다. 영국은 그에게 있어 제2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였으나, 그는 변방의 작은 자신의 조국을 택했고,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영국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조추첨 식에서 요크는 “영국과 경기를 할 것을 생각하니 정말 흥분된다. 전력은 열세지만 축구는 11명이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35살의 나이에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하는 드와이트 요크.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그가 어떤 능력을 보여 줄지 국내외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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