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사람들이 한국인의 밥상을 건강밥상이라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나물을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물은 주로 데쳐서 무치기 때문에 부피가 줄어든다. 그래서 샐러드로 먹는 것 보다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

새싹과 나물이 많은 날은 비빔밥을 해 먹는다. 우리 집 비빔밥의 특징은 계절별로 먹을 수 있는 꽃잎 몇 장이 비빔밥위에 오른다. 봄에는 매화나 진달래, 목련을 곁들이고 여름에는 장미나 팬지, 가을에는 국화꽃잎을 흩뿌린다. 특히 매화는 통꽃으로 넣는데 입속에서 터지면 매화향기에 내가 꽃을 먹는지 꽃이 나를 먹는지 모를 황홀한 기분이 든다.

 

농사를 손수 지으면 겨울에도 오색밥상을 챙길 수 있다. 따뜻한 양지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10월 중순경에 시금치, 상추, 유채, 고수, , 무씨 등을 뿌려 놓으면 겨우내 추운 줄 모르고 싹이 올라와 봄이 될 때 까지 밥상의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예전에는 우리 밥상에 푸른 색 채소가 많았다. 배추나 열무, 상추, 시금치, 취나물과 같은 채소들이다. 그런데 요즘 배추는 점점 개량되어 단맛이 강한 하얀 배추다. 겉잎만 겨우 푸른데 대부분 이 겉잎은 떼버린다. 그리고 점점 서구화됨에 따라 상추 대신 양상추나 양배추를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우리의 밥상에서 점점 푸른색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한다.

 

흰색 선호사상에서 인지, 쌀도 여전히 백미가 잘 팔리고 흰 밀가루로 만든 빵과 피자, 라면, 국수와 같은 제품들이 인기다. 현대병을 치유하려면 몸에 좋은 현미를 먹어야 된다고 의사들이 아무리 권장을 해도,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하얀 쌀밥이 나온다. 농부들은 부지런히 흑미, 녹미 등을 재배하고 우리밀과 콩, 보리, , 수수 등을 재배 해 보지만 별 수익성이 없다.

사실 쌀이나 밀 보다는 잡곡으로 불리는 밭작물들이 영양분이 풍부하다. 이들 곡식들은 자신들이 잡곡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약이 되는 곡식이므로 더 귀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앞으로는 약곡(藥穀)’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들에 대한 비 선호성은 아마도 우리의 의식 속에 가난한 시절에 하얀 쌀과 밀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얗게 도정된 쌀과 밀가루에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서 건강을 해치고 아까운 영양소들을 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감내하는 것은 아닌지 재고 해 볼 필요가 있다.

 

주작의 포트락파티

“성님! 낼은 내가 호박죽 써올라요”
“그래? 그라믄 나는 우무콩물 만들어 오께”
“난 찰밥찌고 반찬 챙겨올라요”
...
나도 덩달아 말을 거든다.
“누님들! 그라믄 제가 삼겹살하고 막걸리
준비하께요”
“오메! 그라믄 쓰것구만.
우리 파티혀!”

차안에서 웃음소리가 까르르 넘친다.
어제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나누는 대화내용이다.

내가 밥해 오시라고 부탁드린것도 아닌데
누님ㅡ아짐들이 서로서로 도시락을 싸오신다.
주작은 누가 주인이고 누가 일꾼인지
모르겠다.
서로서로 챙겨주고 알아서 일하고
주인보다 더 염려해 준다.

지태친구가 막걸리에 전복을
가지고 위로차 왔고,
영남동생은 아짐들 집에 가져가시라고
전복을 가져왔다.
문호동생은 밑반찬을 골고루 챙겨와
하루종일 땀흘려 일한다.

모두 모두 고맙다.
우리는 눈빛으로 미소로
마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눴다.

양촌재로 넘어가는 석양을 보며
우리는 탁배기로 건배를 하며
올해 황칠묘목 심기 마무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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