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은행은 제재로 외환은행은 합병으로 '시끌'

▲ 노조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붉어진 KB금융 내분 사태에 대한 이들의 책임을 물며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가 3개월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직원 사기 저하와 경영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은행권이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겪는 갈등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KB은행 제재로 끝? 끝나지 않은 노조 갈등
금융소비자원까지 제재 수위 강한비난 나서
탄원서 제출 외환은행, 시끄럽긴 ‘마찬가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가 마무리 됐지만 노조의 반발은 여전할 전망이다. 당초 중징계를 예상했던 제재가 경징계로 마무리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제재 수위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KB금융그룹 노조 달래기, 시급한 과제

국민은행 노조가 임영록 지주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8월 7일 국민은행 노조는 KB 금융그룹 명동본점에서 집회를 열고 8월 11일부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출근저기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지주회장이나 은행장 등 낙하산 경영진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KB에 남아있게 되면 임기 내내 갈등과 반목이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일어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붉어진 KB금융 내분 사태에 대한 이들의 책임을 물며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가 3개월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직원 사기 저하와 경영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객정보 유출, 도쿄지점 비리 등은 경영상 책임 문제지만 전산시스템 교체갈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대립으로 잘잘못이 분명히 가려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전산시스템 관련 검사 결과부터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낙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지주와 은행 경영진, 이사회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경영진 퇴진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오는 9월3일부터 금융노조 총파업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8월 2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수위가 결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KB금융의 금융사고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경고’ 제재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87명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개인 제재조치가 의결됐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게도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 6월26일 첫 제재심의위원회를 연 후 금감원은 결국 여섯번째 회의 끝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에게 실질적인 제재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KB문제가 완전히 수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초 의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금감원의 금융권에 대한 권위도 애매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2년이나 남은 임기를 함께 해나가는 일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예상보다 가벼운 제재를 받은 두 수장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8월 25일 은행권은 국민은행 노조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KB의 경영진에 대해 중징계 통해 실질적인 경영을 중단시킨데 이어 수개월간 제재심의를 끌어 경영공백을 가속화 시키고 결국 징계경감으로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켰다”며 “최수현 원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의 책임과 관련해 감독당국과 제재심의위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한편 금감원의 제재 심의 결과와 별개로 회장과 행장에 대한 퇴진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 “KB금융 징계, 하나마나한 ‘새벽 쇼’”

금융소비자원이 지난달 21일 밤 늦께까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징계수위를 논의한 끝에 금융감독원이 경징계를 결정한 것은 “하나마나한 ‘새벽 쇼’”라고 비판했다.  징계 결정이 난 8월 22일 금융소비자원은 “KB금융지주의 임영록 회장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경징계 결정은 두 당사자가 각기 다른 낙하산으로 내려 자리 잡고, 쫓겨날 판에 다시 낙하산으로 안착한 것이지만, KB금융지주라는 조직에는 암울한 미래를 던져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동안 중징계를 외쳐온 금융감독원은 독립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경징계라는 하나마나한 ‘새벽 쇼’를 펼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지주와 은행 경영진, 이사회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경영진 퇴진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가겠다”며 “11일부터 임영록 지주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에도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어 금소원은 “금감원은 즉각 재심의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금융체계를 농락한 조력자 등 권력측근 등 핵심자들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소원은 “이번 제재를 통해 다시 한 번 금융당국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좌지우지된 모습을 보여 주었고, 시장의 의심을 또다시 확인시켜 준 사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제재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입장에서는 외부의 도움으로 피눈물 나는 영광이겠지만 KB지주회사의 장래는 또 한 번 깊은 ‘관치’ 지배로 조직 전체가 암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소원은 “외부의 입김에 놀아나는 금융당국의 행태와 관련, 금융수장은 본인들의 처신이 국민과 금융소비자 앞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를 판단해 보고, 더 이상 몰염치한 모습을 보이지 말 것과 김종찬 행장,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 등 금융계에 오점을 남긴 당사자는 ‘템플 스테이’가 아닌 ‘템플 리브(Temple Leave)’ 할 때임을 명심하기 바라며, 이는 자리에 머물 것이 아니라 떠나야 한다는 것이고 본인들의 금융계 정화의 대상이라는 것이 금융시장의 기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 노조, ‘은행 조기통합 반대집회’ 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8월 19일 발표했다. 이는 통합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언문 내용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현재 조직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양행의 합병이 필요함을 인식했다”며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병행해 양행의 노동조합과도 지속적으로 성실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임을 약속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선언문 발표 관련 “외환노조와의 지속적인 통합 협의 노력, 잇달은 통합지지 선언, 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도 불구하고 외환노조의 통합논의 거부로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주 양 은행은 이사회를 개최해 통합 승인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같은 사측의 선언문을 두고 8월20일 외환은행 노조는 본점 및 경수인 직원 3,000여명이 모이는 ‘조기합병 분쇄 경수인 결의대회’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개최했다.
포토월 앞에서 ‘외환은행,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반대 의사와 염원을 적은 머리띠를 묶는 등 조기통합 반대 의견을 드러내는 다양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결의 대회에 김기준 국회의원, 박원석 국회의원,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 금융노조 본조 및 지부 간부들 역시 ‘조기합병 분쇄 경수인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이는 8월19일 신라 호텔에서 하나-외환은행의 은행장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선언문’이 발표 된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조기통합 선언문 발표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 측과의 합의는 없었으며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번 선언문 발표과정에서 직원과의 합의를 조기통합 승인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혀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논란에 하나은행 측은 “노조의 대응만을 기다리다 시기를 놓치면 영업환경이 흔들려 조직 내 혼란만 더 커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 탄원서까지 제출

8월26일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는 합병절차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 날 제출된 탄원서에는 외환은행 평직원 5,187명이 참여하여,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절차에 대해 반대와 중단을 요구했다.  외환은행 직원 5000여명은 ‘금융위가 2.17. 합의를 위반할 경우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 26일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는 합병절차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 날 제출된 탄원서에는 외환은행 평직원 5,187명이 참여하여,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절차에 대해 반대와 중단을 요구했다. ⓒ뉴시스

탄원서에는 ‘금융위원회가 2.17. 합의서에 반하여, 은행합병을 위한 카드분할을 인가할 경우 단체교섭권 등 외환은행 직원들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되고 국가는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는 내용 또한 명시됐으며 직원들은 ‘합병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이해 당사자인 만큼 직원들의 합병반대 입장을 심리에 중대하게 반영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는 내용을 탄원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5천여 명 직원들의 탄원서를 제출한 한 노조 관계자는 “카드분할 본인가가 내려지면 나중에 헌법소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더라도 침해된 헌법상 권리가 회복될 수 없는데다 하나지주 회장과 외환은행장 등 합의 당사자들에게 합의준수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음에도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조기통합 추진과 외환카드 분사에 대해 외환은행 직원들이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지속적인 반대가 표출되고 있는 와중 8월28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연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드림소사이어티’행사에 참석해 “지금부터 통합 작업을 진행해 올해 안에 통합해야 내년 12월 전산통합 작업이 끝날 것”이라고 조기 추진 의사를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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